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듣기 위해 반드시 공연장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책을 읽고 쉬던 도서관 한편에서 연주자의 숨소리와 현의 떨림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면, 클래식은 특별한 날의 문화가 아니라, 일상의 경험이 된다.
화성시 오케스트라가 시민 생활공간을 직접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문화예술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은 10월 8일 왕배푸른숲도서관 힐링라운지에서 화성시 오케스트라 기획공연 ‘찾아가는 클래식’을 진행했다.
‘찾아가는 클래식’은 대형 공연장이 아닌 도서관과 복지시설, 공공청사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에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는 화성시 오케스트라의 기획공연 시리즈다.
이번 무대는 목관 5중주와 현악 4중주, 두 편성을 결합한 9중주로 구성됐다. 소규모 실내악의 섬세한 음색부터 9중주가 만들어내는 풍성한 울림까지 서로 다른 편성의 특징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연주곡으로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사계’ 가운데 ‘가을’과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 등이 포함됐다. 강렬한 리듬과 서정성이 교차하는 피아졸라의 음악과 부드럽고 깊은 선율이 특징인 차이콥스키의 작품이 도서관 공간을 채웠다.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어떤 곡을 연주했는가’와 더불어 ‘어디에서 연주했는가’에 있다. 도서관은 이미 시민들에게 익숙한 생활공간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별도의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평소 이용하던 공간에서 우연히 또는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한다.
실내악 역시 이런 공간과 잘 맞는다.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과 달리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악기마다 다른 음색과 연주자의 호흡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에게는 음악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은 공연 횟수를 늘리는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시민이 어디에서 생활하고, 어떤 공간을 자주 이용하는지 살펴본 뒤, 그곳으로 예술이 직접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음악과 공연을 경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임동국 화성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도서관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시민들과 클래식 음악을 나눌 수 있어 뜻깊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공간의 특성에 맞는 레퍼토리와 연주 구성으로 시민들이 클래식 음악을 더욱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화성시문화관광재단도 화성시 예술단의 활동 무대를 시민 생활권으로 넓히고, 장소와 관객 특성을 고려한 공연을 지속해 선보일 계획이다. 문화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시민에게 공연장으로 오라고 말하기보다 예술이 시민에게 찾아가는 것이다.
책을 읽던 도서관에 어느 날 현악기와 목관악기의 선율이 흐르고, 평범했던 하루가 작은 공연의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 공간은 달라진다. ‘찾아가는 클래식’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클래식을 더 많이 연주하는 것을 넘어, 시민이 더 쉽게 만나게 만드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