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문화교류는 공연이나 전시를 주고받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 한 편의 공동제작이 산업 협력으로 이어지고,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과 창작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한국과 룩셈부르크가 영화 분야에서 시작된 협력을 게임·관광·인공지능(AI)·문화기술 분야까지 넓히는 방안을 논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10월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에릭 틸(Eric Thill) 룩셈부르크 문화부 장관을 만나 양국 간 문화예술과 콘텐츠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휘영 장관은 에릭 틸 장관의 첫 한국 방문을 환영하고, 2024년 양국의 상호 대사관 개설 이후 확대되고 있는 협력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영화뿐만이 아니라, 게임과 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릭 틸 장관은 룩셈부르크가 가진 디지털·AI 분야의 경쟁력과 한국의 콘텐츠·문화기술 역량을 결합해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양국 간 교류 분야를 지속해 넓혀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면담의 배경에는 이미 진행 중인 영화 분야 협력이 있다. 에릭 틸 장관은 한국과 룩셈부르크가 공동 제작한 정주리 감독의 영화 <도라>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이에 앞서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룩셈부르크 영화기금은 10월 10일 양국 간 영화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공동제작 영화라는 구체적인 결과물에 이어 제도적 협력 기반까지 마련한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만남은 단순한 문화 친선 교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동제작은 한 나라의 자본과 창작자가 다른 나라의 제작환경과 인력, 시장을 연결하는 과정이다. 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동안 제작 기술과 인력 교류, 유통 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지털과 AI, 문화기술이 더해지면 협력의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룩셈부르크의 디지털 기술 경쟁력과 한국의 콘텐츠 제작 경험이 결합할 경우 영화뿐만이 아니라 게임,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공동 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
관광 역시 문화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분야다. 영화와 콘텐츠를 통해 한 나라의 도시와 문화가 소개되고, 그 관심이 실제 방문으로 이어질 경우 문화교류는 관광과 지역경제까지 확장될 수 있다.
2024년 양국의 상호 대사관 개설은 이러한 교류를 지속해 이어갈 수 있는 외교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제 과제는 일회성 행사나 작품 교류를 넘어 창작자와 기관, 기업이 지속해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문화외교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행사를 열었는가보다 어떤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는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과 룩셈부르크가 이미 공동제작 영화와 영화기관 간 MOU를 통해 협력의 첫 단계를 밟았다면, 다음 단계는 영화에서 시작된 연결을 AI·게임·관광·문화기술까지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와 시장을 만들어낼 때 문화교류는 친선을 넘어 산업과 창작의 실질적인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