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유전자 검사처럼 나무도 DNA를 통해 부모와 후손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은 국내 주요 활엽수인 상수리나무의 수형목과 가계를 식별할 수 있는 핵심 DNA 마커를 개발하고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우수한 나무의 혈통을 더 정확하게 관리함으로써 산림 육종과 종자 생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상수리나무는 국내 산림에서 널리 자라는 주요 활엽수로, 예로부터 목재와 골목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 산림당국은 1965년부터 전국에서 생장과 형태 등이 우수한 수형목 200여 그루를 선발하고, 이들로부터 우수 종자를 생산하는 채종원과 후손의 유전적 특성을 평가하는 차대검정림을 조성해 왔다.
산림 육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좋은 나무를 골라내는 것만이 아니다. 선발된 수형목의 후손을 차대검정림에 심고 성장 특성을 관찰해 실제로 우수한 유전형질이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이 나무가 어느 어미나무에서 나온 후손인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핵심이다. 가계 정보가 잘못 기록되면 아무리 오랜 기간 생장을 조사해도 어떤 수형목의 유전적 특성이 우수한지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러한 가계 관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상수리나무의 핵 유전체 정보에서 약 4만 5,000개의 DNA 변이 영역을 탐색했다. 이 가운데 100개 후보를 1차로 선별한 뒤 검증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가계 식별에 적합한 19개의 핵심 SSR 마커를 개발했다.
SSR 마커는 개체마다 차이를 보이는 특정 DNA 영역을 이용해 유전적 특성을 구분하는 표지다. 이번에 개발된 19개 마커를 활용하면 상수리나무 개체와 가계의 유전적 차이를 더욱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
이는 채종원에서 관리 중인 수형목과 그 후손의 이력을 확인하고, 차대검정림에서 진행하는 유전검정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수한 형질을 가진 계통을 더욱 정밀하게 선발해 산림 육종에 걸리는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술은 산림 육종의 방식이 외형과 생장 관찰 중심에서 DNA 정보를 함께 활용하는 정밀 육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나무는 농작물보다 생육기간이 길어 한 세대의 유전적 성능을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기술은 장기적인 육종 연구의 효율성을 좌우할 수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자원연구과 오창영 과장은 “이번 특허 출원은 상수리나무 수형목 및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확보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종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산림 자원의 가치를 높여가겠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19개의 DNA 마커를 확보했다는 숫자에만 있지 않다. ‘좋은 나무’를 눈으로 선발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그 우수성이 어느 계통에서 왔고 후손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유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있다. 산림 육종이 더 정밀해질수록 우수 종자의 생산과 공급 역시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