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성패를 경기 기간의 흥행만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경기장이 대회 이후에도 시민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스포츠가 기술·복지·도시재생·평화와 연결될 때 올림픽은 비로소 장기적인 사회적 자산이 된다.
서울올림픽 이후 남겨진 유산을 어떻게 다음 세대의 가치로 발전시킬 것인지 논의하는 국제포럼이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하형주)이 주최하는 ‘서울올림픽레거시포럼 2026’이 10월 13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개막했다. 행사는 15일까지 이어지며 국내외 스포츠 전문가와 국제 스포츠기구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여했다.
올해 주제는 ‘더 포용적인 미래를 위한 올림픽레거시(Olympic Legacy for an Inclusive Future)’다. 경기장과 시설처럼 눈에 보이는 올림픽 유산뿐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축적된 사회적 가치와 국제적 연대, 미래세대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까지 논의 범위를 넓혔다.
개회식에서는 하형주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의 개회사와 조현재 한국올림픽유산협회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서울선언’을 통해 올림픽 정신의 계승과 지속 가능한 발전, 포용적 미래를 위한 공동의 의지를 공유했다.
논의 주제도 과거의 올림픽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넥스트 레거시: 올림픽 인프라의 사후 활용과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경기장과 관련 시설을 대회 이후 어떻게 지속해 활용할 것인지 살펴봤다.
‘AI와 데이터가 만드는 올림픽의 미래’에서는 스포츠와 첨단기술의 결합을 다뤘으며, ‘AI 시대, 패럴림픽의 미래와 인간 한계의 확장’에서는 기술 발전이 장애인 스포츠와 선수의 경기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도 논의했다.
‘아·태 올림픽 개최 도시의 공간 재생 전략과 상생형 레거시’ 세션에서는 올림픽 시설과 도시공간을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올림픽 시설이 대회 후 이용률이 낮은 공간으로 남지 않고, 지역 주민의 일상과 도시 발전에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특별세션에서는 국제올림픽아카데미(IOA)와 국제올림픽휴전센터(IOTC) 관계자들이 참여해 ‘인간, 기술을 넘어 평화로: 서울올림픽 정신의 현대적 재해석’을 논의했다. 기술과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도 올림픽이 지닌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가 핵심이다.
14일에는 올림픽공원의 경기장과 조각 작품을 살펴보는 ‘서울올림픽레거시투어’가 진행됐으며, 15일에는 국립스포츠박물관 개관식과 연계한 일정도 이어졌다. 포럼은 유튜브로도 생중계돼 해외 참가자들이 댓글과 질문을 통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포럼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올림픽 유산을 과거 대회의 흔적으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산으로 활용할 것인지다.
올림픽 레거시는 경기장이나 메달, 기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기장이 시민의 공간으로 다시 쓰이고, 스포츠 데이터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며, 패럴림픽이 포용의 범위를 넓히고, 올림픽 정신이 평화와 연대로 이어질 때 유산은 현재형이 된다.
서울올림픽의 진정한 유산 역시 1988년을 얼마나 잘 기억하느냐보다 그때 남겨진 자산과 정신을 오늘의 문제와 미래세대에 어떻게 다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