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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코리아 뉴스]
타임즈코리아 뉴스특집2026. 3. 19. 오후 2:00:19

UNIST 졸업식에서 보여준 두 개의 감동 서사

암 투병 끝 학위 마친 박사 “연구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12년만 졸업한 학생 창업가 “정답 재촉 대신 질문이 먼저”

최대식 기자
UNIST 졸업식에서 보여준 두 개의 감동 서사
수라이야 자한 리자(Suraiya Jahan Liza) 박사

대학의 졸업식은 흔히 성취를 기념하는 자리로 기억된다. 그러나 어떤 졸업식은 단순한 축하를 넘어, 한 사람이 시간을 견디며 무엇을 끝까지 붙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지난 2월 23일 열린 UNIST 2026 학위수여식이 그러했다. 

그날 단상에 오른 두 졸업생의 이야기는 학위의 무게가 단지 수료 요건의 충족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웠다. 졸업은 지식의 획득만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태도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은 질문의 결과라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수라이야 자한 리자(Suraiya Jahan Liza) 박사는 “우리의 도전을 막는 건 장애물이 아니라, 멈추기로 결심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삶이 먼저 증명한 문장이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그는 UNIST에서 인간공학 석사를 마친 뒤 2017년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연구를 이어가던 중 임신 28주에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병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제왕절개로 아이를 먼저 출산한 뒤 2주 후 수술을 받았고, 이후 항암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병실과 집을 오가며 심사 의견에 답했고, 보완이 필요한 데이터를 다시 점검해 논문을 완성했다. 

그는 연설에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날이 많았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에게 되묻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도 학위를 포기하지 않았다. “학위는 누구나 같은 기준을 통과해야 주어진다”라는 지도교수의 말 역시 그에게는 차가운 기준이 아니라, 끝까지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어주는 격려와 신뢰의 언어로 들렸다고 한다. 

이후 그는 약물치료와 정기 검사를 병행하며 박사과정을 마무리했고, 50세 이상 성인을 위한 시각 훈련 프로그램 연구를 통해 약 20일간의 훈련이 시기능 개선 가능성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스마트폰 기반 방식으로 확장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SCI급 학술지 논문 게재와 국내 특허 확보라는 성과도 이뤘다. 

같은 자리에서 학부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정인중 졸업생의 이야기도 또 다른 의미에서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는 자퇴와 복학, 두 차례의 창업을 거쳐 입학 12년 만에 졸업한다고 말했다. 이 시간은 단순히 졸업이 늦어진 시간이 아니라, 질문이 쌓이고 현실과 부딪히며 자신의 좌표를 다시 세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정인중 UNIST 졸업생

 

그는 재학 중 과외 중개 서비스 ‘페달링’을 창업해 UNIST 학생팀 최초로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했고, ‘도전 K-startup 2016’에서 울산지역 1위, 전국 5위를 기록하며 장관상을 받았다. 이후 글쓰기 앱 ‘씀’의 성장 과정에 참여했고, 서비스는 양대 앱마켓 올해의 앱에 선정됐다. 또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의 성장 국면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딜라이트룸에서 글로벌 알람 앱 ‘알라미’와 광고 수익화 솔루션 ‘다로(DARO)’의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연설에서 더 인상적인 대목은 이력의 화려함이 아니라, 성과를 바라보는 태도였다. 그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우리가 풀고 있는 문제가 정확한지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한, 창업과 연구 모두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빨리 찾는 일이 아니라, 내가 붙든 질문이 정말 맞는지 먼저 따져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UNIST는 답을 빠르게 찾는 방법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방법을 가르친 곳이었다는 그의 고백은, 오늘날 대학 교육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음에도 결국 같은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병과 싸우며 연구를 놓지 않았고, 다른 한 사람은 오랜 우회와 시행착오를 지나 자신의 질문을 다듬었다. 전자는 멈추지 않는 지속의 힘을, 후자는 서두르지 않는 성찰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두 힘은 오늘의 대학과 청년 세대가 가장 절실히 배워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에게 너무 자주 속도를 요구한다. 몇 살에 무엇을 해야 하고, 얼마나 빨리 성공해야 하며, 어느 시점까지 어떤 성과를 보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졸업은 정해진 나이에 끝내야 하고, 창업은 빠르게 증명해야 하며, 연구는 성과로 환산되어야 한다는 압박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UNIST 졸업식에서 한, 두 사람의 연설은 그와는 다른 말을 들려준다. 속도가 다를 뿐 멈추지 않으면 결국 도달할 수 있다는 말, 그리고 해결책보다 먼저 질문의 방향을 점검해야 한다는 말은 모두 오늘의 경쟁 사회가 잃어버리기 쉬운 지혜다.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이 자기 삶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실패와 지연, 질병과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다시 자기 일으켜 세울 것인지 배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졸업식은 단순히 감동적인 개인 서사의 모음이 아니라, UNIST라는 대학이 어떤 교육의 토양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으로도 읽힌다. 탁월한 연구 성과와 우수한 교육은 결국 사람을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사람의 태도 속에서 교육의 본질이 비로소 보인다.

졸업식은 학위를 수여하는 절차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졸업식은 사람의 내면과 시대의 질문을 함께 드러내는 장면이 되기도 한다. 이번 UNIST 학위수여식이 남긴 감동은 바로 거기에 있다. 한 사람은 고통을 통과하며 연구의 불을 지켰고, 다른 한 사람은 긴 우회를 지나 질문의 가치를 붙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진실에 이르렀다. 인생은 속도로 완성되지 않으며, 진짜 배움은 정답보다 태도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졸업은 끝이 아니라 증명이다. 얼마나 빨리 왔는가보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는가를 보여주는 증명이다. 

대학의 품격은 바로 그런 사람을 길러냈는가에서 드러난다. UNIST 졸업식의 감동은 그래서 한순간의 미담이 아니라, 교육이 끝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조용한 선언으로 남는다.

최대식
최대식 기자
cds@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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