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시장 전재수)와 부산관광공사(사장 이정실)는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영화의전당에서 운영한 ‘2026 대한민국 밤밤페스타 부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렸으며, 이틀 동안 총 4,120명이 현장을 찾았다.
‘대한민국 밤밤페스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10개 야간관광 특화도시가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공동 야간관광 콘텐츠다.
올해 전국 첫 주자로 나선 부산은 그 시작점이라는 상징성까지 안고 있었다. 이는 부산이 단순히 참여 도시 중 하나가 아니라, 한국형 야간관광의 방향을 먼저 보여주는 시험 무대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회의가 한 도시에 온다는 것은 단지 대표단 몇천 명이 다녀간다는 뜻이 아니다. 그 도시는 어떤 방식으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낮의 풍경만이 아니라, 밤의 표정까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내놓을 수 있는지를 시험받게 된다.
부산이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막을 앞두고 ‘대한민국 밤밤페스타’를 연 것은 그래서 단순한 부대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부산이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도시로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방식이자, 낮의 공식 일정만이 아니라 밤의 문화와 체류 경험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도였다.
이틀간 4,000여 명 넘는 방문객이 찾은 이번 행사는 부산의 야간관광이 더 이상 부가적 콘텐츠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도시브랜드를 떠받치는 본격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행사 장소인 영화의전당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야간관광 특화거점으로 선정한 공간으로,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벡스코와도 가깝다. 올해 밤밤페스타는 ‘2026 부산여행영화제’와 함께 열려, 영화와 공연, 휴식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야간관광과 결합한 융복합 축제로 구성됐다.
야간관광이 단순히 불빛을 더하고 늦게까지 영업하는 이벤트에 머문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반면, 영화·공연·독서·체류 경험처럼 도시의 문화적 감각을 밤의 시간대와 연결할 때, 야간관광은 비로소 도시의 성격을 드러내는 콘텐츠가 된다.
이번 축제는 ‘한여름 밤의 쉼, 채우고 비우고 머무르고…’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촛불 불빛 속에서 영화 음악을 감상하는 ‘캔들라이트 콘서트’가 시작을 알렸고, 야외 도서관에서는 영화 대사를 직접 써보는 필사 체험이 진행됐다.
빈백과 캠핑 의자를 배치한 캠크닉·캠핑존은 방문객이 단순히 지나치는 관람객이 아니라, 머무는 체류자로 남도록 설계됐다. 이 구성은 더 많이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물게 하자는 부산 야간관광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바로 그 체류 시간이 지역경제와 도시 경험의 질을 바꾸기 때문이다.
부산관광공사가 자체 기획한 ‘밤밤편의점’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공간은 라면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즉석에서 끓여 먹는 이른바 ‘한강 라면’ 방식을 가져와 색다른 재미를 더했고, 편의점 인기 조합에 부산 전통주와 수제 맥주를 곁들일 수 있도록 구성해 한여름 밤 축제의 분위기를 살렸다.
이 장면은 최근 관광의 문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이제는 거대한 명소를 “보는 여행”보다,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즐기는 생활문화를 “따라 해 보는 여행”에 더 끌린다. 편의점 음식, 야외 휴식, 피크닉 감성 같은 일상의 문화가 이제는 관광상품이 되는 시대다.
이번 밤밤페스타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맞물려 부산의 역사문화 자원을 자연스럽게 환기했다는 점이다.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는 약 3,000명의 대표단과 관계자가 부산을 찾고 있다. 이런 국제적 관심 속에서, 지난해 11월 세계유산 우선 등재 목록으로 선정된 ‘피란 수도 부산 유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부산은 2023년 사업 초기부터 야간관광에 도시의 근현대 역사를 접목해 왔다. 용두산공원과 부산근현대역사관을 중심으로 구성한 ‘미션형 도보 투어’는 부산의 근현대사를 야간관광 콘텐츠로 풀어낸 대표 사례다.
이 투어는 ‘별바다부산 나이트 페스타’ 콘텐츠 가운데 최고 만족도를 기록하며, 부산의 근현대 문화가 관광 콘텐츠와 결합했을 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부산 야간관광이 단순히 화려한 야경이나 소비형 프로그램에 기대지 않고, 도시의 서사와 기억을 체험형 콘텐츠로 바꾸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부산 중구 일대는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새롭게 지정된 크루즈 관광특구와 연결되며 원도심 야간관광 거점으로 다시 짜이고 있다. 이 지역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노포, 야장, 시장 쇼핑, 로컬 먹거리와 같은 생활문화 콘텐츠로 젊은 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더 이상 따로 보존되는 자원이 아니라, 그 자체로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의 흔적이 현재의 소비와 체험, 감각적인 여행 경험과 만나면서 부산 원도심은 다시 읽히고 있다.
부산시는 이런 시도를 원도심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다대포 해변공원, 화명생태공원 등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야간관광이 특정 핵심지 몇 곳에만 집중되면 도시 전체의 체류 분산 효과나 경제적 파급력이 제한될 수 있다. 반면, 도시 곳곳에 있는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들이 밤의 콘텐츠와 연결되면, 부산은 ‘한 군데 가는 도시’가 아니라, ‘여러 밤을 보내고 싶은 도시’로 바뀔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93만 6,57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증가한 수치로, 전국 평균 증가율 21%의 두 배에 가깝다. 이 수치는 부산 관광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동시에, 부산이 지금 어떤 관광 트렌드 위에 서 있는지를 시사한다.
최근 방한 외국인의 여행 방식은 대표 관광지를 빠르게 도는 단체형 여행에서 벗어나, 한국인처럼 배달 음식을 시켜 피크닉을 즐기거나, 동네 뒷산을 걷고, 스포츠를 보고, 러닝을 하고, 목욕탕을 체험하는 식의 ‘생활형 경험 여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산이 이번 밤밤페스타에 K-콘텐츠 체험 요소를 적극 담은 것도 이런 변화된 수요를 읽은 결과다.
부산관광공사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4년 차를 맞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먼저 시도해 온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빠르게 바뀌는 관광 트렌드를 부산만의 콘텐츠로 바꾸는 시도를 이어 가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부산에 더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대한민국 밤밤페스타 부산’은 단순한 여름밤 축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제회의 개최 도시 부산이 자기 밤을 어떤 언어로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었고, 야간관광이 소비성 이벤트를 넘어 역사·문화·휴식·생활 체험을 아우르는 도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낮의 부산이 국제협력의 무대라면, 밤의 부산은 그 협력을 감각과 체류 경험으로 이어 붙이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 무대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