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사라진 숲을 다시 만드는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만이 아니다. 숲에서 태어난 씨앗이 스스로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 것도 하나의 복원 방식이다.
토털슬립케어 브랜드 이브자리는 사단법인 산과자연의친구와 함께 지난 20일 경기 양평군 기업림에서 ‘2026 불탄숲 생태복원 도토리 줍기’ 행사를 열고 경북 산불 피해 지역에 심을 도토리 약 6,000개를 모았다.
이번 행사는 산과자연의친구가 주관하는 ‘도토리 직파조림을 통한 참나무숲 복원 프로젝트’의 첫 일정이다. 이브자리는 약 23만㎡, 7만 평 규모의 양평 기업림을 도토리 채종지로 제공했다.
현장에는 이브자리 임직원을 비롯해 세계산림학과학생연합 한국지부(IFSA Korea), 60+기후행동 회원, 일반 시민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참나무숲의 생태적 가치와 기업림 운영 사례를 들은 뒤 조별로 숲을 돌며 도토리를 채집했다.
이날 모은 약 6,000개의 도토리는 오는 10월 31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산불 피해 지역에 직접 파종될 예정이다.
이번 복원사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떻게 다시 숲을 만들 것인가’라는 방법이다. 묘목을 구매해 옮겨 심는 방식 대신 도토리를 피해 지역 토양에 직접 심고 자연 발아를 유도한다. 산과자연의친구 측은 이를 통해 숲 본래의 모습과 가까운 자연성을 살리는 복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복원 수종으로 참나무를 활용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행사 주최 측은 참나무가 기름 성분이 적고 잎의 수분 함량이 높아 산불 확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특성이 있는 수종으로 설명하고 있다. 산불 이전의 경관을 단순히 되돌리는 것을 넘어 앞으로의 산림 재해까지 고려한 숲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이 오랫동안 관리해온 숲의 역할도 새롭게 보여 준다. 이브자리는 1987년 산림경영 전담회사 이브랜드를 설립한 이후 산림 조성 활동을 이어왔으며 국내 산림탄소상쇄 1호 기업으로 선정됐다.
양평 기업림과 서울 한강공원 등에 직접 심은 나무는 2만 6,349주, 면적으로는 약 17만 8,700㎡에 이른다. 학교·종교단체·군부대 등에 기증한 묘목까지 더하면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식재 수는 2만 9,368주다.
숲을 조성하는 기업의 역할이 탄소흡수나 조경에 머무르지 않고 재난 이후 다른 숲을 되살리는 종자 공급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 지역에서 수십 년간 키운 참나무가 다른 지역 산불 피해지의 새로운 숲을 시작하는 씨앗이 되는 셈이다.
윤종웅 이브자리 대표이사는 “30여 년 숲을 가꿔온 경험과 자산을 바탕으로 동참하게 됐다”라며, “이브자리 기업림에서 자란 도토리가 산불로 잃어버린 청송의 숲을 되살리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산불 이후 숲을 복원한다는 것은 빈 땅을 다시 나무로 채우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어떤 나무를 어떤 방식으로 되돌려 놓을 것인지, 그리고 그 숲이 스스로 다음 세대를 이어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양평에서 주운 작은 도토리 6,000개가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0년 동안 가꾼 한 숲의 시간이 불탄 다른 숲의 미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