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승수)과 함께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2026년 케이-북 저작권마켓’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내 출판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올해로 8회를 맞는다.
한 나라의 책이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번역 출간 몇 권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의 이야기와 감수성, 상상력과 질문이 국경을 넘어 다른 언어권의 독자와 만난다는 뜻이며, 나아가 그 이야기들이 영화와 드라마, 웹툰과 게임, 교육과 플랫폼 산업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케이-북’의 해외 진출은 출판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콘텐츠 산업 전체의 기반을 넓히는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여는 ‘2026 케이-북 저작권마켓’은 바로 그 가능성을 수출의 언어로 구체화하는 현장이다. 책 한 권의 수출이 더 이상 종이책 한 권의 거래로만 끝나지 않는 시대, 케이-북은 이제 세계 콘텐츠 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출발점 위에 서 있다.
‘케이-북 저작권마켓’은 우리 출판콘텐츠의 도서 수출은 물론 지식재산권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콘텐츠 기업 간 B2B 상담 행사다. 행사장에서는 국내외 참가사 간 일대일 수출 상담, 전문가 수출 컨설팅, 국내외 참가사 교류 행사 등이 진행된다.
또, 각 해외 출판사에는 원하는 언어권의 통역사가 지원돼 보다 실질적이고 밀도 있는 상담이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국내사의 투자유치 설명회와 해외 세미나는 사전 온라인으로 운영해, 본행사 현장에서는 참가사들이 오롯이 수출 상담과 네트워킹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 31개국에서 100개 해외 기업이 참가해 국내 100개 회사와 1대1 맞춤형 수출 상담 1,850여 건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국내 99개 회사와 해외 98개 회사가 참여해 총 1,708건의 상담과 약 8,620만 달러 규모의 상담액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이희주의 『성소년』이 미국과 폴란드에, 구병모의 『절창』이 영국·이탈리아·일본에, 김금희의 『식물적 낙관』이 러시아와 튀르키예에,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스페인에,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미국·브라질·튀르키예에, 황보름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그리스·이스라엘·불가리아 등에 계약된 사실은 케이-북이 이제 특정 지역이나 일시적 유행에 기대지 않고 다양한 언어권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수출 성과는 단지 몇몇 베스트셀러의 성공으로만 볼 수 없다. 오히려 세계 출판시장에서 한국에서 창작한 서사가 어떤 폭과 결을 가지고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에 가깝다. 문학 작품뿐 아니라, 치유 서사, 감성 에세이, 사회적 질문을 담은 이야기들이 여러 나라의 편집자와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읽히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북이 더 이상 한류의 주변 장르가 아니라, 케이-콘텐츠의 뿌리이자 독자적 수출 자산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올해 행사에 참여하는 해외 기업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영미권 대표 출판사인 펭귄 랜덤하우스, 하퍼콜린스, 아셰트를 비롯해 일본 쇼가쿠칸과 각켄, 이탈리아 리촐리, 프랑스 알뱅 미셸, 러시아 엑스모 등 각국 대표급 출판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대륙별로는 아시아·오세아니아 12개국 57개 회사, 유럽 14개국 34개 회사, 북미·중남미 3개국 6개 회사, 아프리카·중동 2개국 4개 회사가 참가한다. 또한, 과테말라, 체코, 포르투갈, 레바논 등 4개국이 새롭게 참여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신규 참가국의 확대는 케이-북이 기존의 동아시아·영미권 중심을 넘어 유럽과 중남미, 중동 등으로 저변을 넓혀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수출 규모 그 자체만이 아니라, 한국 출판콘텐츠가 어느 대륙, 어떤 언어권, 어떤 산업군과 연결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저작권마켓은 바로 그 연결망을 더 촘촘하게 넓히는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 주목할 변화는 참가기업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데 있다. 올해는 전통적인 출판사와 에이전시뿐 아니라, 방송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 웹툰·웹소설 플랫폼, 콘텐츠 제작사 등도 참여한다. 이는 케이-북 수출이 더 이상 종이책 판권 거래에만 머무르지 않고, 2차 콘텐츠 사업화의 출발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이제 하나의 완결된 상품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원천 지식재산권(IP)으로 읽히고 있다.
오늘의 콘텐츠 산업에서 책은 종종 가장 늦게 소비되지만, 동시에 가장 오래 남는 원천이기도 하다. 하나의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에세이가 교양 콘텐츠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림책이 애니메이션이나 전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케이-북의 국제 경쟁력은 독서 시장 안에서만 평가될 수 없다. 오히려 영상·플랫폼·디지털 콘텐츠 산업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느냐가 앞으로 더 큰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저작권마켓에 방송사와 OTT,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함께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담 분야 역시 문학과 아동 그림책에 머물지 않고 비문학, 만화, 전자출판으로 확대된다. 이는 한국 출판콘텐츠가 단일 장르 중심 수출에서 벗어나 훨씬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세계 시장에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문학은 여전히 중요한 축이지만, 만화와 디지털 출판, 비문학 분야의 확장은 케이-북이 독자의 취향 변화와 플랫폼 변화에 따라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다.
행사 마지막 날 해외 참가기업들이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을 찾도록 연계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저작권마켓이 단순한 호텔 상담회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한국 출판 현장의 분위기와 시장성을 직접 체감하도록 동선을 설계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담실 안에서의 거래 가능성과 현장에서의 감각은 다르다. 해외 기업이 서울국제도서전까지 함께 둘러보게 되면 한국 출판 생태계의 넓이와 활력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추가 상담이나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현 문화미디어산업실장은 “‘케이-콘텐츠’의 뿌리인 ‘케이-북’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 행사가 실질적인 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뻗어나가길 기대한다”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으로도 케이-북의 해외 진출과 저변 확대를 위해 대륙별·분야별 맞춤 지원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케이-북이 지속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책을 해외에 알린다’라는 수준을 넘어, 어느 시장에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저작권마켓은 그 전략이 실제 현장에서 시험되는 장이기도 하다.
전 세계 31개국 출판·콘텐츠 기업이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은 단순한 행사 규모의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의 책과 서사가 이제 국제 콘텐츠 시장에서 충분히 거래할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케이-북의 길은 아직 더 넓어질 수 있다. 한 권의 책이 국경을 넘고, 그 책이 또 다른 콘텐츠의 씨앗이 되는 순간, 출판은 더 이상 가장 느린 산업이 아니라, 가장 깊은 원천 산업이 된다. 이번 ‘2026 케이-북 저작권마켓’은 바로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로 기록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