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이다. 계절은 어느새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 성큼 다가와 있다. 햇살은 한층 선명해졌고, 바람 끝에도 여름의 기운이 묻어난다. 바로, 이 무렵, 길가와 들녘에서 반갑게 만나게 되는 꽃이 금계화다. 노란 햇살을 그대로 꽃잎에 담아 놓은 듯한 금계화는 여름으로 들어서는 길목을 환하게 밝혀주는 정겨운 꽃이다.
금계화는 햇볕만 잘 들면 어디서든 씩씩하게 자라난다. 그래서 도시의 산책길에서도, 시골 들길에서도, 바닷가 언덕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고 반갑다. 화려하게 뽐내려 하기보다 밝고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사람의 마음을 먼저 열어 주는 꽃이라고 할 만하다. 노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이웃집 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금계화라는 이름에도 흥미로운 뜻이 담겨 있다. 금계화(金鷄花)는 ‘황금빛 닭(金鷄)’을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름처럼 꽃은 선명하고 따뜻한 황금빛을 띠며,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붙든다. 그래서 금계화가 피어 있는 길은 그 자체로 계절의 표정이 된다.
봄에는 벚꽃이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를 맞이했고, 벚꽃이 진 뒤에는 이팝나무꽃이 하얀 숨결로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그리고 이제 여름으로 건너가는 길목에서는 금계화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긴다.
업무차 지나던 시골 바닷가에서 만난 금계화 꽃길은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푸른 바다와 짙어지는 초여름 하늘, 그리고 그 곁에서 환하게 피어난 노란 꽃길이 어우러지자, 마치 오래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눈앞에 되살아났다.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함께 지낸 동무들을 우연히 만난 듯한 반가움과 정겨움이 마음 깊은 곳에서 번져 나왔다.
금계화는 이렇게 화려한 말은 없어도, 계절의 기쁨을 화사하게 전해 준다. 흔해서 더 반갑고, 소박해서 더 오래 기억되는 꽃이다. 바닷가에서 만난 햇살 같은 노란 꽃잎은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지나온 시간의 따뜻한 추억까지 함께 불러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