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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코리아 뉴스]
타임즈코리아 뉴스오피니언2026. 3. 17. 오후 1:29:29

생태적 전환의 시대, 건축의 역할을 다시 묻다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서울서 ‘도시를 넘어’ 심포지엄 개최 도시는 더 이상 경계 안에 머물지 않는다

최대식 기자
생태적 전환의 시대, 건축의 역할을 다시 묻다
14일 앤더슨씨 성수에서 열린 ‘GSAPP World Actioning Summit’ 행사 전경

어디까지를 도시라고 불러야 하는가. 도로와 건물, 인구와 행정구역으로 구획된 공간만을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기후위기와 생태 전환, 인프라의 재편과 사회적 흐름의 변화 속에서 오늘의 도시는 하나의 고정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연결되고 재구성되는 관계의 장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Anderson C) 성수에서 열린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GSAPP·Graduate School df Architecture, Planning and Preservation)의 ‘World Actioning Summit’은 단순한 국제 학술행사를 넘어, 지금 건축이 무엇을 다시 질문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 상징적인 자리였다.

이번 심포지엄(symposium·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술적 모임)은 ‘Exceeding the City(도시를 넘어)’를 주제로 열렸다. 세계 건축 교육의 흐름을 이끄는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이 주최하고,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건축가, 학계 관계자, 학생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도시를 더 이상 고정된 형태의 공간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생태적 시스템과 사회적 흐름, 인프라와 문화적 감각이 교차하는 확장된 환경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건축의 새로운 역할을 논의했다.

첫 번째 대담인 ‘Politics as Ecology’에서는 Shirley Surya(M+)와 Mark Wasiuta(GSAPP)가 참여해 건축과 환경 문제를 기술적 접근을 넘어, 문화와 사회적 인식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영상 대담에서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Wang Shu와 Lu Wenyu(Amateur Architecture Studio)가 참여해 “기술 중심 시대 속에서도 건축은 인간의 삶과 감각, 그리고 전통적인 경험을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후 대담에서는 도시 정책과 생태적 설계, 건축의 생태적 전환 등 다양한 관점에서 도시와 환경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건축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해당 논의에는 홍종호(서울대학교 교수), Weiping Wu(GSAPP 교수,) Rachaporn Choochuey((all)zone), Mireia Luzarrága(TAKK), David Benjamin(The Living), Lydia Kallipoliti(ANAcycle), Philippe Rahm(Philippe Rahm architectes), Marc Tsurumaki(LTL Architects) 등이 참여해 도시와 환경, 재료와 기술, 사회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건축적 접근과 생태적 설계의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

마지막 키노트 강연에서 조민석(MASS Studies) 건축가는 도시와 한강의 관계 변화, 밤섬 프로젝트,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건축은 자연과 인프라, 사회 변화가 교차하는 환경 속에서 이질적인 요소들을 연결하는 유연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최신 건축 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심포지엄은 오늘날 건축이 더 이상 건물을 짓는 기술이나 도시의 형태를 다듬는 작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건축은 에너지 문제를 외면할 수 없고, 생태 위기의 시대에 도시계획은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더 이상 주변화할 수 없으며, 불평등과 사회적 재편의 시대에 공간은 단지 기능적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서와 감각, 권리의 문제까지 함께 품어야 한다. 그럴 때 건축은 비로소 ‘형태의 예술’에서 ‘관계의 실천’으로 넘어가게 된다.

도시를 넘어선다는 말은 도시를 버리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도시를 더 넓게 보자는 요청에 가깝다. 도시를 행정적 경계 안의 물리적 집합으로만 보지 말고, 물과 바람, 에너지와 폐기물, 노동과 이동, 기억과 감각,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함께 얽혀 있는 복합적 생태계로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건축은 더 이상 독립적인 오브제(OBgE·대상)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관계의 흐름을 조정하고, 충돌하는 조건들을 엮으며, 새로운 삶의 질서를 실험하는 일이 된다.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이 논의가 열렸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서울은 압축 성장의 상징이자 초고밀 도시의 전형이며, 동시에 하천 복원, 재개발, 문화적 재생, 인프라 노후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복합 과제가 중첩된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도시에서 ‘도시를 넘어’라는 주제를 던졌다는 것은 단지 국제적 유행어를 수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울 역시 이제는 성장과 개발, 효율과 밀도의 언어만으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전환의 국면에 들어서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건축은 이 전환의 중심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며, 무엇을 연결해야 하는가. 이번 심포지엄은 바로 그 질문을 서울 한복판에서 공론화했다.

건축 담론은 종종 너무 추상적이거나 너무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사실 건축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어디에서 살고,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공기를 마시며, 어떤 온도 속에서 일하고, 어떤 경관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가는 모두 건축과 도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 담론의 변화는 곧 삶의 방식에 관한 질문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번 심포지엄이 말한 ‘생태적 관계 속 건축’은 친환경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를 넘어, 삶을 지탱하는 다양한 조건들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공간 윤리를 요청한다.

이번 ‘Exceeding the City(도시를 넘어)’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분명하다. 건축은 더 이상 도시 안의 한 분야로 머물 수 없으며, 도시는 더 이상 건물의 집합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과 기술, 사회와 문화, 인프라와 기억, 기후와 감각이 동시에 교차하는 시대에 건축은 그 사이를 잇는 매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매개는 단순한 설계 기술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읽고 삶의 조건을 다시 조직하는 지적·실천적 감각을 요구한다.

도시를 넘어서야 할 것은 어쩌면 도시 그 자체가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오래된 사고방식인지도 모른다. 이번 심포지엄은 바로 그 사실을 서울에서, 그리고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상기시켰다.

최대식
최대식 기자
cds@timesof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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