영화와 영상산업에서 한 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아름다운 촬영 배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카메라가 잠시 머무는 장소를 넘어, 기획과 제작, 후반작업과 기술 서비스까지 도시 안에서 이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산업의 무게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부산영상위원회(운영위원장 강성규)가 국내 대표 영화제작사 JK필름(대표 길영민)과 영상기술 전문기업 화력대전(대표 옥임식)을 영상산업센터 입주기업으로 유치한 것은 단순한 기업 입주 소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부산이 오랫동안 강점을 지녀 온 로케이션 도시의 위상을 넘어, 제작과 기술이 함께 순환하는 영상산업 거점으로 한 단계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산영상위원회는 2026년도 1차 영상산업센터 입주기업 모집 심사를 거쳐 JK필름과 화력대전을 신규 입주기업으로 선정했으며, 두 기업은 오는 6월 센텀시티 영상산업센터에 입주할 예정이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영상산업센터는 영화·영상 관련 기업과 인재의 집적지이자 영화·영상 클러스터의 거점으로 기능하는 공간이다.
이번 유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두 기업의 성격이 서로 다르면서도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JK필름은 ‘해운대’, ‘국제시장’, ‘공조’ 등을 제작한 국내 대표 영화제작사로 알려져 있고, 화력대전은 디지털 복원, DIT, 디지털 뷰티, 3D 스캔 등 첨단 영상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징어 게임’ 시리즈와 ‘스위트홈’ 시리즈 등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제작사와 기술기업이 동시에 부산에 신규 거점을 마련한다는 점은, 콘텐츠 산업의 앞단과 뒷단이 함께 지역 안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JK필름은 부산지사 설립을 계기로 지역 영상 인프라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기반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JK필름은 기획, 제작 운영, 후반작업 등 주요 제작 기능을 부산 중심으로 운영하며, 다양한 포맷의 프로젝트 제작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부산이 단순히 외부 제작사가 잠시 내려와 촬영하고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기획과 운영이 실제로 굴러가는 생산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화력대전의 입주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하다. 부산영상위원회는 화력대전이 이번 입주를 통해 부산지사를 설립하고, 수도권 중심의 디지털 제작 기술 서비스를 부산에서도 상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 인력을 중심으로 한 제작 운영 시스템 구축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영상기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를 조금씩 분산시키고, 부산에서 촬영된 콘텐츠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 후반작업을 거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더 많은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두 기업이 함께 들어온다는 사실은 부산의 산업 전략 측면에서도 상징적이다. 제작사는 이야기를 조직하고 사람과 자본, 스케줄을 묶는 중심축이고, 기술기업은 그 이야기가 최종 화면으로 구현되도록 정교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둘이 한 공간 안에서 움직이면, 변화가 빠른 플랫폼 시대에 더 짧고 유연한 제작 모델을 실험하기가 쉬워진다.
부산영상위원회도 JK필름과 화력대전이 향후 협업을 통해 저예산 기반의 숏폼·미드폼 콘텐츠 전문 제작 모델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작 효율성을 높인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부산에서 지속해 제작·유통하며 지역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목은 최근 영상산업의 구조 변화와도 연결된다. 숏폼과 미드폼은 더 이상 부차적 형식이 아니다. 플랫폼 기반 소비가 확대되면서 짧고 압축된 형식의 콘텐츠는 독립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제작비와 회전 속도, 유통 방식까지 장편 중심의 전통적 구조와는 다른 논리를 갖는다.
따라서 부산이 장편 영화 촬영 유치의 도시를 넘어, 다양한 포맷의 제작 실험이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려면 이런 포맷 변화를 흡수할 제작사와 기술기업의 동시 집적이 필요하다. 이번 입주는 그런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합이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이미 일정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유치는 개별 기업 두 곳의 입주에 그치지 않고, 이미 형성된 지역 지원 체계와 맞물려 더 큰 산업 클러스터 전략안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강성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이번 유치는 부산이 단순 촬영지를 넘어 제작과 기술이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 산업 거점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영상산업센터를 중심으로 더 많은 영화·영상기업과 창작 인력이 부산에 정착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지역 창작 생태계와 산업 경쟁력을 지속해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JK필름·화력대전의 영상산업센터 입주는 부산 영상산업의 질적 전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이 풍경을 제공하는 도시에서 이야기와 기술을 함께 생산하는 도시로 이동하려면, 콘텐츠 기획과 제작, 후반기술, 지역 인력 양성이 서로 따로 가지 않고 한 생태계 안에서 맞물려야 한다.
그래서 이번 입주의 의미는 두 기업이 새 사무실을 여는 데만 있지 않다. 부산 중심의 콘텐츠 제작·기술 생태계를 실제로 작동하게 할 연결 고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