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축제의 매력은 유명 연주자를 한 무대에서 만나는 데만 있지 않다. 돗자리를 펴고 음악을 듣고, 거리에서 우연히 공연을 만나며, 늦은 밤까지 도시와 음악이 이어질 때 축제는 하나의 여행 경험이 된다.
제23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가평 자라섬과 가평읍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는 국내외 초청 아티스트와 협력 프로그램 참가팀 등 모두 64팀이 참여한다. 자라섬의 주요 무대뿐 아니라, 가평읍 광장과 거리, 공연장까지 프로그램을 확장해 한글날 연휴 동안 지역 전체가 재즈를 만나는 구조로 구성했다.
주요 무대인 ‘재즈 아일랜드’에는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이 오른다. 첫날에는 주최 측이 올해 그래미 어워드 2관왕으로 소개한 드러머 네이트 스미스가 17년 만에 자라섬을 다시 찾는다. 타쿠야 쿠로다, 송영주 트리오, 18인조 빅밴드 어노잉박스도 무대를 채운다.
둘째 날에는 쿠바 출신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로드리게즈를 비롯해 포르투갈의 브루노 페르나다스와 김오키럽럽 등이 공연한다. 마지막 날에는 아르메니아 출신 티그랑 하마시안을 비롯해 안드레스 코이 코스믹 트리오, JSFA 등이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올해는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10년 만에 ‘프랑스 포커스’도 다시 마련했다. 와칸, 버브, 카미유 베르토와 호뱅송 쿠리 MŸA 등이 서로 다른 무대에서 공연하며, 프랑스 재즈의 현재를 보여준다.
재즈의 미래를 실험하는 무대도 있다. ‘재즈 AI 라운지’에서는 KAIST MACLab와 함께 아티스트와 인공지능이 협연한다. 사전 학습한 AI와 연주자가 합을 맞추는 공연세션과, 현장 연주를 AI가 즉각 분석해 반응하는 즉흥세션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재즈라는 장르와 잘 맞닿아 있다. 재즈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상대의 연주를 듣고 즉흥적으로 응답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AI가 인간 연주자의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고 합주를 만들어가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게 된다.
기술을 단순히 보여주는 무대보다 ‘AI도 즉흥연주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실험에 가깝다.
축제의 공간도 자라섬 밖으로 넓어진다. 9일과 10일 가평읍에서는 ‘재즈페스티벌 in 가평’이 열려 잣고을광장과 오리나무길, 음악역1939에서 무료 공연을 진행한다. 10일 밤에는 ‘미드나잇 재즈카페’도 이어진다.
축제가 특정 티켓 구매자만의 공간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초등학생 이하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중·고등학생은 50% 할인된다. 반려견 동반 관람도 가능하다. 가족과 청소년,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까지 축제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음악축제가 지역에 남기는 것은 공연의 기억만이 아니다. 섬의 메인무대에서 시작된 음악이 거리와 광장, 밤의 카페까지 이어지고, 새로운 관객이 그 과정에서 재즈를 만날 때 축제는 도시의 시간을 바꾼다.
올해 자라섬재즈는 세계적인 연주자와 AI라는 새로운 실험을 함께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평의 일상 속으로 음악을 더 깊게 들여보낸다. ‘좋은 공연을 보는 축제’에서 ‘지역 전체를 음악으로 경험하는 축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