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뉴스주간저널2026. 8. 29. 오후 12:02:53

산양삼 규제 풀었더니, 농가 부담 줄고 가공업체 수익 20% 증가

규제개선으로 버려지던 지상부, 식품·화장품 원료로 전환 품질검사 시료에 줄기·잎 포함해 품질검사 규정 개선, 산양삼 전초 활용 기반 마련

최대식 기자
산양삼 규제 풀었더니, 농가 부담 줄고 가공업체 수익 20% 증가
국립산림과학원은 한국임업진흥원과 함께 산양삼의 생육 특성을 조사해 검사 시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은 산양삼 재배 농가의 품질검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한 규제개선이 식품 원료 부위 확대와 가공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며 농가 소득 증대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부산물처럼 취급됐던 산양삼의 줄기와 잎이 검사 시료뿐 아니라, 공식 식품 원료로 활용되면서 산양삼 산업의 범위가 뿌리 중심에서 식물체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

규제 혁신의 성과는 단순히 절차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장의 부담을 낮춘 제도 개선이 새로운 원료와 시장을 만들고, 결국 농가와 가공업체의 수익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면 규제 혁신은 하나의 산업정책이 된다.

산양삼 재배 농가는 유통을 위해 3년마다 잔류농약 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검사에 필요한 시료였다. 기존에는 뿌리 50g을 제출해야 했는데, 4년근 산양삼을 기준으로 하면 약 20~25뿌리에 해당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만~25만 원 상당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판매할 수 있는 산양삼을 검사 목적으로 상당량 제공해야 했던 셈이다. 품질관리 자체는 소비자의 신뢰와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검사방식이 생산자의 현실과 맞지 않으면 규제 준수 비용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 이번 개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국임업진흥원과 함께 산양삼의 생육 특성을 조사해 검사 시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조사 결과 산양삼의 지상부인 줄기·잎과 지하부인 뿌리의 무게 비율은 약 1대1로 나타났다. 

또 산양삼은 재배 특성상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할 수 없어서 뿌리에서 농약이 검출되지 않을 경우 줄기와 잎에서도 검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확인했다. 즉, 품질검사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반드시 고가의 뿌리만 대량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연구를 통해 다시 검토한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23년 ‘산양삼에 관한 품질관리요령’이 개정됐다. 검사 시료에 기존 뿌리뿐 아니라, 줄기와 잎을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농가의 시료 채취 부담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는 규제를 무조건 없앤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검사 목적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다는 데 있다. 규제 혁신은 안전기준을 낮추는 것과 같지 않다. 같은 안전 수준을 유지하면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한 규제개선이다.

더 큰 변화는 그다음에 나타났다. 검사 시료로 줄기와 잎의 활용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산양삼 지상부가 공식 식품 원료로 인정되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았던 줄기와 잎을 음료와 추출액, 화장품 등 다양한 가공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변화는 산양삼의 경제적 가치를 뿌리 하나에서 식물 전체로 확장한다.

농산물이나 임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기존에 버리던 부산물을 새로운 원료로 전환하는 것이다. 생산량을 무조건 늘리지 않아도 같은 식물에서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임업인과 가공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시행한 결과, 산양삼 지상부 활용 이후 가공업체의 순수익은 이전보다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한 항목의 개선이 비용 절감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제품 개발과 수익 증대로 연결된 셈이다.

특히, 산양삼 활용 범위가 뿌리에서 전초로 넓어지면서 원료 활용 효율도 높아졌다. 이는 임산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 고부가가치 산업은 반드시 새로운 품종이나 대규모 생산시설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자원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산양삼을 뿌리뿐 아니라, 줄기와 잎까지 활용한다는 것은 산업구조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까지 뿌리 중심의 원물 판매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음료, 추출물, 건강 관련 식품, 화장품 소재 등 다양한 가공산업으로 확장할 여지가 커진다.

이 경우 농가는 단순한 원료 공급자에 머무르지 않고 가공업체와 협업하거나 자체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도 있다. 다만,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원료 인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줄기와 잎의 성분과 기능성에 관한 추가 연구, 제품별 품질 표준, 위생관리,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 시장 확대의 속도만큼 품질관리 체계도 정교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희문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약용자원연구소장은 “현장의 작은 목소리에서 시작된 규제 혁신이 농가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가공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적극 행정의 사례가 됐다”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하여 발굴·개선해 임업인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를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규제 혁신을 바라보는 기준도 생각하게 한다. 좋은 규제는 안전과 품질을 지키지만, 불필요한 비용까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과학적 근거와 품질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산양삼 품질검사 개선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한 사례다.

이번 변화의 가장 큰 의미는 검사 비용 절감 자체에만 있지 않다. 검사 시료를 바꾼 작은 제도 개선이 줄기와 잎의 경제적 가치를 발견하게 했고, 이것은 식품 원료 인정과 가공제품 개발, 업체의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즉, 규제 혁신이 ‘무엇을 덜 하게 할 것인가’에서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로 확장된 것이다.

농림·임업 분야에는 여전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버려지거나 활용되지 못하는 자원이 적지 않다. 이러한 자원을 과학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제도를 개선한다면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만들 수도 있다.

산양삼 줄기와 잎이 ‘효자’가 된 이번 사례는 현장의 작은 불편을 해결하는 규제 혁신이 결국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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