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경상북도 안동시에 있는 「안동 예안향교 대성전」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예안향교 대성전은 안동댐 건설로 인한 수몰 위기 속에서도 원위치를 유지한 채 오늘에 이르렀으며, 조선시대 유교 교육과 향촌 사회 조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온 건축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유산의 가치는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시대를 견뎌 왔는지, 어떤 질서를 품고 있는지, 무엇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지가 함께 말해질 때 비로소 그 무게가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안동 예안향교 대성전은 단순한 옛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몰의 위기 속에서도 원래 자리를 지키며 지역의 기억과 정체성을 붙들어 온 건축이며, 조선시대 교육과 제향의 질서를 오늘까지 전하는 드문 공간이다.
국가유산청이 「안동 예안향교 대성전」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한 것은 바로, 이 건축이 지닌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를 국가 차원에서 다시 확인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이 특별한 이유는 먼저 그 역사적 맥락에 있다. 『예안향교지』와 『추천집』 등에 따르면 예안향교는 1411년에 건립되었고, 대성전 역시 같은 해 처음 세워진 뒤 1569년과 1723년에 중수(重修, 건축물의 낡거나 헌 부분을 고치는 것)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성전에서 발견된 목부재(木部材, 건축에 쓰이는 나무 부품)에 대한 연륜연대 분석을 통해 1569년 중수 당시의 부재(部材, 건물을 이루는 각 부분의 재료나 구성 요소)가 실제로 남아 있음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문헌 기록을 넘어, 건축 원형의 보존 정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예안향교 대성전은 “옛 건물로 알려진 건축물”이 아니라, 실제로 16세기 중수의 흔적을 몸체 안에 간직한 채 시간을 증언하는 건축이다.
건축적 가치 또한 분명하다. 예안향교는 명륜당의 강학공간과 대성전의 제향공간이 지형 조건에 따라 배치되면서, 전학후묘(前學後廟)와 좌학우묘(左學右廟)라는 두 축의 배치 형태를 함께 보여 준다.
이는 단순히 건물이 놓인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제향이라는 향교의 두 기능이 지형과 공간 속에서 어떻게 조정되고 조직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향교 건축을 하나의 추상적 양식으로만 이해해서는 이 건물의 가치를 다 읽어 낼 수 없다. 예안향교 대성전은 이상적인 형식이 현장의 지형과 만나며 어떻게 변형되고 구현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구체적 증거다.
예안향교 대성전 자체의 구성도 독특하다. 이 건물은 앞쪽에 열린 공간인 전퇴(前退, 건물 앞쪽에 개방된 공간)를 둔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로 되어 있다. 특히, 전면 퇴칸의 바깥기둥은 각기둥으로, 안기둥은 원기둥으로 달리 구성해 같은 공간 안에서도 서로 다른 조형 감각을 보여 준다.
여기에 창호 구성 부재에 남아 있는 옛 방식의 기법은 다른 향교 건물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예안향교 대성전만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런 차별성은 건물을 단지 오래된 유교 건축의 한 사례로 묶어 버리지 않게 만든다. 오히려 지역성과 시기성이 함께 스며든 개별 건축으로 읽게 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장식을 절제한 구조적 아름다움이다. 대성전은 주요 부재에 잘 다듬어진 곧은 나무를 사용했고, 기둥머리와 보를 연결해 지붕 하중을 받는 공포(栱包, 기둥 위에서 지붕의 무게를 받치도록 짜 놓은 전통 목조건축의 구조 부분) 부분에는 장식을 거의 두지 않았다.
대신 직선 부재를 설치해 횡력과 압축력을 견고하게 보강했다. 위쪽 보 위에는 여러 부재를 조합한 공(工)자형 받침대공을 사용했는데, 이는 도산서원 상덕사와 전교당 등에서 볼 수 있는 장식 없는 단순한 고식(古式)기법과 맞닿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절제다. 건축의 가치는 때로 더하는 데서보다 덜어 내는 데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예안향교 대성전은 장식을 앞세우지 않고 구조와 비례, 부재의 짜임으로 품격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예안향교 대성전의 가치를 구성한다.
건립과 중수 연대가 비교적 명확하고, 그 연대를 뒷받침하는 실물 부재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창호 구성과 공(工)자형 대공 등은 지역적 특성과 시기적 변화양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그리고 장식을 줄이고 구조적 긴장과 단정한 미감을 살린 가구 구성은 예술적 가치로 이어진다. 결국 이 건물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귀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시간을 정교한 구조와 분명한 흔적으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귀하다.
무엇보다 이 건물에는 지역사회의 시간이 배어 있다. 안동댐 건설로 많은 공간과 풍경이 자취를 바꾸는 가운데서도 예안향교 대성전이 원위치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보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이 자기 기억의 중심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은 물리적 구조물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정체성이다. 그 공간이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건물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을 둘러싼 역사 감각과 지역의 상징체계도 함께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안동 예안향교 대성전」에 대해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문화유산 보호는 이미 잘 알려진 대상만 관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의 가치를 다시 읽고, 그 의미를 사회적으로 확인하며, 보존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세워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안동 예안향교 대성전」의 보물 지정 예고는 건물 하나를 더 목록에 올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조선시대 교육과 제향의 공간 질서, 16세기 건축의 흔적, 절제된 고식기법의 미학, 그리고 지역 정체성을 지켜 온 역사적 장소성을 함께 인정하는 일이다.
문화유산을 보호한다는 것은 과거를 유리 진열장 안에 넣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언어로 그 가치를 다시 해석하고, 다음 세대가 그것을 자기 역사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어 주는 일에 가깝다. 예안향교 대성전은 바로 그런 계승의 가치 속에서 다시 보물로 불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