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장관 정동영)는 청년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미래 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평화경청 대학 현장(ON 캠퍼스)’ 사업을 새롭게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통일부 한반도평화경청단이 전국 각 대학을 직접 찾아가 청년들의 의견을 현장에서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통일부는 이를 통해 청년들이 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주체로 참여할 기회를 만들고, 청년 대상 지속적 소통 창구로 정례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첫 행사는 7월 2일 경희대학교에서 열렸다. 통일부는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 등 다양한 대학생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공존과 청년의 삶’을 주제로 진솔한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한반도의 미래와 통일의 필요성, 청년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소통 방식 등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통일과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오랫동안 국가 전략과 안보 담론의 언어로 설명됐다. 그러나 정책은 아무리 중요해도 그것을 살아갈 세대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점점 멀어진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 통일은 종종 교과서 속 개념이거나, 너무 멀리 있는 미래의 문제처럼 느껴지기 쉽다. 그 거리감은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무관심은 다시 정책과 세대 사이의 단절을 키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청년이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먼저 듣는 일이다. 통일부가 ‘평화경청 대학 현장(ON 캠퍼스)’ 사업을 새로 마련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책이 청년을 찾아가고, 대학 캠퍼스에서 직접 목소리를 듣겠다는 방식 자체가 통일정책의 소통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통일정책을 둘러싼 대화의 위치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마련한 기존의 소통 채널이 정책 설명회나 의견 수렴 회의의 성격을 가졌다면, ‘ON 캠퍼스’는 아예 청년의 생활 공간으로 들어가는 형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장소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청년이 관공서나 행정의 장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청년의 공간으로 직접 이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은 “정책은 멀리 있고 삶은 따로 있다”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좁혀 줄 수 있다.
이날 논의의 핵심 주제였던 ‘한반도 평화공존과 청년의 삶’이라는 표현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통일 담론이 국가 안보나 역사적 당위 중심으로 설명되었다면, 이번에는 청년의 삶과 평화공존을 함께 묻는 방향으로 의제가 설계됐다.
이는 통일을 더 이상 추상적 이념이나 거대 담론으로만 다루지 않고, 청년이 실제로 살아갈 사회의 조건과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 중요하다’라는 선언보다, 그것이 나의 일자리와 안전, 사회문화, 생활 환경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이기 때문이다.
참석한 다수의 학생은 청년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 점 자체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또, 오늘 행사에서 청년의 주권이 존중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 이런 기회를 더 확대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년세대가 통일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진단은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말할 기회와 언어가 부족했던 것일 수도 있다. 정책이 청년을 향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만큼, 청년도 정책을 자기 문제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행사는 그 틈새를 메우는 작은 실험으로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제시한 구체적인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신창훈 총학생회장은 “통일편익과 통일비용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제공되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한수연 부총학생회장은 “청년세대가 통일을 가까이 인식할 수 있도록 통일 관련 주요어를 알기 쉬운 내용으로 만들어 전하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양아현 학생은 “통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고, 서동현 학생은 “청년, 나아가 국민 대상 경청대화가 통일부의 주안점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 청년들이 원하는 통일정책 소통의 방향은 무엇인가.
첫째,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 통일의 편익만 강조하거나 비용만 과장하는 식의 일방적 설명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둘째, 언어는 쉬워야 한다. 정책 용어가 어렵고 멀수록 청년의 거리감은 커진다.
셋째, 토론의 폭은 넓어야 한다. 통일에 대한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서로 다른 생각이 논의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넷째, 경청은 부수적 절차가 아니라 정책의 중심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학생들의 제안은 단순한 현장 반응을 넘어, 통일정책의 소통 철학 자체를 다시 묻는 말이기도 하다.
통일부는 이 밖에도 청년세대와의 소통을 다각화하고 청년이 체감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내 청년 수습 직원과 인턴을 대상으로 한 ‘청년 수습 직원(인턴) 정례대화’를 지난 6월 신설해, 의견수렴 회의와 체험 행사를 매월 2회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통일부 청년 인력 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한반도 평화공존에 관한 의견을 지속해 제시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이 구조를 보면 통일부는 청년과의 소통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다층적 구조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인턴 정례대화’와 ‘청년 인력 모임’이 내부와 반내부의 안정적 소통 기반이라면, 이번 ‘평화경청 대학 현장(ON 캠퍼스)’은 외부 현장으로 확장된 창구에 가깝다.
통일부 자체도 이를 두고 앞선 두 제도가 소통의 단단한 기반이라면, ‘ON 캠퍼스’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정책을 채워나가는 확장형 창구라고 설명했다.
청년 정책이 효과를 가지려면, 청년을 하나의 집단으로 뭉뚱그려 상상하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접점을 가져야 한다. 학교 안의 청년, 행정 현장을 경험하는 인턴,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전문가의 문제의식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소통 창구도 복수로 존재해야 하고, 그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연결하고 반영할지가 중요하다. 통일부가 이런 다층적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다. 청년과 대화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나온 제안이 실제 정책 언어와 사업 설계, 홍보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는가이다. 경청은 듣는 것으로 끝나면 쉽게 피로를 남긴다. 반대로 듣고 난 뒤 무엇이 바뀌었는지가 보일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 청년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려면, 자기 말이 실제로 반영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통일부는 경희대학교 학생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대학생의 제안을 엮어 청년들과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소통의 장을 더욱 확대·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 계획이 현실에서 힘을 가지려면, 통일정책의 문법 역시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 설명보다 경청이 앞서고, 당위보다 체감이 중요해지며, 정답 제시보다 질문의 공유가 더 중요해지는 방식 말이다. 청년에게 통일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한반도에서 살아가게 될 것인가라는 문제로 다가와야 한다.
‘평화경청 대학 현장(ON 캠퍼스)’은 청년에게 통일을 가르치는 사업이라기보다, 통일정책이 청년의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책은 말하는 힘으로도 움직이지만, 오래가는 정책은 듣는 힘에서 시작된다.
통일부가 이번 사업을 통해 정말 청년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그 말들을 정책의 문장으로 바꾸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통일정책은 비로소 미래 세대의 삶과 좀 더 가까운 자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