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재단(이사장 구수환)은 남수단 현지 비영리단체 ASK Foundation과 협력해 추진한 ‘희망의 샘물 프로젝트’를 통해 남수단 모빌(Mobil) 상이용사 마을에 지하 180m 암반수를 개발하고 태양광 급수·정수시설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으로 약 3,000명의 주민이 안정적으로 깨끗한 식수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업의 절박함은 마을 주민 가즈모씨의 말이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저는 열네 살에 소년병으로 전쟁에 참전했고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아내는 하루 6시간씩 걸어 물을 길어옵니다. 저는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 짧은 말 안에는 전쟁과 장애, 빈곤과 물 부족이 한 사람의 삶 안에서 어떻게 겹쳐 있는지가 응축돼 있다. 물이 없는 현실은 여기서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이미 상처 입은 삶을 다시 옥죄는 구조적 고통이다.
물은 너무 기본적이어서, 오히려 그 소중함을 잊고 살기 쉽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 컵에 따라 마시는 물, 씻고 요리하고 살아가는 데 당연하게 쓰는 물은 일상의 배경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어떤 곳에서는 물을 얻는 일이 하루 대부분을 앗아 가는 노동이고, 물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은 생존을 위협하는 결핍이며, 가족의 고통을 눈앞에서 지켜보게 만드는 절망이 된다. 남수단 모빌 상이용사 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이태석재단이 현지 비영리단체 ASK Foundation과 함께 추진한 ‘희망의 샘물 프로젝트’를 통해 이 마을에 지하 180m 암반수와 태양광 급수·정수시설을 구축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단순한 국제 지원 사업의 결실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것은 한 마을의 식수 사정을 개선한 일이면서 동시에, 물을 구하느라 빼앗기던 삶의 시간을 다시 돌려준 사건에 가깝다.
남수단은 세계에서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제공된 내용에 따르면 수도 주바에서도 상수도 공급이 부족해 많은 주민이 물을 사서 사용하거나 먼 거리를 걸어 식수를 길어 와야 하며, 그 시간은 하루 6시간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모빌 상이용사 마을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학교와 병원, 우물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해 왔다. 다리를 잃은 상이용사가 물도 길을 수 없는 현실은 한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고통이 개인의 몸 위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보여준다.
이태석재단은 이런 현실 속에서 지하 180m까지 시추해 암반수를 확보하고, 태양광 급수·정수시설을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우물을 하나 판 것이 아니다. 깊은 지하수 확보와 태양광 기반 급수·정수시설은 식수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활 인프라를 구축해 준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원조보다 생활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이바지한 지원이다.
깨끗한 물이 처음으로 공급되자 주민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남수단 정부 5개 부처 장·차관도 통수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민과 이태석재단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장면은 생명의 샘물 선사 현장이었다.
생명의 필수 조건인 물이 들어왔을 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살아도 된다는 허락, 내일을 기대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ASK Foundation과 마을 주민들이 감사의 뜻을 담아 급수시설 저수탱크에 태극기와 이태석 신부의 초상을 함께 그려 넣은 일도 상징적이다. 그 그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의 샘물을 선물한 대한민국 국민과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한국과 남수단의 우정을 기억하는 표식이다.
물은 시설로 공급되었지만, 그 물이 상징하는 것은 관계와 연대,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된 책임의 감각이기도 하다.
남수단 대통령 특사인 아둣 살바키르 여사는 “남수단은 물 부족이 매우 심각한 나라다. 이태석 2.0 프로젝트에 큰 감동을 받았다. 정부도 필요한 모든 부분에서 적극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물 문제는 한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 단체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 현지 단체와 국제 후원 구조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이런 모델이 더 많은 마을로 퍼질 수 있다.
구수환 이태석재단 이사장은 “희망의 샘물 프로젝트는 단순히 우물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미래를 만드는 사업이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따뜻한 나눔이 남수단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마을에 생명의 샘물을 전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물은 구조물일 뿐이지만, 깨끗한 식수는 생존과 건강, 교육과 노동, 공동체의 미래를 바꾼다. 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여성과 아이들이 물을 구하는 데 쓰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질병 위험도 낮아질 수 있으며, 마을의 하루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바뀔 수 있다. 즉, 물은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조직하게 만드는 기반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이태석재단은 현재 우물 개발과 태양광 급수·정수시설 설치를 확대하기 위한 ‘희망의 샘물 프로젝트’ 후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식수 부족으로 고통받는 남수단의 더 많은 마을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사업을 계속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는 첫 결실이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나의 성공 사례가 다음 마을로 이어질 수 있을 때, 이 프로젝트는 생명의 물을 선사하는 운동이 된다.
재단은 앞으로 AI 교과서 보급, 의료 지원, 식수 지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이태석 신부의 나눔과 헌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이번 사업이 단지 물 공급이라는 단일 과제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과 의료, 기술 지원까지 포괄하는 더 넓은 국제연대의 구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빌 상이용사 마을에 생긴 것은 단지 샘물이 아니다. 그것은 하루 6시간씩 걸어야 했던 고통을 줄여 주는 시간의 회복이고, 다친 몸으로 지켜만 봐야 했던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일이며, 전쟁 이후에도 계속되던 결핍의 삶 속에 들어온 첫 번째 안정의 신호다.
물이 흐르기 시작한 자리에서 한 마을의 내일도 비로소 조금씩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이 사업은 우물을 만든 일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다시 세운 일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