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추천뉴스2026. 7. 17. 오후 3:34:07

‘고향사랑 기부제의 새로운 전환’ 포럼, 제도 설계의 쟁점 집중 논의

지방재정 확충·지역균형발전 가능성과 제도 설계의 쟁점 집중 논의 고향사랑기부제, 개인의 선의를 넘어 지역과 기업의 협력 구조로 전환할 필요성 제기

최대식 기자
‘고향사랑 기부제의 새로운 전환’ 포럼, 제도 설계의 쟁점 집중 논의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고향사랑 기부제의 새로운 전환’ 포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행정안전부와 함께 ‘고향사랑 기부제의 새로운 전환: 법인기부 도입과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고향사랑 기부제의 법인기부 도입을 중심 의제로 삼아, 일본의 ‘기업판 고향납세’ 사례와 함께 제도 도입의 가능성과 한계를 비교·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이제 안정적 정착 단계를 넘어 제도 확장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현실이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고향사랑기부제가 본격 시행되기 이전부터 제도 설계와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왔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정책 컨설팅과 연구회를 운영하며 제도의 안착을 지원해 왔다. 

올해 초에는 미쓰비시총합연구소, 도쿄도청과 함께 ‘고향사랑기부제도의 이해와 시사점’ 세미나를 열어 해외 사례를 함께 검토하기도 했다. 즉, 이번 포럼은 갑작스러운 문제 제기가 아니라, 축적된 연구와 현장 경험 위에서 법인기부라는 다음 단계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꺼내 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법인기부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고, 지역소멸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제가 개인 기부에만 의존할 경우 제도의 확장성과 안정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대로 기업이 지역과의 상생 차원에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면, 지방재정의 새로운 통로가 열리고, 기업과 지역의 협력 모델도 더 다양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또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기업의 기부가 진정한 지역 상생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제도의 취지를 흔들 수 있는 새로운 이해관계의 통로가 될 것인가. 이번 포럼은 이 양면성을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였다.

포럼은 발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유보람 부연구위원이 ‘법인기부 도입에 따른 쟁점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했고, 이어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찬우 특임연구원이 ‘기업판 고향납세제도 성과와 과제’를 소개했다. 

이 두 발표는 각각 국내 제도 설계의 문제의식과 해외 운영 경험을 짚는 축 역할을 했다. 특히, 일본 사례는 법인기부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비교자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의 ‘기업판 고향납세’는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 지점이 된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지역 프로젝트를 매개로 연결되면서 지방재정과 지역 활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 면이 있는 반면, 제도 설계에 따라 기업 홍보성 참여, 지역 간 격차 심화, 형식적 기부로 흐를 수 있다는 한계도 함께 드러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법인기부는 가능하지만, 아무렇게나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와 공공성, 투명성과 형평성을 함께 담보할 수 있는 설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종합토론에서는 더 구체적인 쟁점들이 다뤄졌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국법제연구원 박기선 연구위원은 법률적 쟁점과 대응 방향을, 조선대학교 임상수 교수는 세제지원 방식 검토를, 경남연구원 신동철 연구위원은 일본 제도의 국내 도입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어 경상북도 김미선 팀장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대와 우려를, 행정안전부 박춘기 팀장은 중앙정부 관점의 제도 설계 방향을, 서울신문 강주리 차장은 언론의 시각에서 본 고향사랑기부제 변화와 법인기부 도입의 과제를 각각 짚었다.

이 구성은 법인기부 논의가 단순히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찬반 구도로 정리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법률, 세제, 지방행정, 중앙정부 설계, 언론과 여론의 시각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제지원은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핵심 장치가 될 수 있지만, 과도하면 조세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새로운 재원 조달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기업 유치력이 강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제도는 늘 기회를 여는 동시에 새로운 불균형의 가능성도 함께 만든다. 그래서 이번 논의는 법인기부를 ‘확대’의 언어로만 보지 않고,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언어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한 기부제도를 넘어 지역의 재정 기반을 확충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지역과 기업, 국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큰 제도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법인기부 도입은 제도의 외연을 확대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더 넓은 틀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기부 총액이 늘어나는 것보다, 기부가 지역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그 변화가 다시 기업과 주민, 지역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육동일 원장은 연구기관으로서 앞으로도 고향사랑기부제도 연구와 정책 컨설팅을 꾸준히 수행해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향사랑기부제 같은 정책은 정치적 구호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제도 시행 이후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법인기부 도입 시 어떤 부작용을 방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좋은 제도는 선의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수정되고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보완될 때 더 오래 간다.

이번 포럼은 그래서 법인기부 도입을 둘러싼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드러낸 자리였다. 기대는 분명하다. 기업이 지역과 더 깊게 연결되면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재정 확충의 새로운 통로가 열릴 수 있다. 특히, 기업이 가진 자원과 네트워크가 지역 문제 해결과 결합될 경우,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경계 역시 분명하다. 기업 기부가 특정 지역에만 쏠리거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문제 그리고 지방정부와 기업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낳는다면 제도의 공공성은 흔들릴 수 있다.

핵심은 제도 도입 여부보다 설계의 철학에 있다. 법인기부를 허용하더라도 그 목적은 지역에 필요한 재원을 더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기업과 지역의 상생을 촉진하는 데 있어야 한다. 동시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할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를 넘어, 지역과 기업, 주민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공공 협력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번 포럼이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아직 끝난 제도가 아니라, 지금도 진화 중인 제도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진화의 다음 단계는 ‘얼마나 더 많은 기부를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원칙과 구조 속에서 지역발전의 힘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법인기부의 문제는 바로 그 논의의 문을 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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