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동차가 오가던 서울 이태원로가 이틀 동안 거대한 춤 무대로 바뀌었다. 무대 위에는 전문 무용수만 오른 것이 아니다. 예술중학교 학생과 대학 무용 전공생, 세계 각국의 참가자, 거리에서 우연히 축제를 만난 시민까지 한 공간에서 춤을 공유했다.
‘2026 K-Wave Dance Festival’은 춤을 공연장의 장르에서 도시의 거리문화로 확장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현대무용진흥회가 주최하고 K-Wave Dance Festival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10월 3~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열렸다.
축제 기간 녹사평역 교차로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까지 약 480m 구간의 차량 통행을 막고 거리 전체를 야외 공연장으로 구성했다. ‘Global Playground of Dance’를 슬로건으로 낮 12시부터 밤 9시까지 공연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이어졌으며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됐다.
주최 측은 행사장과 연계 프로그램을 포함해 이틀간 누적 방문객을 약 6만 명으로 추산했다. 메인무대 객석뿐 아니라, 인근 계단과 거리에서도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공연을 지켜봤다.
이태원이라는 장소도 이번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태원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클럽 ‘문나이트’를 중심으로 한국 스트릿댄스와 클럽문화가 성장했던 공간이다. 축제는 이러한 장소의 기억을 오늘의 K-Dance 문화와 연결해 이태원을 세계적인 춤 문화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첫날 개막 퍼레이드에는 한국을 비롯해 에콰도르·캄보디아·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등 9개국 90여 명이 참여했다. 각국의 전통춤과 스트릿댄스가 한 거리에서 이어졌다.
공연 장르도 경계를 넘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댄서의 협업 퍼포먼스, 태권도 시범에 이어 안은미컴퍼니·케이발레시어터·정승희무용단 등이 무대에 올랐다. 밤에는 ‘Street Moon Night’를 통해 DJ 음악과 스트릿댄스가 결합된 야외 오픈클럽을 구성하고, 문나이트 세대를 대표하는 강원래도 특별 출연했다.
둘째 날에는 청소년과 예비 무용인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계원예술중학교·예원학교·선화예술중학교 학생들을 시작으로 한양대학교 ERICA, 경희대학교, 세종대학교, 국민대학교 등 대학 무용 전공생들이 참여했다. 이어 서울발레시어터와 LDP × M.A.P 등 전문 무용단이 공연하며 교육 현장과 전문예술 현장을 하나의 축제 안에 연결했다.
글로벌 참여도 두드러졌다. ‘Global Open Dance Stage’에는 27개국 세계 시민 100여 명, 20개 퍼포먼스팀이 참가해 K-팝 커버댄스와 각국의 개성을 담은 공연을 선보였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낮췄다. 거리 노래방, 랜덤플레이 댄스, 즉흥 댄스 배틀, 전통 연희, DDR 세션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객이 직접 축제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세계음식과 생활문화 체험, AI 포토부스 등 부대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됐다.
이번 축제에서 주목할 부분은 유명 무용단의 출연 숫자보다 ‘누가 춤출 수 있는가’의 범위를 넓혔다는 데 있다. 학생과 전문 무용수, 세계 각국의 참가자와 시민이 같은 거리를 공유하면서 이태원로는 잠시 교통을 위한 공간에서 문화적 만남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도시의 거리가 공연장이 되고 관객이 참여자가 될 때 축제는 행사를 넘어 장소의 새로운 기억을 만든다. 이태원이 과거의 춤 문화를 오늘의 글로벌 K-Dance와 어떻게 이어갈지가 앞으로 이 축제가 보여줄 다음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