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임영석)은 6월 ‘우리의 정원식물’로 마삭줄(Trachelospermum asiaticum (Blume) Nakai)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마삭줄은 협죽도과에 속하는 상록성 덩굴식물로, 초여름이 시작되는 5월에서 6월 사이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바람개비 모양의 흰 꽃을 피운다.
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우아한 황색으로 변해 가는 특성을 지닌다. 국립수목원은 마삭줄이 청초한 꽃 모양과는 달리 초여름 정원 전체를 채울 만큼 깊고 달콤한 향기를 풍겨, 녹음이 짙어지는 6월 정원의 후각적 가치를 크게 높여 주는 자생식물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은 흔히 눈으로 먼저 기억된다. 꽃의 색, 잎의 결, 가지의 흐름이 먼저 사람을 붙잡는다. 그러나 좋은 정원은 시각에서 멈추지 않는다. 바람이 스치고 향기가 머물며, 계절이 몸으로 느껴질 때 비로소 정원은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 된다.
그런 점에서 6월의 정원은 단순히 푸르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 후각까지 함께 깨어나는 계절이어야 한다. 국립수목원이 6월 ‘우리의 정원식물’로 마삭줄을 선정한 것은 바로 이런 계절의 감각을 잘 보여 주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 식물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지 꽃이 예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원식물의 가치는 종종 화려한 개화성에만 맞춰 평가되기 쉽지만, 실제 정원에서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은 공간을 어떻게 채우고, 어떤 분위기를 만들며, 사람에게 어떤 감각을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마삭줄은 바로 그 점에서 특별하다. 순백의 꽃이 시선을 끌고, 시간이 흐르며 부드러운 황색으로 변하는 변화의 미학을 지니는 동시에, 향기로 공간의 인상을 바꾼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보이지 않는 향기의 깊이가 함께 간다는 점에서, 마삭줄은 6월 정원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는 식물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나라 남부 지방과 제주도의 숲속, 바위틈, 나무줄기 주변에서 자라는 마삭줄은 활용도 또한 높다.
마삭줄은 정원 구조물을 활용한 수직 정원 소재로 특히 적합하다. 펜스와 아치, 벽면 등을 푸르게 덮을 수 있고, 지면을 덮는 지피식물(地被植物)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걸이 화분에 심어 아래로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연출하기에도 어울린다. 이는 마삭줄이 단지 감상용 식물이 아니라, 정원의 구조와 동선을 설계하는 데 실제로 유용한 자생식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점은 오늘의 정원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정원은 더 이상 넓은 땅을 가진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심의 작은 마당, 아파트 베란다, 테라스, 건물 외벽, 펜스 주변처럼 제한된 공간에서도 식물의 쓰임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마삭줄처럼 세로로 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땅을 덮을 수도 있으며, 화분 연출에도 어울리는 식물은 이런 시대의 정원 환경에 더욱 잘 맞는다.
자생식물의 가치는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이 오늘의 생활 공간 안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더 넓어지기도 한다.
국립수목원은 마삭줄의 향기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 사람이 자주 지나는 산책로 주변이나 창가, 테라스 인근에 식재하는 것을 추천했다. 이는 식물의 생육 조건만이 아니라, 사람이 그 식물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까지 고려한 제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원 식재는 단순히 어디에 심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심어야 그 식물의 장점이 가장 잘 살아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삭줄의 경우 향기가 큰 장점인 만큼, 자주 오가며 바람을 맞는 자리일수록 그 매력이 더 잘 드러난다.
재배 환경도 비교적 폭이 넓다. 마삭줄은 토양 수분이 적당하고 물 빠짐이 좋은 비옥한 사질양토를 선호하며, 햇빛이 잘 드는 양지뿐 아니라 반그늘에서도 잘 적응한다. 건조함과 공해, 염분에도 강해 도심 정원이나 해안가 정원에서도 무리 없이 키울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마삭줄이 미적인 가치뿐 아니라, 관리의 안정성까지 갖춘 식물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도심 환경에서 공해에 견디고, 해안가에서도 비교적 잘 자랄 수 있다는 점은 조경 및 생활정원 소재로서의 잠재력을 높여 준다.
마삭줄이 상록성 자생식물이라고 해도 모든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부 지방에서는 노지 월동이 가능하지만, 겨울철 기온이 낮은 중부 지방과 내륙 지역에서는 혹한을 피할 수 있도록 화분에 심어 실내 정원이나 베란다에서 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는 자생식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디서나 손쉽게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접근을 경계하게 만든다. 식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에 관한 것뿐 아니라 환경에 대한 이해도 함께 따라야 한다.
마삭줄은 번식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종자 번식은 가을철 열매가 완전히 익어 벌어지기 전에 채취해 솜털 같은 털을 제거한 뒤 바로 파종하거나,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된다. 삽목 번식은 더 실용적이다. 줄기 마디마다 뿌리가 잘 내리는 특성이 있어 성공률이 높다.
3월경 싹이 트기 전 줄기를 이용하거나, 6월에서 7월 장마철에 그해 자란 건강한 줄기를 10~15센티미터 길이로 잘라 배수가 잘되는 흙에 꽂고 공중 습도를 높게 유지하면 쉽게 활착한다.
이는 마삭줄이 단지 전문가용 소재가 아니라, 식물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식물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김혁진 산림생물자원활용센터장은 “마삭줄은 6월의 푸른 녹음 속에서 바람개비를 닮은 고운 꽃과 매혹적인 향기로 오감을 깨우는 매력적인 정원식물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수직 정원의 훌륭한 소재인 우리 자생 마삭줄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국립수목원이 6월의 정원식물로 마삭줄을 선정한 것은 계절의 감각을 자생식물의 언어로 다시 읽어 내자는 제안처럼 보인다. 식물의 가치는 단지 희귀성이나 학술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 공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자생식물의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누리게 하는 데에도 있다.
정원은 외래종의 화려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 땅에서 자라고, 우리 기후 속에서 살아온 식물 가운데에도 아주 아름답고 실용적이며 감각적인 소재가 많다.
마삭줄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6월의 정원이 더 깊어지려면, 눈에 보이는 초록만이 아니라 바람을 따라 퍼지는 향기까지 함께 심어야 한다. 마삭줄은 바로 그 자리를 채우기에 어울리는 우리 식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