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추천오피니언공연전시2026. 10. 16. 오후 3:27:04

EBS, AI로 한국문학에 새로운 영상언어를 입힌다

‘EBS AI 문학관’, 한국문학 11편을 생성형 AI로 재해석 원작의 정서는 살리고 공간·인물·장면은 새로운 감각으로 확장

최대식 기자
EBS, AI로 한국문학에 새로운 영상언어를 입힌다
EBS가 한국 고전 및 근·현대 문학을 생성형 AI로 재해석한 신규 프로그램 ‘EBS AI 문학관’을 10월 16일부터 선보인다. EBS AI 문학관 ‘호구의 봄’ 스틸컷

생성형 AI가 한국문학을 단순히 설명하는 도구를 넘어, 원작의 인물과 정서를 새로운 영상언어로 표현하는 창작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EBS는 한국 고전과 근·현대문학을 생성형 AI로 재해석한 신규 프로그램 ‘EBS AI 문학관’을 10월 16일부터 EBS 1TV에서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김유정의 ‘봄봄’·‘동백꽃’,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고향’, 이효석의 ‘풀잎’과 ‘메밀꽃 필 무렵’ 등 한국문학 11편을 바탕으로 모두 13편의 AI 기반 창작 드라마를 선보인다.

교과서 수록작과 수능 출제·연계 작품 등 교육 현장에서 꾸준히 읽혀온 작품들이 중심이다.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원작의 이야기와 정서를 살리면서 공간과 인물, 장면 구성에는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첫 방송 작품은 김유정의 ‘봄봄’을 바탕으로 한 ‘호구의 봄’이다. 결혼을 약속받고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남자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원작 특유의 해학과 익살을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낸다.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를 재해석한 ‘비밀’에서는 또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당시의 공간을 사실적으로 복원하기보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있는 듯한 공간을 생성형 AI로 구현해 B사감의 숨겨진 내면과 작품 특유의 아이러니를 시각화한다.

이효석의 ‘풀잎’을 바탕으로 한 ‘닿을 듯 닿지 않는’은 1930년대의 제약 속에서 엇갈리는 인물들의 감정을 다루고, 현진건의 ‘고향’을 원작으로 한 ‘어디서 오십니까’는 일제강점기 민중의 가난과 유랑, 상실을 AI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

이 밖에도 ‘술 권하는 사회’, ‘최척전’, ‘소금’, ‘탈출기’, ‘규중칠우쟁론기’ 등 시대와 형식이 다른 작품들이 각각 다른 영상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제작 방식이다. ‘EBS AI 문학관’은 2025년 파일럿 ‘EBS AI 단편극장’에서 시도한 생성형 AI 기반 1인 제작 방식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장했다. 작품마다 한 명의 연출자가 중심이 돼 기획부터 인물·공간·장면 구현과 영상 완성까지 제작 전반을 이끈다.

이는 AI가 창작자를 대신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떤 장면을 강조하며, 원작의 정서를 어떤 이미지로 옮길 것인지는 결국 연출자의 해석과 판단에 달려 있다. 생성형 AI는 그 상상을 실제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제작도구로 활용된다.

교육적으로도 흥미로운 실험이다. 청소년에게 고전문학은 시대적 배경과 낯선 언어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영상은 작품에 접근하는 하나의 입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영상이 원작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본 뒤 원문을 다시 읽고 두 해석의 차이를 생각하게 할 때 문학교육으로서의 의미도 커질 수 있다.

제작진은 청소년에게는 한국문학을 친근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작품을 새로운 영상과 드라마로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총 13부작인 ‘EBS AI 문학관’은 10월 16일부터 2027년 1월 8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55분 방송된다.

AI 시대 문학의 질문은 ‘기계가 문학을 만들 수 있는가’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오래된 작품을 새로운 기술로 어떻게 다시 읽고, 그 과정에서 원작의 의미를 얼마나 깊게 살려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EBS AI 문학관’은 생성형 AI가 문학과 영상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동시에, AI 시대에도 결국 창작의 출발점은 인간의 해석과 질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험이 될 수 있다.

#EBS AI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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