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비싼 음식값과 부실한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휴게소 운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그동안 휴게소 가격과 서비스 왜곡의 원인이었던 중간 운영구조를 없애고, 전문적인 공공관리회사가 입점 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공공관리회사는 2027년 초 설립될 예정이며, 그전까지는 한국도로공사가 임시로 개편 모델을 시행한다.
그동안 휴게소 음식값이 과도하게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도로공사-중간운영업체-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때문이었다. 이 구조 안에서 중간 수수료가 크게 붙으면서 입점업체의 부담이 커졌고, 결국 그 비용은 음식값과 서비스 질 저하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전가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그동안 평균 수수료율은 매출액 대비 33% 수준이었고, 일부는 51%에 달하기도 했다. 공공시설에서 이렇게 높은 수수료 구조가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은 단지 비효율을 넘어, 제도의 목적 자체가 국민 편익보다 다른 곳에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게 한다.
실제로 국민 불만도 분명했다. 2024년 도로 만족도 조사에서 “휴게소 음식이 비싸다”라는 응답은 66.9%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 이용자가 구조적 불합리를 체감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장거리 운전 중 휴게소 이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 공간은 최소한 합리적 가격과 기본 이상의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휴게소는 공공시설이면서도 공공적 기준보다는 폐쇄적 운영 논리에 더 묶여 있었던 셈이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단순한 가격 조정 차원을 넘어, 운영 구조에 깔린 불신의 원인까지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단체가 자회사를 내세워 길게는 40년 가까이 휴게소를 독점 운영하며 이익을 챙겨 온 구조적 병폐가 드러났고, 이는 휴게소를 둘러싼 국민적 불신을 더욱 키워 왔다.
공공영역에서 퇴직자 카르텔이 장기간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은 서비스 품질의 문제를 넘어 공공성 훼손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토부가 이번 개편에서 이권 카르텔 혁파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그래서다.
앞으로 입점업체의 평균 임대료는 중간 수수료를 없애면서 기존 매출액 대비 33% 수준에서 8~9% 수준으로 대폭 낮아질 예정이다. 관리비를 감안하더라도 기존보다 절반 이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입점업체의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낮아진 임대료가 음식 품질 개선과 가격 인하,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국민이 개편 효과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편의 핵심은 수수료 절감이 아니라, 그 절감분이 국민 편익으로 환류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선정 기준도 바뀐다. 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업체가 아니라, 음식 맛과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선정되도록 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금까지의 구조가 ‘얼마를 더 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공공휴게소는 최대 수익을 위한 임대 공간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공공 서비스 공간이기 때문이다.
입찰 과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심사위원회 평가를 거쳐 업체를 선정하고, 입점 이후에도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매년 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또 이용객이 많은 휴게소를 중심으로 초기 창업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청년 매장’도 운영해, 청년 사장들의 진입 기회도 넓히기로 했다. 휴게소가 대형 자본과 익숙한 사업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와 청년 창업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서비스 개선 방안도 보다 구체적이다. 우선 야간 운전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밤 10시면 문을 닫던 편의점을 24시간 운영한다. 이는 단순하지만 체감도가 매우 큰 변화다. 심야 시간대 운전자에게 휴게소는 잠시 쉬는 곳이면서 동시에 최소한의 식음료와 생활 편의를 기대하는 공간이다.
도시락, 김밥, 컵라면 등 간편식을 판매하고 쾌적한 조리·취식 공간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은 휴게소를 보다 실질적인 쉼터로 바꾸는 조치라 할 수 있다.
또 일반 매장에서는 익숙했지만, 휴게소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편의점 1+1 할인, 통신사 포인트 적립·사용 같은 혜택도 확대한다. 이는 휴게소가 더 이상 “고속도로라는 이유로 비싸도 감수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 소비 기준과 점점 가까워져야 한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공공시설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불편하고 덜 혜택을 받는 공간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음식과 커피 가격 개선도 눈에 띈다. 국토부는 임대료 인하 효과가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양질의 음식을 시중과 비교해도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커피는 체감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높은 임대료 탓에 입점이 어려웠던 실속 커피 매장이 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재 평균 4,800원 수준의 아메리카노를 2,000원 이하 가격대로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커피 한 잔 가격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이용자가 가장 자주 접하는 메뉴이기에 휴게소 전반의 인식을 바꾸는 데 상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휴게소를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방향도 중요하다.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메뉴에서 벗어나 전문 외식 브랜드나 지역 대표 맛집 등이 입점하도록 해, 이용자가 취향과 수요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휴게소를 단순한 통과 지점이 아니라, 지역성과 선택권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휴게소마다 비슷한 메뉴를 반복하는 대신, 그 지역을 대표할 만한 음식과 브랜드를 만나게 한다면, 휴게소는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여행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휴게소 부지 내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얻는 부가 수익을 냉난방, 공기질 개선 등 서비스 향상에 재투자해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운영 구조 개선이 단지 음식값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휴게소 전체 환경 품질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편된 휴게소는 우선 올해 안에 전국 8개 휴게소에서 먼저 선보인다. 신설 휴게소인 합천호 상·하행, 월출산과 계약종료 휴게소인 여주, 군위, 장유, 대천 상·하행이 대상이다.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7월 중 입찰 공고를 내고 12월부터 임시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공관리회사 설립 이전이라도 국민이 빠르게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국토부는 휴게소 분야의 이권 카르텔도 철저히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휴게소 입점 매장 입찰 시 도로공사 현직자와 퇴직자(3년 이내), 그 배우자와 직계 가족은 입찰에서 배제되고, 퇴직자 대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와 자회사 등은 더 이상 휴게소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현재 운영 중인 휴게소 6곳도 즉시 매각하도록 정관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제기된 입찰 비위 의혹과 수익금 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와 세무조사 의뢰 등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다.
이 부분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니라, 휴게소 개혁의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구조를 바꾸겠다고 하면서 그 구조를 지탱해 온 이해관계 네트워크를 손대지 않는다면 개혁은 쉽게 형식에 그칠 수 있다. 휴게소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가격과 서비스뿐 아니라,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까지 함께 회복되어야 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에 지친 국민이 편안하게 쉬어가는 공간이어야 하나, 수십 년간 굳어진 불합리한 구조 탓에 비싼 가격과 아쉬운 서비스라는 불편을 감내해야만 했다”라며, “연내 개장하는 8개 휴게소를 시작으로 불합리한 구조는 과감히 혁파하고 그 자리에 오직 국민의 편익만 채워 휴게소를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려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의 진짜 의미는 휴게소를 더 싸게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그보다는 공공시설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다시 세우는 데 있다. 공공영역의 서비스는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 국민의 체감 편익을 중심에 둬야 한다.
휴게소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국민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생활 인프라다. 그 공간이 달라지면 국민이 느끼는 공공의 품질도 달라질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이번 개편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음식값과 서비스, 공간 경험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전국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산되는지 지켜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