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두 번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자발적 국가보고서(VNR, Voluntary National Review) 제출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책적 대전환을 모색하는 ‘2027 유엔 SDGs 자발적 국가보고서 제출 대응 제1차 국회 토론회’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2027년 자발적 국가보고서(VNR) 준비 과정을 점검하고, 이행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실질적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엔은 2015년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2030년까지 최소 두 차례 자발적 국가보고서(VNR)를 제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첫 번째 보고서를 제출했고, 2027년에 두 번째 보고서를 내게 된다.
문제는 이번 보고서가 단순히 형식적 갱신이나 국제사회에 대한 설명 자료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가능발전의 조건은 더 악화되고 있고, 한국의 성적표도 결코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가능발전은 더 이상 선언의 언어로만 다룰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 불평등과 민주주의의 후퇴, 지역 소멸과 기술 전환이 동시에 밀려오는 시대에 지속가능성은 국가 운영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27년 대한민국이 제출할 두 번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자발적 국가보고서는 단순한 국제 보고 절차를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분야에서 뒤처졌고 어디서 다시 전환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국가적 자기평가에 가깝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2027 유엔 SDGs 자발적 국가보고서 제출 대응 제1차 국회 토론회’는 바로 그 문제의식을 공식 의제로 끌어올린 자리였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행 지표가 과거 18위에서 2025년 기준 세계 34위로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기후행동과 생태계 보호 부문은 심각한 ‘적색경보’ 상태로 평가되며, 기존 정책 패러다임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됐다.
이 수치는 단순한 국제 순위 하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환경과 기후, 생태 전환의 핵심 영역에서는 오히려 구조적 지체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유엔 SDGs VNR 대응 한국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자리는, 보고서를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VNR이 과연 부처별 성과를 나열하는 정리 문서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국가 지속가능발전 전략 전체를 다시 짜는 계기가 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본래 개별 정책 목록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틀이다. 따라서, 보고서 작성 또한 기술적 작성 작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정치적·사회적 과정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토론회 전반을 관통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성훈 한국인권학회 부회장은 “2027년 VNR이 의례적 보고서가 아니라, 국가 지속가능성 종합 전략을 점검하는 보고서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강점을 지닌 인권·평화·민주주의 자산과 AI 기술을 결합한 독자적 국가 모델을 국제사회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지속가능발전의 경쟁력은 단순히 목표 몇 개를 달성했다는 수치가 아니라, 한 국가가 어떤 가치와 제도를 통해 미래 사회의 방향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만약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라는 정치·사회적 자산 위에 기술 역량을 결합한다면, 단순한 추격형 국가가 아니라, 새로운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또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컨트롤타워로서 국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상임위원회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보라 경찰대학교 실증법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국회의 책임과 역할을 더 직접적으로 짚었다. 그는 신규 법안과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SDGs 달성 기여도를 함께 따지는 ‘SDGs 기반 입법·예산 심사 제도화’를 제안했다.
지속가능발전은 선언문 안에서는 중요하게 언급되지만, 실제 예산과 법안 심사에서는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지속가능발전을 진짜 국가 운영의 기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입법과 예산의 문턱에서부터 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또 현행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의 실행력 한계를 지적하며, 지속가능발전기금 신설, 국가연구센터 설립, 이행 평가의 정부업무평가 의무 반영, 이해관계자 참여 숙의 공론 체계 확립 등 제도적·재정적 기반 강화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지속가능발전 논의가 왜 더 넓고 개방적인 구조를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줬다. 송오영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과장은 “VNR 준비 전 과정에 인권 기반 접근이 통합되어야 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공식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손봉희 이클레이(ICLEI, International Council For Local Environmental Initiatives) 한국사무소 부소장은 “SDGs 달성의 실질적 이행은 지역에서 이뤄지므로, VNR에는 지역의 목소리와 자발적 지역 보고서(VLR)의 내용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윤경효 이해관계자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라는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VNR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수립과 평가 전 과정에 이해관계 당사자가 참여하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공론장이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VNR 작성을 담당하는 황순환 국무조정실 지속가능발전추진단 사회팀장은 “토론회 말미에 정부 주도의 칸막이식 작성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사회와 청년 등 전 국민이 참여하는 숙의 공론장을 운영해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제1차 국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회와 시민사회는 2027년 VNR 제출 시점까지 정부의 준비 과정을 자세히 감독하고, 지속가능발전 관련 입법 및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유엔 SDGs VNR 대응 한국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는 올해 4월 2일 여성, 장애인, 청년, 기업, 노조, 어민, 마을 조합, 학회, 환경단체 등 31개 전국 연대조직 및 단체들이 함께 발족한 연대체로, 정부의 VNR에 대응해 정책 제안을 하고, ‘유엔 SDGs VNR 대응 이해관계자 독립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