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7월 12일부터 17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시아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한 ‘2026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를 17일 수료식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연수에는 전 세계 한글학교 교사 256명이 참가해 한글학교 표준교육 과정을 기반으로 한 실습 중심 교육을 받았고, 각국 한국어 교육자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교수 전문성을 높였다.
이번 연수의 의미는 숫자보다 맥락에서 더 분명해진다. 현재 재외동포의 정체성 함양과 한국어 교육을 위해 운영되는 한글학교는 전 세계에 1,470여 개에 이른다. 이 많은 학교가 각기 다른 조건과 환경 속에서 수업을 이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한글학교가 단순한 보조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실상 세계 곳곳의 한국어·정체성 교육 거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만큼 현장의 어려움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학생의 언어 수준 차이, 교재 부족, 지역별 교육 여건 차이, 한국 역사·문화 수업 자료의 한계 같은 문제는 한글학교 교사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초청 연수는 바로 그런 현장성을 반영해, 이론보다 실습에 무게를 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가자들은 먼저 13일 재외동포청이 교육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 개최한 ‘2026 세계 한국어 교육자 통합연수’에 참여했다. 한글학교와 세종학당, 해외 정규학교, 해외 대학 등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활동하는 한국어 교육자 약 550명이 한자리에 모여 기관별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토크콘서트와 특강을 통해 교육 현장의 경험과 협력 방안을 나눴다.
이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한국어 교육이 더 이상 개별 기관의 독립적 실천이 아니라, 해외 한인사회와 공공기관, 학문기관이 함께 만들어 가는 국제적 교육 생태계라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14일과 15일에는 한글학교 표준교육 과정을 기반으로 한 수준별 말하기·쓰기 수업, AI 활용 수업, 역사·문화 체험 수업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교수법 연수가 이어졌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다. 한글학교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교육 담론보다, 교실에 돌아가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제 수업 전략일 때가 많다.
특히, 학습자 간 수준 차이가 큰 해외 한글학교 환경에서는 수준별 수업 구성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말하기와 쓰기를 어떻게 나누어 가르칠 것인지, 다양한 나이와 한국어 실력을 지닌 학생들에게 어떻게 같은 시간 안에서 다른 접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훈련은 현장 교사에게 곧바로 도움이 되는 자산이 된다.
여기에 AI 활용 수업이 포함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글학교 교육 역시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AI는 단순히 기술을 보여 주는 도구가 아니라, 수업 자료를 빠르게 구성하고, 수준별 예시를 만들고, 글쓰기와 말하기 활동을 풍성하게 하는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자료가 부족한 해외 교육 현장에서는 AI 활용 역량이 교사의 준비 부담을 줄이고 수업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실제로 이바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수는 그 점을 반영해 한글학교 교실의 미래를 단지 전통적 방식의 수업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 속에서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향까지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수 기간에는 교육 내용만이 아니라, 정책 반영을 위한 간담회도 함께 열렸다. “동포청과 함께하는 지역별 간담회”에서는 맞춤형 교육 자료 개발과 표준교육 과정 운영 과정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방안도 논의했다.
또 올해 처음 열린 “한글학교협의회장 간담회”에서는 한글학교 발전 방향, 협의회 간 교류 활성화, 재외동포청과의 소통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교사 연수는 종종 한 방향의 전달형 행사로 끝나기 쉽지만, 이번 연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 설계와 연결하려는 구조를 함께 마련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교육 정책은 책상 위에서만 완성될 수 없다. 특히, 해외 한글학교처럼 국가마다, 도시마다, 학교 규모마다 상황이 크게 다른 영역에서는 현장 의견이 빠지면 제도가 현실과 어긋나기 쉽다. 맞춤형 교육 자료의 필요, 표준교육 과정의 실제 적용상 어려움, 지역별 네트워크 문제 같은 것은 현장 교사들이 가장 선명하게 알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번 간담회는 그 문제를 단순 청취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정책의 언어로 번역해 보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참가자들은 모국의 역사와 문화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현장 체험에도 참여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와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를 찾아 우리 생활문화와 전통 건축을 살펴보고, 역사·문화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소재를 발굴했다. 이어 경기도 연천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는 분단의 현실과 평화·통일의 의미를 체감하며 학생 눈높이에 맞는 통일교육 방안도 익혔다.
이런 현장 체험은 한글학교 교육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한글학교는 언어 교육기관이지만, 동시에 문화와 역사, 정체성 교육의 공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문법 지식을 쌓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언어 안에 담긴 삶과 문화, 역사적 기억을 함께 이해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교사에게도 언어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한국의 생활문화와 전통, 역사적 맥락을 수업으로 풀어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번 현장 체험은 바로 그런 수업 자원을 확장해 주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연수 마지막 날인 17일 수료식에서는 6일간의 연수 성과를 돌아보고, 각자의 한글학교 현장에서 배운 내용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영국 캠브리지 한글학교 교사 박미정 씨는 학습자 간 한국어 수준 차이 때문에 수업 구성에 고민이 많았는데, 분과 수업을 통해 다양한 교수법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고, 세계 각국 교사들과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사에게 가장 큰 힘은 지식을 더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슷한 문제를 겪는 동료를 만나는 데서 오기도 한다. 연결은 곧 전문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한글학교는 차세대동포가 한국어를 배우는 공간을 넘어 자기 뿌리와 정체성을 이해하고 한인공동체와 연결되는 소중한 교육 현장이다”라며,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배움과 교류가 세계 각지 한글학교 교실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 자료를 확충하고,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한글학교의 존재 이유를 다시 분명히 한다. 한글학교는 단순한 언어 보충 수업의 장이 아니라, 해외에서 자라는 차세대동포가 자기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한글학교를 지탱하는 교사의 역량은 단지 수업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이번 연수는 그 교사들이 더 좋은 수업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세계 곳곳의 한글학교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교육망이라는 감각을 확인하게 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2026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는 단순한 재교육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것은 전 세계 한글학교 교사들이 각자의 교실로 돌아가 더 깊은 수업을 만들 수 있게 돕는 자리였고, 동시에 흩어져 있던 교사들이 만나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더 넓은 연결망 속에 있다는 것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해외 한글학교의 미래는 결국 교사의 힘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힘은 배움과 연결이 함께할 때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