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승수),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오명영)와 함께 8월 5일부터 전국 지역 서점 70곳에서 하반기 ‘문화요일 수요일×심야책방’을 운영한다. 참여서점은 서울·경기 35곳, 강원 2곳, 충청 5곳, 전라 8곳, 경상 15곳, 제주 5곳이다.
각 서점은 매주 수요일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지역 특성과 서점의 전문성을 살린 총 380개의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동네서점의 위기는 단순히 책 판매량 감소의 문제만은 아니다. 온라인 구매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지역 서점이 어떤 이유로 다시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제 서점은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이 만나고 지역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하반기 프로그램의 특징은 책을 다른 문화 활동과 적극적으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강원 강릉의 ‘강다방 이야기공장’은 지역 영화인들과 책을 읽고 영화를 감상한 뒤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가 끝난 뒤, 책이 시작되는 밤’을 운영한다.
전남 목포의 ‘포도북스’는 지역 독립영화제와 연계해 영화감상법을 소개하고, 목포의 근대 문화유산과 야경을 책과 사진으로 만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자연과 운동, 요리도 책과 만난다. 경기 수원의 탐조 전문서점 ‘탐조책방’에서는 인근 서호에서 새를 관찰한 뒤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책갈피를 만든다. 안산의 ‘생활관’에서는 명상과 달리기를 다룬 책을 읽은 뒤 실제로 명상과 가벼운 움직임, 천천히 달리기를 함께한다.
부산 ‘인디고 서원’에서는 인문학 강의와 건강한 음식 만들기를 연결한다. 이 밖에도 시 낭독회와 북바인딩, 그림책과 향을 결합한 체험 등이 진행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독서를 반드시 책상 앞에서 해야 하는 활동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읽은 내용을 걷고, 보고, 만들고, 이야기하는 경험으로 확장한다.
이번 사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모든 서점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여서점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한다. 탐조 전문서점은 새를 관찰하고, 지역 영화를 다루는 서점은 영화와 도시의 기억을 연결한다.
대형 플랫폼이 제공하기 어려운 지역 서점의 경쟁력도 바로 이런 ‘작은 전문성’에 있다. 온라인서점은 수많은 책을 빠르게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지만, 동네서점은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취향과 지역의 사람·장소를 연결할 수 있다. 책을 매개로 지역 주민이 반복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지역 서점 정책이 단순히 경영난을 보조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각 서점의 전문성과 콘텐츠 제작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국 70개 지역 서점에서 영화와 여행, 예술 등을 책과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참여자 1,508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소중했다”, “책방에서 작가를 만나며 책과 서점에 가까워졌다”, “동네서점 프로그램이 일상의 위로가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는 지역 서점의 역할이 단순한 책 구매처보다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독서는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책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사회적 활동으로 확장된다. 특히, 혼자 책을 읽기 어려운 사람에게 정기적인 모임과 프로그램은 독서 습관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매주 수요일 운영시간을 연장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직장인이나 학생에게 평일 낮의 문화 프로그램은 접근하기 어렵다. 퇴근과 수업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을 확보하면 서점의 이용자층을 넓힐 수 있다.
‘심야책방’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늦게까지 문을 연다는 의미보다 생활시간과 문화 소비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공공도서관이나 문화시설이 문을 닫은 뒤에도 지역에서 잠시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날 공간이 있다면 동네의 야간 문화환경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장시간 운영에 따른 서점주의 업무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프로그램 운영비와 인력 지원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지난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참여서점을 공모해 70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서점에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문화활동비 등이 서점별 최대 280만 원까지 지원된다.
이 같은 지원은 소규모 서점이 자체 비용만으로 하기 어려운 작가 초청이나 강연,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 기간 이후에도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좋은 프로그램이 새로운 방문객과 단골을 만들고, 다시 책 구매와 유료 프로그램 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때 지역 서점의 장기적인 자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반기에는 네이버와 협력한 ‘심야책방 네이버 기획전’도 새롭게 운영된다. 기존에는 참여자가 각 서점의 정보를 직접 찾아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했다. 그러나 8월 17일부터 네이버에서 ‘심야책방’을 검색하면 가까운 참여서점의 위치와 프로그램을 한눈에 확인하고 바로 예약할 수 있다.
지역 서점 정책에서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사람들이 모른다’라는 점이다. 특히, 평소 동네서점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에게는 어떤 서점이 어디에 있고,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지 알아내는 것 자체가 장벽일 수 있다.
대형 검색 플랫폼과 연결하면 이 발견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지역 서점의 약점인 낮은 정보 접근성을 디지털 플랫폼이 보완하는 방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개별 서점이 특정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고객 관계와 커뮤니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현 문화미디어산업실장은 “일주일의 한가운데인 수요일에 가까운 동네서점을 찾아 책과 문화를 즐기며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얻기를 바란다”라며, “지역 서점의 개성과 전문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이 책과 친숙해질 수 있는 경험을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독서문화 정책은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이 책을 발견하는 경로가 다양해졌고, 영상과 온라인 콘텐츠와 경쟁하는 환경에서는 독서에 진입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새를 관찰한 뒤 관련 책을 찾아볼 수도 있다. 달리기나 요리, 향과 그림책을 통해 책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책을 다른 문화와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 경험의 한가운데에 다시 놓는 일이다.
동네서점의 미래를 온라인서점과의 가격·배송 경쟁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지역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책을 추천하는 사람과 직접 대화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주민과 만나며,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책과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요일 수요일×심야책방’은 지역 서점을 이 같은 생활권 문화 거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성과 역시 프로그램 개수와 참가자 수만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서점을 찾는지, 새로운 독서 모임이나 지역 커뮤니티가 이어지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네서점은 규모에서는 대형 플랫폼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지역의 기억과 사람, 취향을 연결하는 밀도에서는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요일 밤, 불을 밝히는 70개의 책방이 단순한 행사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반복해서 찾는 ‘동네의 문화적 거실’이 될 수 있다면, 심야책방의 진정한 성과도 거기에서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