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추천뉴스환경2026. 7. 10. 오후 6:50:52

산림청, ‘씨앗에서 식탁까지’ 주제로 작물 재래원종 국제심포지엄 개최

산림 내 작물 재래원종 보전·활용 전략 논의 식량안보, 생물다양성, 미래 먹거리 산업 이어주는 국제 협력 본격화

최대식 기자
산림청, ‘씨앗에서 식탁까지’ 주제로 작물 재래원종 국제심포지엄 개최
산림청은 9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제2회 산림 내 작물 재래원종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산림청(청장 박은식)은 한국임업진흥원과 공동 주최하고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주관한 ‘제2회 산림 내 작물 재래원종 국제심포지엄’을 9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개최했다다.

이번 심포지엄은 ‘씨앗에서 식탁까지(Seeds to Table): 글로벌 정책과 과학의 만남,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열렸으며, 기후변화 위기와 미래 식량안보에 대응할 핵심 유전자원인 산림 야생종자의 체계적 보전과 연구,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작물 재래원종, 즉 CWR(Crop Wild Relatives)은 작물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야생식물을 뜻한다. 쉽게 말해 오늘 우리가 먹는 작물의 기원종이거나, 그와 매우 가까운 야생 친척들이다.

예를 들어 머루는 포도와, 두메부추는 양파와 유전적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겉보기에 소박한 들풀이나 산야의 식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병해충 저항성, 가뭄 적응성, 내염성, 영양 특성 같은 중요한 유전형질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은 단순히 더 많이 생산하는 기술을 넘어, 더 강하고 더 유연한 품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의 문제로 옮겨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재래원종은 과거의 잔존물이 아니라, 미래 농업의 유전자 창고에 가깝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와 병해충 확산은 이미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고, 식량안보는 국가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의제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은 첨단기술만이 아니다. 오히려 인류가 오래전부터 자연 속에 남겨 둔 유전적 가능성, 곧 아직 재배작물로 완전히 편입되지 않았지만, 작물과 가까운 야생식물의 잠재력에 더 깊이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산림청이 ‘제2회 산림 내 작물 재래원종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후위기 속 우리의 밥상을 지키는 해법이 실험실 바깥, 숲속 야생종자 안에도 있다는 사실을 정책과 과학의 언어로 함께 확인하려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국제자연보전연맹, 국제식물원보전연맹 등 국제기구와 유관 연구기관, 정책 전문가들이 참석해 나라별 산림 야생종자 연구 현황과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공동연구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는 CWR 보전이 더 이상 한 나라의 연구 과제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유전자원의 보전과 활용 역시 국제적 협력 없이는 충분한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9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제2회 산림 내 작물 재래원종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FAO 식량농업식물유전자원국제조약(ITPGRFA)의 마리오 마리노 기술총괄 담당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그는 ‘작물 재래원종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ITPGRFA의 역할’을 주제로, 현장 중심의 재래원종(CWR) 연구 성과를 글로벌 공동정책으로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유전자원 연구는 종종 학술적 발견에 머무르기 쉽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그것이 국제 규범과 정책, 식량 시스템과 산업 전략으로 이어져야 실질적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씨앗을 지키는 일은 보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미래 식탁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국제 재래원종(CWR) 보전 전략 수립과 국가별 실행 계획에 대한 전문가 발표가 진행됐다. 특히, 후반 고위급 패널 토론에서는 ‘글로벌 정책 체계 속 지속 가능한 CWR 보전과 활용을 위한 한국의 전략’을 주제로, 보전에서 활용까지 이어지는 연구·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식량안보 대응 전략이 논의됐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역할은 단순한 참여국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 준다. 생물다양성과 산림자원이 풍부한 한국은 야생식물 연구와 보전, 활용 모델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심포지엄이 흥미로운 이유는 논의가 회의실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식전 행사로는 ‘Seeds to Table, 산림종자에서 피어난 우리의 식탁’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산 작물 재래원종을 활용한 미래의 맛(KCWR, Taste of the Future)’을 주제로 한 미식회가 열렸다. 

두메부추, 산달래, 돌콩 등 한국 산림에서 자생하는 작물 재래원종을 바탕으로 만든 독창적인 요리들이 소개됐고, 서울 월드 푸드 올림픽 대상 수상자인 신강현 학생은 울릉도 특산식물 ‘섬쑥부쟁이’를 활용한 웰빙 음식을 직접 선보였다.

유전자원 보전은 종종 연구자들만의 언어로 남기 쉽지만, 결국 그 성과가 향해야 할 곳은 우리의 식탁과 산업, 삶의 방식이다. 씨앗을 지키는 일이 미래 식품과 건강한 먹거리, 지역 식문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이번 미식회는 ‘보전’과 ‘활용’이 대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 주었다. 

숲속의 작은 야생식물이 언젠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품종이 되고, 기능성 식재료가 되며, 미래 미식 산업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은 더 이상 추상이 아니다.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그동안 축적한 한국형 작물 재래원종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야생식물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국가 생물다양성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연구혁신 재정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공동 연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의 CWR 연구가 국내 보전정책 차원을 넘어, 국제공동연구와 기술 협력의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연구 네트워크와 연결된다는 것은 연구 수준의 제고뿐 아니라, 한국형 자원 관리 모델이 글로벌 논의안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상익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산림 내 작물 재래원종은 미래 인류의 식량안보를 책임질 열쇠이자 국제적 공조를 위한 핵심 자원이다”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내외 연구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정책 체계와 발맞춰 대한민국의 산림 유전자원 관리·활용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라고 말했다.

산림 내 작물 재래원종은 더 이상 주변부 식물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유전자 자산이며, 생물다양성과 식량안보, 과학기술과 산업화를 연결하는 전략 자원이다. 과거에는 숲이 농업과 떨어진 공간처럼 여겨졌다면, 이제는 숲이 오히려 미래 농업의 해답을 품은 저장고로 읽히고 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우리 밥상은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는 자리였다. 식탁의 출발점은 시장도 공장도 아닌 씨앗이며, 그 씨앗의 더 깊은 기원은 숲속 야생종자이다. 기후위기로 기존 농업 시스템이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인류는 다시 자연 속 다양성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 사실을 정책과 과학, 국제 협력과 미식의 언어로 동시에 보여 준 뜻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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