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관장 용석원)은 담수 미생물을 활용해 이차전지 폐기물에서 핵심 원료인 리튬을 90% 이상 회수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미생물 배양액과 유기산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존 황산 처리 방식보다 높은 금속 회수 성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배터리 재활용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보급이 확대되면서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주요 광물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역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국가 산업 전략의 문제이기도 하다. 외부 환경 변화나 국제 정세에 따라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국내에서 자원을 다시 확보하는 일은 곧 자원 안보의 문제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2025년부터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확보한 담수 미생물자원을 대상으로, 폐배터리 블랙파우더 안에서 리튬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미생물을 탐색해 왔다. 블랙파우더는 폐배터리를 물리적으로 분쇄해 얻은 검은색 분말로,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금속이 포함된 배터리 재활용의 핵심 원료다.
다시 말해 블랙파우더는 버려진 배터리의 잔해가 아니라, 제대로 처리하면 미래 산업의 자원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번 탐색 결과, 연구진은 기존 황산 처리 방법보다 더 높은 금속 회수 성능을 보이는 미생물인 아스퍼질러스 루추엔시스를 찾아냈다.
해당 균주의 배양액을 활용한 실험에서는 폐배터리 블랙파우더 내 리튬을 최대 90.3%까지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황산 처리 조건과 비교해 약 9~23% 높은 수준이며, 실험은 80도 조건에서 2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수치는 단순한 실험 성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폐배터리 금속 회수는 주로 황산 같은 강한 화학약품을 활용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물론, 이 방법은 산업적으로 널리 활용됐지만, 화학약품 사용량과 처리 과정의 부담, 환경적 비용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생물 기반 회수 기술은 자원 재활용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얼마나 많이 회수하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얼마나 덜 해롭게 회수하느냐가 앞으로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미생물이 환경 기술과 자원순환 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 보여 준다. 미생물은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로는 거대한 산업 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자연계에서 유기물을 분해하고 물질순환을 이끄는 미생물의 능력을 산업에 적용하면, 기존 화학 공정을 더 친환경적으로 바꿀 여지가 생긴다. 이번 연구는 바로 그 가능성을 폐배터리 재활용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스퍼질러스 루추엔시스를 활용한 폐이차전지 유가금속 회수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이달 중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연구 성과가 단순한 논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술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것은 공공 연구기관이 보유한 생물자원이 환경과 산업, 자원순환 분야에서 구체적 기술로 이어지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생물이 생산하는 유기산을 활용한 유가금속 회수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생물 기반 기술이 좋은 성과를 보이더라도, 산업 현장에서 실제 도입되려면 공정 단순화와 활용 편의성이 중요하다. 모든 사업장이 대규모 미생물 배양시설을 갖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생물 자체뿐 아니라, 미생물이 생산하는 유기산을 활용하는 방식은 산업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접근은 기술 상용화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친환경 기술은 종종 실험실에서는 뛰어나지만, 현장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처음부터 산업 현장의 활용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생물학적 발견을 넘어 공정 혁신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분야인 만큼, 이런 친환경 공정 기술이 현장에 안착한다면 파급력도 클 수 있다.
정유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용기술개발실장은 “이번 특허 기술이 황산과 같은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면서 리튬 자원의 재활용 가치를 높이고,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활성화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앞으로 기술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지속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원을 다시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방식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리튬 회수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하지만,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 더해질 때 이 기술은 한층 더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오늘날 자원순환은 더 이상 환경 분야만의 의제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정책이고, 공급망 전략이며, 기술혁신의 문제다. 폐배터리 안에 남은 광물을 얼마나 잘 회수하느냐는 곧 전기차와 에너지 산업의 다음 경쟁력과 연결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친환경적일수록, 재활용 산업 전체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의 연구 성과는 폐배터리를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다시 꺼내 쓸 자원의 저장고’로 보는 관점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연이 가진 미생물의 힘을 산업 공정으로 번역해 냈다는 점에서, 생물자원 연구가 환경과 산업의 접점에서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도 보여 준다.
폐배터리 재활용의 미래는 단지 더 빨리, 더 많이 회수하는 데만 있지 않다. 얼마나 깨끗하게,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되살리느냐에 그 진짜 승부처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