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추천뉴스사회일반2026. 9. 28. 오후 6:48:39

청년이 지역에 남는 이유, ‘살 곳’보다 ‘함께할 일’에서 찾다

고성 곁마을, 왕곡마을서 두 달간 체류형 로컬 프로젝트 운영 주민과 관계 맺고 지역자원 발굴해 새로운 일거리와 콘텐츠로 연결

이도선 기자
청년이 지역에 남는 이유, ‘살 곳’보다 ‘함께할 일’에서 찾다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된 고성 곁마을은 9~10월 왕곡마을에서 청년들이 직접 머무는 체류형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청년을 지역에 데려오는 것과 청년이 지역에 다시 올 이유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강원 고성 왕곡마을에서는 그 차이를 확인하는 실험이 시작됐다. 청년들이 두 달 동안 마을에 머물며 주민의 일상과 전통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와 일거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젝트다.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고성 곁마을은 9월부터 10월까지 왕곡마을에서 체류형 로컬 일거리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참가 청년들은 지역자원을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제품을 제작한 뒤 실제 방문객을 대상으로 시장 가능성까지 검증한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충분히 머무는 것’이다. 청년들은 골목을 걷고 주민을 만나고 지역 음식을 경험하며 왕곡마을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오래된 한옥과 초가뿐 아니라, 계절의 먹거리와 술, 주민의 기억과 생활방식처럼 짧은 관광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자원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마을은 단순한 콘텐츠 소재가 아니다. 주민의 삶과 전통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빠르게 상품화하기보다, 관계를 형성한 뒤 지역의 맥락을 해치지 않는 새로운 쓰임을 고민한다는 것이 곁마을이 내세우는 방식이다.

‘곁마을’이라는 이름에도 이러한 철학이 담겼다. 오래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거나 서로 다른 것을 하나로 섞기보다 각각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전통과 새로운 시도, 주민과 청년, 지역과 방문객이 한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관찰은 실제 사업 실험으로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두 달간 발견한 음식과 공간, 생활문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품·프로그램·식문화 콘텐츠 등을 구체화한다. 직접 시제품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방문객 반응과 지불 의사, 지속적인 운영 가능성도 살펴본다.

10월 예정된 ‘낮술축제’는 이러한 과정의 테스트베드다. 왕곡마을에서 발견한 음식과 술, 공간과 이야기를 방문객에게 직접 선보이고 반응을 확인한다. 지역자원 발굴 → 콘텐츠 기획 → 시제품 제작 → 현장 운영 → 소비자 반응 확인 → 개선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는 셈이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참가자가 고성에 정착하느냐가 아니다. 누군가는 지역에 남을 수 있고, 누군가는 다른 도시로 돌아가 고성의 생산자나 주민과 일을 이어갈 수도 있다. 계절마다 다시 찾아오는 프로젝트 참여자가 될 수도 있다. 지역과 지속해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은 하나일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는 청년정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정착’의 의미도 다시 묻게 한다. 인구를 주소지 숫자로만 바라보면 지역과 연결되는 다양한 사람을 놓칠 수 있다. 다시 찾아올 이유와 함께할 일이 생기고, 익숙한 사람이 늘어날 때 단기 방문자는 관계인구와 활동인구로 변화할 가능성이 생긴다.

고성 곁마을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콘텐츠와 운영 경험, 주민과 청년의 협업 관계가 향후 새로운 지역 프로젝트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에 청년을 머물게 하는 가장 강한 이유는 지원금이나 공간만이 아닐 수 있다. 그곳에서 함께할 사람과 다시 해야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왕곡마을의 두 달은 청년이 지역을 소비하는 방문객에서 지역의 가능성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로컬의 지속가능성은 ‘몇 명이 이사 왔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관계와 일이 남았는가’에서 확인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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