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이 국가유산청 산하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이귀영)과 함께 약 8개월간(2025년 7월~2026년 2월)의 공간 정비를 마친 ‘한국의집’을 오는 11일 재개관했다.
1957년 국내외 귀빈을 위한 영빈관으로 설립됐던 한국의집은 지금까지 전통음식과 전통문화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미쉐린 1스타 셰프 출신의 조희숙 조리 고문과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 이수자인 김도섭 한식연구팀장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식재료와 고(古)조리서 등을 연구하며 전통 한식 보급에 힘써왔다.
2025년 국내 최고 권위의 맛집 평가서인 ‘블루리본 서베이’에서 최고 등급인 ‘리본 세 개 맛집’으로 선정됐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뽑은 ‘서울미식 100선’에도 2024년부터 2년 연속 선정되는 등 가치를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이번 공사는 한옥 본관과 별채, 야외 정원 조경 등 전체를 새롭게 단장해 한옥의 전통미를 살리면서도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재개관 이후 한국의집이 내세운 방향은 더 분명하다. 단지, ‘한옥에서 식사하는 곳’이 아니라, 고(古)조리서 연구와 제철 식재료를 토대로 궁중음식의 깊이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다이닝 공간이 되겠다는 것이다.
K-푸드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지금, 한국 음식의 해외 경쟁력은 더 이상 매운맛이나 대중적 친숙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는 한식이 얼마나 깊은 서사와 계보, 의례와 미학을 함께 담아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한국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시간의 층위를 품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무대에 가깝다. 한옥의 구조, 정원, 상차림, 궁중음식의 맥락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먹는 경험’은 ‘문화적 경험’이 된다. 이 공간의 재개관은 바로 그 수준의 전환을 겨냥하고 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의집이 음식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무료 전통 혼례와 돌잔치 지원 사업을 계속하고 있고, 재개관 이후에는 전통 한식 연구 성과를 담은 조리서 발간, 품격 있는 전통 혼례 모델 개발, 궁중 다과 브랜드 ‘고호재’를 활용한 차 제품군과 포장 상품 활성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한국의집은 음식·의례·상품·공연·관광을 잇는 복합 유산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문화정책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의 유산 공간이 보존의 언어에 더 가까웠다면, 지금의 국가유산 공간은 보존을 넘어 활용과 향유, 그리고 국제적 전달력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집이 새로 공개한 브랜드 이미지(BI) 역시 한옥의 ‘ㅁ’자 배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중심성과 확장성을 담았다고 한다. 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전통은 지켜야 할 것이지만, 동시에 오늘의 언어로 다시 디자인되어야 살아남는다.
물론 과제도 있다.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다듬으면 전통의 결이 사라지고, 반대로 원형 재현에만 집착하면 오늘의 소비자와 관광객에게 닿기 어렵다. 한국의집이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바로 이 균형이다. 궁중음식을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형 문화 자산’으로 보여 줄 수 있는지, 전통 공간을 단지 사진 찍는 명소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의 장소로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재개관은 출발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진짜 평가는 그다음 운영에서 갈릴 것이다.
한국의집은 한식과 한옥, 예법과 미감, 국가유산과 관광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차별화된 장소다. 이 공간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K-푸드가 더 넓어질 뿐 아니라, 더 깊어지는 데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세계가 한국 음식을 찾는 시대에 이제 한국은 무엇을 얼마나 맛있게 내놓을 것인가를 넘어 그 음식에 어떤 역사와 품격을 담아 보여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집의 새 출발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