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뉴스주간저널2026. 8. 27. 오후 5:04:27

희귀식물 위급종 보전 연구 성과로 ‘해오라비난초’ 군락 개화

희귀식물 위급종, 8월 말까지 희귀·특산식물보존원서 관람 가능 국립수목원, 2021년부터 희귀식물 인공증식·구근 생산·전시원 식재 추진

최대식 기자
희귀식물 위급종 보전 연구 성과로 ‘해오라비난초’ 군락 개화
해오라비난초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자생 희귀식물인 해오라비난초(Habenaria radiata [Thunb.] Speng.)가 군락을 이루며 개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화는 2021년부터 추진해 온 종자 인공증식과 구근 생산, 전시원 식재 등 현지 외 보전 연구의 성과다.

멸종위기에 놓인 식물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남아 있는 개체를 보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종자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증식하며,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립수목원에서 군락을 이루며 꽃을 피운 해오라비난초는 이러한 장기 보전 연구가 실제 개화로 이어진 사례다.

해오라비난초는 습지와 습윤한 초지에서 자라는 자생 난초다. 하얀 꽃의 모습이 백로가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는 모습과 닮아 ‘해오라비난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름다운 외형만큼 보전 가치도 높다. 자생지가 매우 제한적이고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토양이 눌리는 답압(踏壓, 땅을 반복해서 밟아 흙이 눌리고 굳어지는 것)과 개체 훼손에 취약하다.  

현재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 필요성을 나타내는 ‘위급종(CR, Critically Endangered)’으로 관리되고 있다. 희귀식물 보전의 어려움은 개체 수가 적다는 데만 있지 않다. 특정한 습도와 토양, 주변 환경에 의존하는 식물은 서식지가 훼손되면 다른 장소로 쉽게 옮겨 살아가기 어렵다. 결국 식물 하나를 보전하려면 그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까지 함께 이해해야 한다.

국립수목원은 해오라비난초의 안정적인 보전을 위해 2021년부터 증식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우선, 개화한 개체에서 종자를 수확해 인공증식하고, 이 과정에서 생산된 구근을 지속해 늘려 보전 개체를 확보했다. 이후 자생지와 유사한 습윤 환경을 조성한 전시원에 증식 개체를 식재하고 생육과 개화 상태를 관리했다.

종자를 확보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증식과 구근 생산, 환경 조성, 식재와 개화까지가 하나의 보전 과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군락 개화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생에서 사라질 위험이 큰 식물을 단순히 채집해 보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관리하는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증식하고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는 조건을 확인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은 ‘현지 외 보전’의 대표적인 사례다. 현지 외 보전은 식물이 원래 살아가는 자생지만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목원이나 연구시설 등 통제된 환경에서 개체와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자생지가 갑작스럽게 훼손되거나 개체 수가 급감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생물다양성 안전망이다. 다만, 현지 외 보전은 자생지 보전을 대신하는 방법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야생에서 식물이 스스로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서식지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목원의 증식 연구는 자생지 보전을 보완하면서 멸종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국립수목원은 올해 개화한 해오라비난초를 8월 말까지 희귀·특산식물보존원에서 공개한다.

배준규 국립수목원 전시교육연구과장은 “앞으로도 희귀식물 보전 연구를 지속하고, 그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라고 밝혔다.

희귀식물의 공개는 단순한 볼거리 제공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민이 실제 식물을 보고 왜 희귀해졌는지, 어떤 연구를 통해 보전되고 있는지를 이해할 때 생물다양성 보전은 연구기관만의 과제에서 사회 전체의 관심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오라비난초 한 송이가 피기까지는 종자와 구근, 토양과 수분, 연구자의 장기간 관리가 필요했다. 이번 군락 개화는 아름다운 꽃의 귀환인 동시에, 희귀식물 보전이 ‘발견’보다 ‘지속적인 관리와 증식’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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