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길태현)은 뉴질랜드 한국교육원(원장 정성훈), 오클랜드한인회(회장 홍승필)와 협력해 7월 6일부터 11일까지 뉴질랜드 현지에서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국가무형유산 교육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번 교육은 지난해 세 기관이 체결한 업무협약의 후속 사업으로 마련됐으며, 오클랜드 한인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교육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첫 현지 협력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뉴질랜드에는 한국의 무형유산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정규성 있는 교육과정이 사실상 없었다.
한국문화를 향한 관심은 존재했지만, 그것을 교육기관과 한인사회, 국가기관이 함께 연결해 실제 수업으로 만들어 내는 구조는 부족했던 셈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바로 그 공백을 메운 사례다. 무형유산 교육을 본국에서만이 아니라, 재외동포가 살아가는 현지에서 운영했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정책의 외연이 ‘보존’에서 ‘국외 계승’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교육은 뉴질랜드 한글학교 학생과 교사, 오클랜드한인회 교민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탈춤·한글서예·태평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는 단순한 종목 선택이 아니라, 한국 무형유산의 중요한 가치들을 균형 있게 담으려는 구성이기도 하다. 탈춤은 공동체와 풍자, 소통과 화합의 정신을 품고 있고, 한글서예는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한글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체험하게 하며, 태평무는 나라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는 전통춤으로서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담고 있다.
즉, 이번 교육은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이면서 동시에, 한국 문화가 어떤 정신과 미감을 통해 형성돼 왔는지를 알려 주는 과정이기도 했다.
특히, 탈춤 교육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즐기던 공동체 문화의 성격을 배우는 데 의미가 있다. 탈춤은 단순한 춤이나 연희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웃고 풍자하며 소통하던 민중의 예술이었다. 이를 해외 한글학교 학생들이 배운다는 것은 한국문화를 민속적 장면으로 구경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공동체 정신과 관계의 감각까지 익히게 된다는 뜻이다.
재외동포 사회에서 이런 경험은 더욱 소중하다. 서로 다른 세대와 배경을 지닌 동포들이 무형유산을 매개로 공동체 감각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서예 교육도 상징성이 크다. 한글은 문자이지만 동시에 가장 널리 공유되는 문화 자산이다. 그런데 한글을 ‘읽고 쓰는 도구’로만 접하는 것과, 그 형태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훈민정음을 중심으로 한글의 조형미를 느끼고 손으로 써 보는 과정은 언어를 예술로 다시 만나는 경험이 된다. 특히, 해외에서 자라는 학생들에게는 한글이 시험이나 수업의 대상이 아니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할 수 있다.
태평무 교육은 또 다른 차원의 의미가 있다. 태평무는 나라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는 전통춤으로, 몸의 움직임을 통해 한국 전통예술의 정서와 품격을 익히게 하는 종목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태평무가 한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는 무형유산 교육이 청소년 세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지 교민사회 전체의 참여형 문화교육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무형유산의 계승은 한 세대만의 과제가 아니라, 배운 사람이 다시 보여 주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순환 속에서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춤과 한글서예에는 한글학교 학생과 교사 25명이, 태평무에는 한인회 회원 20명이 참여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아주 큰 규모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의 가치는 참여 인원보다 파급 방식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글학교 학생과 교사는 이후 학교와 지역사회 안에서 다시 이 문화를 나눌 수 있고, 한인회 회원들 역시 공동체 행사를 통해 교육의 성과를 확산할 수 있다.
즉, 이번 교육은 일회성 체험을 넘어, 현지 사회 안에 작지만 지속 가능한 문화 전승의 씨앗을 심는 일로 볼 수 있다.
교육 첫날에는 교육교구재 기증식도 열렸다. 이 역시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 해외 현지에서 무형유산 교육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강의 한 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교육 기반이다. 교구재와 자료가 남아 있어야 이후 수업과 재교육,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타카푸나 중학교 강당에서 수료식과 결과발표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직접 배운 성과를 지역사회에 선보였다. 무형유산 교육은 배움이 끝이 아니라, 보여 주고 공유할 때 비로소 공동체 안에서 살아난다. 발표회는 그래서 단순한 행사 마무리가 아니라, 배운 내용을 다시 지역사회 언어로 환원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업은 특히 ‘기관 간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국가기관인 국립무형유산원, 현지 교육기관인 뉴질랜드 한국교육원, 교민사회의 기반인 오클랜드한인회가 함께 움직였다는 점은 앞으로 해외 무형유산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한국문화의 국외 전승은 어느 한 기관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가의 전문성, 현지 교육망, 동포사회의 생활 기반이 함께 연결될 때 비로소 교육은 현장성을 갖게 된다. 이번 뉴질랜드 사례는 그런 협력 구조의 가능성을 확인한 첫 모델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앞으로도 해외 한국교육원과 재외동포 사회와의 협력을 확대해 미래 세대가 우리 무형유산을 배우고 계승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외동포 사회의 문화 계승은 단지 향수를 유지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과도 연결되고, 동시에 동포사회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키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2세, 3세로 갈수록 언어와 문화의 거리감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무형유산 교육은 “내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몸과 감각으로 배우게 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번 뉴질랜드 현지 교육은 무형유산 정책이 더 이상 국내 보존에만 머무르지 않고, 재외 동포 사회 안에서의 계승과 확산까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탈춤과 한글서예, 태평무를 배우는 일이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뿌리를 현지에서 다시 이어 붙이는 작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셈이다.
K-컬처가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시대일수록, 재외동포가 자기 문화유산을 더 깊이 배우고 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역시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사업은 재외동포 사회에서 한국의 무형유산을 배우고 계승할 수 있는 현지 교육 기반을 처음 마련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외 무형유산 교육 확산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