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뉴스환경2026. 7. 22. 오후 1:42:49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표 교육 프로그램, 환경교육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188만 청소년의 교실에 환경이 영화로 들어온 ‘시네마그린틴’ 전국 교육청 연계, 환경교육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토론·실천·정책 제안까지 확장

윤상필 기자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표 교육 프로그램, 환경교육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시네마그린틴’ 활동사진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이 주최하는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 ‘시네마그린틴’이 전국적인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올해 프로그램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과 연계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운영됐고, 총 188만 8,286명의 청소년이 참여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 숫자는 단순한 흥행 성과가 아니다. 그것은 환경교육이 더 이상 일부 실험학교나 특화 프로그램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공교육 안에서 전국 단위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더구나 이번 프로그램은 영화 상영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교사용 지도안과 학생용 활동지, 심화 학습자료까지 함께 설계해 학교 수업안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환경교육의 성패는 좋은 메시지를 던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교실 수업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 형식이 있을 때만 지속성을 갖는다. 환경교육은 이제 선택 과목이 아니라, 생존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다. 

그러나 현실의 교실은 여전히 입시와 교과 중심의 시간표에 묶여 있고, 기후 위기와 생태 전환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수업 자료와 방식은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환경의 중요성을 추상적으로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실제로 몰입하고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교육의 형식을 찾는 일이다.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어린이·청소년 환경교육 프로그램 ‘시네마그린틴’이 전국 188만 명이 넘는 청소년 참여 속에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환경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환경을 스스로 느끼고 말하게 하는 수업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다.

환경재단은 학교 내 환경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24편을 엄선해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제공했다. 특히, 청소년의 발달 단계와 학습 수준을 고려한 교사용 지도안과 학생용 활동지를 함께 지원해 현장 활용도를 높였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영화가 있다”라는 정보만이 아니라, 그 영화를 수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실행 가능한 자료다. 이번 프로그램은 바로 그 틈새를 메우는 데 집중했다.

올해는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시네마그린틴 교사연구회’를 통해 교육 전문성도 한층 강화했다. 이 연구회는 상영작과 연계해 학교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4차시 분량의 심화 학습자료, 수업용 PPT, 학생용 활동지 등을 직접 개발하고 수업에 적용했다. 

이 점이 특히 중요하다. 외부 전문가가 만든 자료보다 현장 교사가 직접 설계한 자료는 실제 교실의 시간 감각과 학생의 반응, 수업 운영의 한계를 더 잘 반영한다. 결국 공교육 안에서 살아남는 프로그램은 현장을 아는 교사의 언어를 가질 때 더 강해진다.

이 교사연구회가 지향한 수업 방식도 의미심장하다.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듣는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영화를 보고 스스로 체험하며 토론하는 참여형 환경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해 보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환경교육의 성격과도 잘 맞는다. 기후 위기와 생태 문제는 정답 암기로 익힐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듣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상상하며, 자신의 일상과 연결해야 비로소 교육이 된다. 영화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 추상적인 문제를 얼굴과 장면, 서사와 감정으로 바꾸어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에서 서울은 135만 3,666명으로 가장 높은 참여를 보였고, 부산 21만 5,016명, 충남 15만 7,862명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인천, 전북, 세종, 대전, 울산, 강원, 경남, 경북, 제주, 대구, 경기, 전남·광주는 상대적으로 참여 규모가 작았다. 

이 수치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해 준다. 하나는 이 프로그램이 이미 상당한 전국적 확산력을 가졌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간 참여 편차가 여전히 크다는 현실이다. 환경교육의 기회가 지역에 따라 다르게 주어진다면, 그것 역시 또 다른 교육격차가 될 수 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앞으로 지역별 편차를 줄이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시네마그린틴’은 교실 안 수업에 머물지 않고, 교실 밖 환경 이야기로도 확장됐다. 5회째를 맞은 세계청소년기후포럼에서는 ‘청소년이 바라보는 기후 위기’ 등을 주제로 글로벌 청소년들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의 ‘기후위원회’도 참여해 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운영했다. 이는 환경교육이 지식 전달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적 발언과 정책 감수성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육은 결국 삶을 바꾸는 언어가 되어야 하고, 기후 위기 시대의 시민성은 더 어린 나이부터 훈련될 필요가 있다. 서울과 전북에서 진행된 시네마그린틴 토크콘서트도 그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학생뿐 아니라, 가족도 함께 참여한 이 행사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환경영화를 본 뒤 ‘AI와 환경’을 주제로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서울 1,508명, 전북 155명 등 총 1,663명이 참여했다. 이 장면은 환경교육이 학교의 과제로만 남지 않고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이가 본 영화를 부모와 함께 이야기하고, 미래 기술과 환경 문제를 함께 토론하는 구조는 환경교육을 생활 속 의제로 옮겨 놓는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시네마그린틴 후기 공모전’이다. 이 공모전은 6월 한 달간 진행되었고, 청소년들이 상영작을 관람한 뒤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일상 속 실천 의지를 담은 글들을 제출했다. 총 36명의 우수 학생에게는 상장과 부상을 주었다. 

이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환경교육의 최종 목적이 단순 이해가 아니라, 자기 언어로 문제를 말할 수 있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뒤 “무엇이 문제인지”를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나는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를 쓰게 하는 과정은 학생을 수동적 수용자에서 주체적 실천자로 옮겨 놓는다.

환경재단 이미경 대표는 “영화는 기후 위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다”라며, “시네마그린틴을 통해 스크린에서 시작된 청소년들의 생태적 공감이 교실을 넘어 가정과 사회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교재보다 느리게 스며들고, 강의보다 오래 남는다. 학생이 한 장면에 마음이 움직이고, 한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며, 기후 위기를 자기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될 때 교육은 비로소 행동의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번 시네마그린틴은 SK브로드밴드, 롯데백화점, 메리츠화재, 현대자동차, OCI 등 20개 기업의 후원을 통해 전면 무료로 진행됐다. 이는 공교육 안 환경교육의 실질적 확산을 위해 민간 후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후원이 일회적 이벤트가 아니라, 학교 현장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지속 가능한 교육 플랫폼으로 발전하느냐다. 환경재단이 하반기에도 학교 현장과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더욱 고도화된 맞춤형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시네마그린틴’의 성과는 참여 인원 188만 명이라는 규모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환경교육이 충분히 전국적일 수 있고,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으며, 충분히 교실 친화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데 있다. 

더 나아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기후 위기를 두려움의 언어가 아니라, 공감과 실천의 언어로 바꾸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환경교육이 진짜로 필요한 이유는 시험 점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다. 이번 시네마그린틴은 그 삶의 언어를 전국의 교실에 조금 더 넓게 퍼뜨린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윤상필
윤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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