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을 이해하는 방법은 전각의 규모와 화려한 단청을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은 사라진 공간을 옛 도면에서 찾아보고, 정전 앞에 놓인 향로 한 점이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왕실의 의례와 생활문화가 한층 입체적으로 보인다.
경복궁이 올가을 새롭게 단청을 입힌 흥복전을 왕실 문화에 관한 질문과 해석이 이어지는 배움의 공간으로 연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소장 김태영)는 11월 7일부터 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네 차례에 걸쳐 ‘흥복전 왕실문화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올해는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 평일 프로그램을 주말로 옮겼다. 강연은 크게 ‘궁궐의 숨겨진 공간’과 ‘왕실의 향로와 향 문화’라는 두 흐름으로 구성된다.
첫 강연인 11월 7일에는 이만희 작가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궁궐의 비밀』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궁궐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과 북궐도형 등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는 사라진 경복궁의 공간을 추적한다.
이후 세 차례 강연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근정전 향로 뚜껑 재현·설치 사업과 연계해 향로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과정으로 마련된다.
11월 14일에는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이용진 교수가 동아시아 향로의 역사와 형식을 살펴본다. 근정전 향로를 한국 안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동아시아 문화의 흐름 속에서 비교해 한국적 특징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21일에는 근정전 향로 뚜껑 재현사업의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전 한서대학교 장경희 교수가 경복궁과 덕수궁 정전에 설치된 향로를 비교한다. 조선과 대한제국의 법궁에 놓인 향로가 어떤 형태와 의미를 가졌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 28일에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하수민 박사가 조선 왕실의 ‘향 문화’를 다룬다. 향로라는 기물 자체를 넘어 왕실 의례에서는 어떤 향을 사용했으며, 그 향을 어디에서 어떻게 구했는지를 통해 당시의 생활문화와 의례를 들여다본다.
향로는 궁궐을 찾는 관람객에게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작은 유물이다. 그러나 하나의 기물을 따라가다 보면 제작기술과 미술사, 의례, 국제교류와 물자의 유통까지 연결된다. 문화유산을 깊이 이해하는 데에는 거대한 건축물만큼 이런 세부적인 대상에 관한 질문도 중요하다.
강연 장소가 새롭게 단청을 입힌 흥복전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궁궐에 관한 이야기를 일반 강의실이 아니라 실제 왕실 공간에서 듣게 되면서 건축과 강연 내용이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10월 19일 오후 2시부터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회차별 3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경복궁관리소는 앞으로도 조선 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강연 프로그램을 지속해 운영해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 기회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유산을 오래 보존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계속 새롭게 읽어내는 일이다. 사라진 궁궐 공간을 옛 도면으로 복원해 보고, 향로 하나에서 왕실의 의례와 향 문화를 발견하는 과정은 궁궐을 ‘사진 찍는 장소’에서 ‘질문이 생기는 역사 공간’으로 바꾼다. 흥복전 왕실문화 아카데미가 보여주는 문화유산 향유의 방식도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