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뉴스칼럼2026. 5. 21. 오후 1:44:07

풍요 속에서도 우리는 왜 늘 부족함을 느끼는가

이도선 기자
풍요 속에서도 우리는 왜 늘 부족함을 느끼는가

들녘이 온통 사람의 손길로 움직이던 시대가 있었다. 모내기 시기가 되면 마을 사람 전체가 논으로 나갔고, 추수철이면 황금빛 들판마다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농번기에는 학생과 군인, 공무원까지 농촌 일손돕기에 나설 만큼 농업은 우리 삶의 중심이었다. 농촌의 노동력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를 움직이는 생명의 리듬이었다.

그러나 시대는 빠르게 변했다. 조선 시대 전체 인구의 80~90%를 차지하던 농업인구는 오늘날 4~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1~2% 이하로 감소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농촌의 인구는 줄고 논밭은 기계가 대신 움직인다. 이제 한 사람이 감당하는 농업 생산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조선 시대 농민 한 사람이 겨우 가족과 주변 몇 사람을 부양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 농업인은 수십 명의 식량을 책임질 수 있다. 미래에는 AI와 자동화, 스마트팜과 로봇농업이 보편화되면서 한 사람이 수백 명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시대가 열렸다. 기계화와 품종개량, 비료와 관개기술, 데이터 농업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농업을 인간 노동 중심 산업에서 첨단 과학 산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음에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부족하다”라는 감정이 더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절대적 빈곤 속에서도 작은 수확에 감사하며 살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의 시대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상대적 빈곤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더 넓은 땅을 가졌고, 누군가는 더 큰 성공을 이루었으며, 누군가는 더 많은 부를 축적했다는 비교의식이 마음을 흔든다. 그렇게 비교는 삶의 만족을 빼앗고,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상대적 빈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 번도 스스로 풍요롭다고 느껴보지 못한 채 일생을 마칠 수도 있다.

행복은 반드시 더 많은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절대적 기준에서 바라보며 오늘 해야 할 일을 성실히 감당하는 데서 깊은 만족이 생긴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묵묵히 씨를 뿌리고 계절을 기다리는 농부의 삶에는 인간이 잊고 지낸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다. 그것은 경쟁보다 조화이고, 비교보다 감사이며, 탐욕보다 성실이다.

농업의 역사는 단순히 생산 방식의 변화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며 살아왔는가를 보여주는 문명의 기록이기도 하다. 어제의 농업은 생존을 위한 노동이었고, 오늘의 농업은 과학과 기술을 통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내일의 농업은 다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지속할 수 있는 가치를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풍요는 생산량의 많고 적음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비교의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가꾸어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의 풍요와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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