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뉴스경제 동향2026. 7. 10. 오후 6:47:19

희망제작소·KB금융, 지역의 내일을 설계할 청년 소셜디자이너 사업 추진

지역소멸 대응과 청년 사회혁신가 발굴 본격화 농촌 생활 인프라·돌봄·자원순환 문제를 업으로 푸는 청년들 주목

윤상필 기자
희망제작소·KB금융, 지역의 내일을 설계할 청년 소셜디자이너 사업 추진
소셜디자이너는 지역에서 발견한 불편과 결핍을 자신의 업으로 삼아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다

희망제작소와 KB금융그룹은 ‘2026 소셜디자이너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소셜디자이너를 발굴해 시민 검증과 후속 협력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특히 ‘지역소멸 대응’과 ‘청년’을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KB금융그룹은 총 2억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사례 발굴부터 시민 검증, 성과 확산까지 사업 전 과정에 협력할 예정이다.

소셜디자이너라는 개념은 단순한 창업가나 활동가와는 조금 다르다. 희망제작소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소셜디자이너는 지역에서 발견한 불편과 결핍을 자신의 업으로 삼아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다. 주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상품, 공간,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며, 그것을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지속되는 생업과 일로 만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 문제 해결이 이제는 공공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해지려면 결국 지역 안에서 작동하는 경제적·사회적 구조를 함께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통계표 안의 경고가 아니다. 학교가 사라지고, 가게가 문을 닫고, 버스가 줄어들고, 병원과 돌봄의 거리가 멀어지는 일은 이미 많은 지역에서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이런 위기를 단순히 인구 숫자의 감소로만 볼 때, 해법은 추상적인 구호에 머물기 쉽다는 점이다. 

지역이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그곳의 삶을 떠받치던 서비스와 관계, 일거리와 생활 기반이 함께 약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진짜 필요한 것은 “사람이 줄고 있다”라는 진단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불편과 결핍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희망제작소와 KB금융그룹이 ‘2026 소셜디자이너 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업으로 풀어온 청년 사회혁신가를 찾겠다고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소멸의 해법은 멀리 있는 정책 문장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결국 현장에서 문제를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의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이런 점에서 지역소멸을 “지원해야 할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새롭게 설계해야 할 생활 구조”의 문제로 본다. 실제 지방의 위기는 대개 복합적이다. 장보기가 어렵고, 이동이 불편하며, 돌봄이 비어 있고, 쓰레기 처리나 생활 서비스 같은 아주 일상적인 기반이 약해진다. 

이런 문제는 거창한 개발 사업보다 오히려 작고 구체적인 생활형 해법을 더 절실하게 요구한다. 그런데 바로 그 작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지역 안에서 일로 만들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 온 사람들이 바로 소셜디자이너라는 것이다.

희망제작소와 KB금융그룹은 이런 사례로 전남 영광의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을 소개했다. 동락점빵은 슈퍼마켓과 대중교통이 줄어든 농촌 마을을 생필품 트럭으로 찾아가는 이동장터를 운영해 왔다. 주민들은 마을 안에서 필요한 물건을 고를 수 있고,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이라면 방 안 냉장고까지 물품 배달을 요청할 수도 있다. 

김동광 소셜디자이너는 이 과정에서 장보기만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식생활과 안부를 함께 살피며 생활 민원까지 연결한다. 이는 매우 상징적인 사례다. 겉으로 보면 ‘이동장터’라는 단순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농촌의 식품 사막 문제와 고령 주민의 돌봄 공백, 생활 불편을 한 번에 지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역 문제는 대개 따로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장을 보러 가기 어렵다는 문제는 곧 이동의 문제이고, 그것은 다시 고령층 돌봄과 건강, 관계의 단절 문제와 연결된다. 소셜디자이너의 힘은 바로 이런 문제를 개별 항목으로 쪼개지 않고, 생활 전체의 맥락 안에서 함께 풀어낸다는 데 있다. 정책이 종종 문제를 칸막이식으로 나누려고 하지만, 현장의 혁신가는 삶의 흐름 속에서 문제를 다시 묶어 내려고 한다.

강원 홍천군 물걸리의 ‘삼삼은구’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김인호 소셜디자이너는 쓰레기차가 집집이 다니기 어려워 길가에 쓰레기가 쌓이던 마을에 분리배출 거점 ‘자연 순환 텃밭 모아’를 만들었다. 

주민이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면 노인 일자리와 연계된 ‘모아짱’과 ‘모아지기’가 재활용품을 다시 분류하고, 동시에 독거노인 가구를 찾아가 쓰레기 수거와 안부 확인을 함께 진행한다. 이 또한 단순한 환경개선 사업이 아니다. 농촌의 쓰레기 문제를 자원순환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노인 일자리와 돌봄, 공동체 관계 회복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 주는 것은 지역 혁신의 핵심이 ‘크기’가 아니라, ‘결합’에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자본이나 화려한 기술이 없어도, 지역의 생활 문제를 정교하게 읽고 그것을 서비스와 일자리, 공동체 돌봄과 연결할 수 있다면 작지만 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모델은 지방소멸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다. 지역이 사라진다는 것은 거대한 산업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작은 연결들이 하나씩 끊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2026 소셜디자이너 사업’은 9월 30일까지 모집이 진행되며, 희망제작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참여 주체도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등으로 폭넓다. 이는 사회혁신을 특정 조직 형태에 가두지 않고, 실제 문제 해결력과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지역의 변화 창출에 데 필요한 주체는 하나의 제도적 틀 안에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 선발된 소셜디자이너는 인터뷰와 콘텐츠 제작을 통해 자신의 문제의식과 활동 모델을 정리한 뒤, 사회적가치투자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 대회는 시민이 소셜디자이너의 발표를 듣고 모의투자에 참여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약 200명의 시민 청중심사단 선택에 따라 총 4,000만 원 규모의 투자금이 배분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경연대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회혁신은 종종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이해하는 언어로 남기 쉽다. 그러나 시민이 직접 듣고 판단하고 투자까지 참여하는 구조는 사회적 가치를 보다 대중적인 언어로 번역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사업은 혁신가를 찾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혁신의 의미를 시민사회 전체가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대회 이후에는 임팩트 리포트 발간, 사례 콘텐츠 제작, 네트워킹, 파트너십 연계도 이어진다. 이것 역시 중요하다. 지역의 좋은 사례가 현장에만 머무르면 확산하기 어렵다. 기록되고 해석되고 연결될 때 다른 지역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고, 더 큰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긴다. 사회혁신의 지속 가능성은 실행 자체만큼이나, 그 경험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희망제작소 이은경 소장은 “희망제작소는 시민과 함께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현장의 질문이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연구와 활동을 연결해 왔다”라며, “소셜디자이너 사업은 지역의 불편을 해결해온 사회혁신가의 경험을 시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의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이며, KB금융그룹과 함께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도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소셜디자이너를 발굴하겠다”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 역시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미션 아래 동반성장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으며, 소셜디자이너 사업은 지역 문제를 지속 가능한 서비스와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KB금융그룹이 지향하는 혁신과 상생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이런 사업에 참여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사회공헌이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 문제를 풀어내는 실행 주체를 발굴하고 그들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금융도 사회변화의 실질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지방소멸을 거대한 위기의 언어로만 바라보는 대신, 그 안에서 작동하는 구체적인 희망의 구조를 찾아내려는 시도다. 지역의 불편을 업으로 바꾸고, 공동체의 결핍을 서비스와 관계로 다시 엮어 내며, 그것을 지속 가능한 일로 만드는 청년들이야말로 지역의 내일을 실제로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윤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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