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가 유명해야만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에서 해수찜을 하고, 한옥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요가를 하고, 숲을 맨발로 걷고, 오래된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도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전남관광재단과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은 지난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함평·무안·나주에서 글로벌 여성 여행자 앱 노매드헐(NomadHer)과 함께 ‘K-Wellness Tour: Salt, Steam & Sunset’을 진행하며 전남 소도시의 체류형 웰니스 관광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번 투어는 ‘2026 남부권 로컬투어랩 소도시 여행권역 육성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노매드헐은 전 세계 190개국 이상에서 6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글로벌 여성 여행자 플랫폼으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크리에이터 선발과 현장 운영, 콘텐츠 제작을 함께 지원했다.
가장 큰 특징은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기존 팸투어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2박 3일 동안 함평·무안·나주에 머물며 바다와 숲, 한옥과 고택, 지역 음식과 전통문화가 결합된 ‘쉼의 동선’을 경험했다.
첫날 함평에서는 돌머리해수욕장과 해수찜을 체험한 뒤 바다를 마주한 ‘윤슬한옥’에서 선셋 요가와 항아리 바비큐를 즐겼다. 둘째 날에는 무안 물맞이 치유의 숲에서 황톳길 맨발 걷기와 싱잉볼 테라피, 차담을 체험하고, 지역 대표 식재료인 낙지를 활용한 음식을 맛봤다.
이어 나주에서는 ‘3917마중’ 고택에 머물며 해금 연주와 나주 배를 활용한 다과를 경험했다. 마지막 날에는 빛가람 치유의 숲에서 산림치유와 약초차, 아로마 오일 만들기 등을 체험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투어에는 전 세계 397명의 지원자 가운데 콘텐츠 도달력과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선발된 글로벌 여행 크리에이터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지역의 공간과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번 투어는 지역에 이미 존재해 온 자연과 생활문화가 서로 연결될 때 새로운 관광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해수찜과 한옥, 숲길, 지역 음식, 노을 등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자원을 하나의 여행 동선 안에 엮음으로써 전남 소도시만의 고유한 쉼과 치유의 경험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투어는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관광개발과는 방향이 다르다. 이미 지역에 존재하는 자연과 생활문화, 공간과 민간 사업자를 연결해 하나의 체류 경험으로 재구성한다. 관광의 경쟁력을 ‘얼마나 많은 명소를 가지고 있는가’보다 ‘지역에 얼마나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들 수 있는가’에서 찾는 방식이다.
사업 1권역은 목포를 거점으로 나주·무안·영광·함평을 연결하며 ‘남도노을여행-머무르다 물드는 하루’를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지역 관광사업자 협의체를 중심으로 콘텐츠 발굴과 상품화, 홍보·마케팅도 이어갈 계획이다.
윤슬한옥 김미정 대표는 “우리 지역의 평범한 일상이 세계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라며 “지역 고유 콘텐츠 발굴과 해외 홍보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소도시 관광의 경쟁력은 대도시를 닮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속도와 풍경, 음식과 생활방식을 여행의 가치로 바꾸는 데 있다. 해수찜과 한옥, 고택과 숲이 각각 흩어진 자원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머무는 여행’으로 연결될 때, 지역의 일상은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