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박창식)과 함께 ‘케이-컬처’의 세계 확산을 이끌 미래 국제문화교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청년 케이-컬처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이 사업은 청년들이 국제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수행하거나 해외 문화기관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국제 감각과 현장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약 700명의 청년이 전 세계 36개국에 파견돼 활동할 예정이다.
이제 K-컬처의 세계 확산은 단지 콘텐츠의 인기에만 기대어 설명할 수 없다. 음악과 드라마, 웹툰과 공연, 미용과 패션이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흐름이 오래가려면 결국 그것을 현장에서 연결하고 해석하며 확장할 사람이 필요하다.
문화는 스스로 이동하지 않는다. 누군가 기획하고, 협업하고, 번역하고, 현지 맥락에 맞게 다시 풀어낼 때 비로소 진짜 교류가 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청년 케이-컬처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을 단순한 소비자나 관람객이 아니라, 국제문화교류의 실무자이자 기획자, 그리고 미래의 문화 연결자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청년 파견’ 자체보다, 청년을 국제문화교류의 주체로 세운다는 데 있다. 그동안 K-컬처 확산은 주로 완성된 콘텐츠가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문화교류의 진짜 지속 가능성은 결과물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현지 기관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획력,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감수성, 언어와 홍보, 운영 실무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되어야 K-컬처는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 네트워크로 자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업은 콘텐츠 수출을 넘어 문화 인재 양성 전략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사업은 활동 방식에 따라, 자율기획형과 일경험형으로 나뉜다. 자율기획형은 청년들이 공연예술, 시각예술, 웹툰, 애니메이션, 문학, 건축, 미용·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K-컬처 기반 국제문화교류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학과 지역문화재단 등과 협업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해외 청년들과 교류하고, 현지 문화예술 자산과 청년의 창의성을 결합한 창작물을 선보이게 된다. 이 자율기획형은 매우 상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문화교류를 더 이상 ‘한국의 것을 보여주는 일’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현지의 문화와 만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요한 전환이다. 진정한 국제문화교류는 일방적 소개가 아니라, 상호 창작과 공동 기획 속에서 더 깊어진다. 청년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현지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K-컬처를 수출품이 아니라, 대화할 수 있는 문화 언어로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일경험형은 재외한국문화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비즈니스센터,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세종학당 등 해외 소재 문화기관에서 국제문화교류 실무를 직접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청년들은 문화행사 운영을 지원하고 K-컬처 홍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거나, 번역과 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현장 실무 역량을 쌓게 된다.
이 일경험형 역시 중요하다. 문화는 흔히 창의성과 감각의 영역으로만 보이지만, 실제 현장은 치밀한 운영과 실무의 축적 위에서 돌아간다. 행사 하나를 열기 위해서는 기획, 홍보, 번역, 협력 기관 조율, 현장 대응, 기록과 성과 정리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가 이런 경험을 직접 쌓는다는 것은 단지 “해외 경험”을 얻는 차원을 넘어, 국제문화교류라는 직무의 실제를 몸으로 배우는 일이다. 이는 앞으로 문화행정, 국제협력, 콘텐츠 산업, 해외사업 분야로 진출할 청년들에게 매우 실질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
실제 자율기획형 사업은 구체적인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 수행 기관으로 선정된 서울예술대학교는 이번 주 인도네시아 ‘발리예술제’에 참가해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인 봉산탈춤 공연을 선보인다. 더 나아가 발리의 대표 공연예술인 케착(Kecak)과 봉산탈춤을 접목한 공동창작 공연을 처음 공개하고, 현지 청년 예술인들과 협업한 시각예술·음악 작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례는 이번 사업의 취지를 잘 보여준다. 봉산탈춤을 단순히 해외 무대에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도네시아의 전통 공연예술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공동창작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다. 이는 문화교류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공동 생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통은 낡은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와 만나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될 때 더 강한 생명력을 얻는다. 청년들이 그 접점을 직접 만들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상명대학교는 7월 9일부터 태국 문화부 및 태국웹툰아카데미와 함께 웹툰 창작 연수회와 전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웹툰 플랫폼 및 청년 창작자들과 공동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춘천문화재단은 8월 23일부터 홍콩 청년 창작자들과 함께 시각예술 분야 공동창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현지 발표회와 학술대회를 열어 K-컬처 기반의 새로운 국제문화교류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들 사례는 K-컬처가 더 이상 한 장르나 특정 스타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연예술, 웹툰, 시각예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가 국제교류의 채널이 되고 있으며, 청년은 그 안에서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공동 기획자이자 창작 파트너가 된다. 이것은 K-컬처의 외연 확장이 단순히 팬덤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협업할 수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일경험형 참여자들은 7월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을 시작으로 국가별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외 문화기관에 파견돼 현장 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이는 청년들에게 국제문화교류의 추상적 이미지를 실제 직무 경험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에서 문화행사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현지화하며, 기관과 기관 사이의 협업을 조율하는 경험은 청년에게 단순한 경력 한 줄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을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년들의 안전한 해외 활동을 위해 항공료와 체재비, 보험 등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고, 사전교육과 철저한 안전 관리를 통해 현장 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파견 종료 후에는 우수사례를 발굴해 공유하고, 국제문화교류 정책에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사업이 단순히 “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경험을 축적하고 정책 자산으로 환류시키려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좋은 프로그램은 참여자를 소모하지 않고, 그 경험을 다시 공공의 지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 담당자는 “‘청년 케이-컬처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해외 현지에서 쌓은 경험과 국제 연계망은 K-컬처의 성장을 이끌 미래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세계 곳곳에서 K-컬처를 매개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교류 기회를 지속해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파견 규모 자체보다, 그 경험이 미래의 자산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데 있다. 청년 700명이 36개국으로 나간다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발성 방문자가 아니라, 장차 국제문화교류를 실제로 움직일 인재군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K-컬처가 지금처럼 주목받는 시기일수록, 이를 다음 단계로 연결할 실무형·기획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청년 케이-컬처 글로벌 프런티어’는 해외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사업인 동시에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문화 외교와 국제협력의 미래 인재를 키울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문화의 힘은 콘텐츠 그 자체에도 있지만, 그것을 건네고 엮고 확장하는 사람에게서 더 오래 지속된다. 청년 700명의 이번 여정은 그래서 단순한 파견이 아니라, K-컬처의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인재 실험으로도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