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기사랑나눔회(대표 윤종선)는 7월 30일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제34회 글그림잔치 시상식을 개최했다. 글·그림·잔치는 전국 아동·청소년이 자기 생각과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예술 행사다. 올해 주제는 ‘우리들의 영웅, 위시 히어로’였다.
영웅은 반드시 거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일 필요가 없다. 아이들의 눈에는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가족과 친구, 위험한 순간 누군가를 돕는 사람, 환경을 지키거나 사회의 문제를 바꾸려 노력하는 이들도 충분히 영웅이 될 수 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마련한 제34회 글·그림·잔치 ‘우리들의 영웅, 위시 히어로’는 바로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한자리에 모은 행사다. 어른이 정해 놓은 영웅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누가 나의 영웅인가?’, ‘어떤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작품에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다양한 영웅의 모습이 담겼다. 가족과 친구처럼 일상에서 힘이 되어주는 가까운 사람부터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존재까지 표현의 폭도 넓었다. 영웅을 힘이 센 사람이나 유명인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존재로 해석한 것이다.
이 같은 시선은 아동·청소년의 사회 인식이 생각보다 구체적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관계와 주변의 문제를 관찰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 안에 옮긴다. 따라서, 아동 문화예술 활동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는 능력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 가깝다.
작품 모집은 지난 4월 3일부터 6월 19일까지 진행됐다. 전국 236개 기관에서 총 2,302점이 접수됐다. 올해는 기존 글과 그림뿐 아니라, 입체작품도 새롭게 포함됐다. 아이들이 종이와 문장이라는 정해진 틀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자기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도록 참여 형식을 확장한 것이다.
표현 방식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아이는 글로 자신의 감정을 잘 설명하지만, 다른 아이는 색과 형태, 입체적인 표현을 통해 더 자유롭게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한 가지 방식에 아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언어를 찾도록 돕는 일이다. 입체작품의 도입은 이런 점에서 글·그림·잔치의 성격을 보다 폭넓은 창작 축제로 확장했다.
접수된 작품에 관한 평가는 외부 전문가 5인의 심사를 거쳐 총 64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에서는 작품에 담긴 아이들의 진솔한 생각과 개성 있는 표현, ‘영웅’이라는 주제를 풀어낸 창의성 등이 주요 기준으로 고려됐다.
아동·청소년 작품의 가치는 기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표현이 서툴더라도 자기 경험과 감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면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영웅’처럼 추상적인 주제를 아이가 자신의 일상과 연결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누구를 영웅으로 선택했는지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가 작품의 힘을 만든다.
배우 박서영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에는 수상 아동과 가족, 아동복지시설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수상작을 감상하고 아이들의 수상을 축하했다. 특히, 수상 아동 대표 2명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작품에 담은 이야기와 제작 과정, 소감을 발표했다.
이 과정은 시상 자체만큼 중요하다. 아이가 자기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자기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며 들어준다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동의 목소리는 종종 어른의 해석을 거쳐 전달된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아이가 직접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도록 함으로써 창작자의 목소리를 앞에 세웠다.
자기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반응을 경험하는 일은 자신감과 표현력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곧 문화예술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기 이해와 사회적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윤종선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는 “아이들이 작품을 통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어 뜻깊다”라며, “글·그림·잔치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며 성장하는 즐거운 축제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같은 주제를 받아도 서로 다른 작품을 만든다. 어떤 아이에게 영웅은 부모일 수 있고, 다른 아이에게는 친구나 사회복지사, 환경을 지키는 사람일 수 있다.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한다.
문화예술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다. 정답을 맞히는 대신 각자의 경험을 드러내고,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게 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동·청소년에게 이런 경험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형성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제34회 글·그림·잔치 수상작 전시는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영등포타임스퀘어 지하 2층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열렸다. 전시장에서는 글과 그림, 입체작품 등 다양한 형식의 수상작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동의 작품이 공공의 전시 공간에 놓이는 순간, 아이의 생각은 개인적인 표현을 넘어 사회가 함께 들여다볼 하나의 목소리가 된다. 관람객 역시 작품을 통해 오늘의 아이들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고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글·그림·잔치는 ‘영웅’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가족과 관계, 사회와 미래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을 존경하는지,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어떤 행동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한 사회의 가치관과도 연결된다.
아이들이 선택한 영웅을 살펴보는 것은 곧 다음 세대가 어떤 사회를 기대하고 있는지를 읽는 일이기도 하다. 아동·청소년에게 필요한 문화정책은 작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완성한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하며, 다른 아이의 생각과 만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글·그림·잔치는 공모와 시상, 전시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참여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행사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64명의 수상자를 가려낸 데 있지 않다. 2,302명의 아이가 자신이 생각하는 영웅과 더 나은 세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에 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미래를 가르치는 일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아이들이 그린 미래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행사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 영웅은 멀리 있지 않았다.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다른 사람을 돕고, 작은 문제라도 바꾸려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그린 영웅의 모습은 오늘의 어른들에게도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