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청장 박은식)은 2일 ‘한국환경회의-산림청 민관협의체’ 발족식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체는 기후위기로 대형산불, 산사태, 산림병해충 등 산림재난 위험이 커지고, 산림경영과 산림보전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지속해 소통하며 산림정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구성됐다.
이번 협의체 출범은 단순한 회의체 하나가 더 생겼다는 의미를 넘는다. 최근 산림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산림을 탄소흡수원과 기후위기 대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분별한 개발과 과도한 경영이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여기에 산불 예방, 사방사업, 임도 설치, 병해충 대응, 목재 이용, 보호지역 관리 같은 구체적 정책들이 얽히면서 논쟁의 층위는 더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이 어느 한쪽의 언어로만 설명되면 다른 쪽의 불신을 키우기 쉽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의 독주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제의식을 공식적으로 마주하고 조정할 수 있는 숙의의 장이다.
산림을 둘러싼 문제는 더 이상 숲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기후위기로 인한 대형산불과 산사태, 산림병해충 확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고, 산림경영과 산림보전을 둘러싼 논쟁은 환경과 산업, 지역경제와 공공성의 문제까지 함께 끌어안고 있다.
이런 시대에 산림정책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정책은 전문성을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하고, 행정은 속도를 내야 하지만, 그 속도만큼이나 충분한 설명과 숙의가 따라야 한다.
산림청과 한국환경회의가 ‘민관협의체’를 발족한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산림을 둘러싼 복합적 갈등과 위험 앞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찬반 대립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을 한 자리에 놓고 근거를 확인하며 해법을 함께 찾는 집단지성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협의체는 산림청 임하수 차장과 한국환경회의 박형신 환경정의 공동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아 운영한다. 앞으로 산림청과 한국환경회의가 제안하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운영 기간은 3년이며, 분기별 정기회의와 필요시 현안 협의를 통해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게 된다. 논의 결과는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하고, 상호 의견을 지속하여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력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일회성 의견수렴’과 ‘지속적 협의’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많은 공공정책이 설명회나 간담회 형식으로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지만, 실제로는 정책 방향이 이미 정해진 뒤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이번 협의체처럼 3년이라는 운영 기간을 두고 정기회의와 현안 협의를 제도화하는 방식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신뢰와 대화의 통로를 상시로 열어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관 협력의 성패는 한 번의 만남이 아니라, 어려운 의제 앞에서도 대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제대로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산림청은 이번 협의체를 통해 산림경영과 산림보전 등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사회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산림정책의 사회적 공감대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은 법과 예산, 행정력만으로도 집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감대 없이 추진된 정책은 현장에서 쉽게 저항과 갈등에 부딪힌다.
특히, 산림은 중앙정부의 행정 대상이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이고, 환경단체의 보호 대상이며, 산업계의 자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영역일수록 ‘옳은 정책’ 못지않게 ‘공감받는 정책’이 중요하다.
이번 협의체는 그 점에서 산림정책을 단순히 기술적 행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대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예를 들어 산불 대응을 위한 임도 확충은 재난 대응 차원에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생태 훼손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산림경영 역시 목재 생산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생물다양성 보전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에서 어느 한쪽의 논리만으로 답을 내리기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근거가 있고 어떤 영향이 있으며, 어떤 절충과 보완을 할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다. 민관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임하수 산림청 차장은 “산림을 둘러싼 현안은 여러 관점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협의체가 결론을 서두르기보다 필요한 근거를 함께 확인하고 건설적으로 논의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라며,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산림정책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공공 갈등의 많은 부분은 사실관계 자체보다, 서로가 상대의 근거를 신뢰하지 못하는 데서 더 커지기도 한다. 따라서, 민관 협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각자의 입장을 반복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공통의 자료와 사실, 현장 조건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숙의는 시간을 요구하지만, 그 시간은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비용이기도 하다.
산림정책에서 이런 접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산림을 단지 보존의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회복해야 할 공간으로 만들었고, 동시에 무리한 개입에 대한 우려도 키웠다. 산림병해충 대응 역시 방제와 생태 균형 사이의 논란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숲을 둘러싼 문제는 ‘보전이냐 이용이냐’의 이분법으로는 풀 수 없고, 보호와 활용, 재난 대응과 생태 가치, 지역 주민의 삶과 국가적 관리 원칙을 함께 놓고 조정해야 한다. 협의체의 역할은 바로 이런 복합성을 정책 언어로 번역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이번 협의체는 산림정책이 더 이상 행정기관의 내부 판단으로만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산림은 국민 모두의 자산이자 미래 세대에게 넘겨줘야 할 공공자원이다.
그렇다면 정책 역시 더 개방적이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시민사회와의 신뢰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갈등을 피하려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대화를 제도화하는 것, 그것이 이번 민관협의체 출범의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민관 집단지성으로 산림정책 해법 찾는다’라는 이번 메시지는 선언이 아니라, 과제가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발족식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의 운영이다. 서로 다른 입장이 불편한 순간에도 논의를 멈추지 않을 수 있는지, 현안을 두고 실질적인 근거와 대안을 축적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산림정책은 숲을 위한 정책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숲을 둘러싼 문제일수록 더 넓은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협의체가 그 지혜를 모으는 진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