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뉴스사회일반2026. 10. 14. 오전 11:46:55

600년 전 문종의 앵두, 오늘 아이들의 ‘향기 선물’로 피어나다

여주 세종대왕릉서 어린이 600명 대상 역사·향기 체험교육 세종·문종의 부자 사랑을 ‘효’와 연결, 국가유산을 일상의 실천으로 확장

윤상필 기자
600년 전 문종의 앵두, 오늘 아이들의 ‘향기 선물’로 피어나다
2026 한글날 문화행사’에서 한동현 조향사가 역사·향기 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은 연도와 사건을 외우는 데만 있지 않다. 역사 속 인물이 어떤 마음으로 행동했는지를 이해하고, 그 마음을 오늘의 삶에서 직접 실천해보는 것도 하나의 역사교육이 될 수 있다. 한글날 여주 세종대왕릉에서는 600여 년 전 문종이 아버지 세종을 위해 길렀던 앵두나무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향기카드’로 다시 이어졌다.

지난 10월 9일부터 10일까지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2026 한글날 문화행사’에서 쎄리하우스는 ‘작은 앵두에 담은 커다란 사랑’을 주제로 어린이 역사·향기 체험교육을 진행했다.

이틀간 어린이 600명이 참여했으며, 현나영 쎄리하우스 대표가 프로그램을 기획·총괄하고 조향교육기획자 한동현 조향사가 현장 교육을 맡았다.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문종실록’에 전하는 세종과 문종의 일화다. 세자였던 문종은 아버지 세종을 위해 궁궐 후원에 앵두나무를 직접 심고 가꿨고, 열매가 맺히자 이를 세종에게 올렸다. 세종 역시 아들이 손수 기른 앵두를 귀하게 여기며 기쁨을 나타냈다고 전해진다.

쎄리하우스는 이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다시 구성했다. 단순히 “효도해야 한다”라고 설명하기보다 문종이 왜 앵두나무를 심었는지, 그 행동에 어떤 마음이 담겼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효도’의 의미를 묻자 이를 낯설어하거나 선뜻 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프로그램에서는 ‘효’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부모를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행동 속에서 그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아이들은 한동현 조향사의 설명을 들으며 ‘세종대왕 앵두나무’를 주제로 한 향을 맡고, 부모에게 전할 자신만의 향기카드를 만들었다. 완성된 카드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직접 전달했다.

600여 년 전 문종이 앵두를 아버지에게 올렸다면, 오늘의 어린이들은 자기 손으로 만든 향기카드에 감사와 사랑을 담아 부모에게 건넨 셈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역사교육과 감각교육을 결합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야기를 듣는 데서 끝내지 않고 향을 맡고, 손으로 만들고, 마지막에는 부모에게 직접 마음을 표현하도록 하면서 ‘이해→감각→행동’으로 이어지는 체험구조를 만들었다.

세종대왕릉이라는 장소도 교육의 의미를 더했다. 한글날 세종의 업적을 기리는 공간에서 세종의 정치적·문화적 성취뿐 아니라,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가족과 나눈 이야기를 함께 접함으로써 역사적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쎄리하우스는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세종과 문종의 앵두나무 이야기를 활용한 향기 체험을 진행했으며, 올해는 참여 인원을 600명으로 확대하고 ‘효’와 가족 간 소통을 강조한 인성교육 요소를 강화했다.

현나영 대표는 “효도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을 생각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국가유산 교육의 힘은 오래된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이야기 속 마음을 오늘의 아이들이 자기 행동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을 때 역사는 현재와 연결된다. 

문종의 작은 앵두 한 알이 600여 년 뒤 향기카드로 다시 피어난 이번 프로그램은 국가유산이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가족과 감정, 생활 속 실천까지 이어주는 교육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윤상필
윤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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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앵두에 담은 커다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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