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회의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역의 산업현장을 보고, 전통시장을 걷고, 문화유산과 음식을 직접 경험할 때 한 나라에 대한 이해는 훨씬 입체적으로 깊어진다.
외교부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한외교단을 강원 지역의 민생·산업·문화 현장으로 초청한 것도 이러한 ‘현장형 지방외교’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한 시도다.
외교부와 강원특별자치도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2026 주한외교단 지방민생 현장 방문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외교부가 총괄 기획하고 강원특별자치도가 프로그램 구성 및 현지 운영을 지원하는 공동 주관 형태로 마련되었다. 행사에는 주한대사와 배우자, 국제기구 대표, 외교부와 강원도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첫날 일정은 고성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에서 시작됐다. 주한외교단은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평화의 의미를 살펴보고, 한반도의 안정이 국제사회의 공동 번영과도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어 강릉 도시정보센터에서는 지능형교통체계(ITS)와 방범·방재 CCTV 통합관제시스템 운영 현황을 직접 확인했다. 강원도가 자연과 관광의 이미지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와 도시기술 역량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대사 배우자들은 강릉중앙시장을 찾아 지역 특산물을 맛보고 전통시장 문화를 체험했다. 지역경제의 가장 생활적인 공간을 외교 현장에 포함했다는 점은 이번 행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민생외교’가 대규모 산업시설만이 아니라 시장과 음식, 지역 주민의 일상까지 외교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환영 만찬 행사에서 임상우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강릉의 모빌리티 기술력은 대한민국의 기술혁신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며, 오대산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은 위대한 문화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라며, “이번 여정이 강원특별자치도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리고, 대한민국과 각국 간의 우호를 다지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하였다.
김영수 강원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는 “짧은 일정이지만 청정 자연과 평화의 가치를 지닌 강원도의 면모는 물론, ITS 세계총회 개최지로서 미래산업을 선도해 나가는 현장을 보여드릴 수 있어 매우 뜻깊다”라며, “앞으로 AI 데이터센터, 스마트 바이오·의료기기, 반도체 등 강원특별자치도의 핵심 전략산업도 주한외교단 여러분께 더욱 널리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히며 주한외교단의 강원특별자치도 방문을 환영하였다.
주한외교단을 대표하여 안드레이 체르네츠키(Andrew CHERNETSKY) 주한벨라루스 대사는 “오늘날 지역 발전에 있어 대사관과 지방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필수적이다”라고 화답하며, 지방민생외교의 중요성에 공감하였다.
둘째 날에는 ‘2026 오대산 문화축전’을 찾아 월정사 비건 미식 페스티벌과 사찰음식을 체험하고,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등 기록유산을 관람했다.
이번 일정은 강원을 한 가지 이미지로 소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DMZ의 평화, 강릉의 미래교통기술, 전통시장과 음식문화, 오대산의 자연과 기록유산을 하나의 동선 안에 배치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얼굴을 외교 자산으로 연결했다.
지방외교의 경쟁력은 지역이 가진 것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보다 무엇을 국제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평화와 자연, 산업과 기술, 시장과 문화유산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일 때 지역은 관광지를 넘어 외교의 주체가 된다.
이번 강원 방문 행사는 외교의 무대를 중앙에서 지역으로 넓히고, 지방정부와 주한외교단 사이에 지속적인 협력의 접점을 만드는 ‘현장형 공공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