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7월 6일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에서 ‘푸드테크 대도약 선언식’을 열고 대한민국 푸드테크 산업을 이끌 마스터플랜인 ‘제1차 푸드테크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식은 지난해 시행된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립된 첫 번째 법정 기본계획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행사 장소가 첨단 로봇 기술과 푸드테크 융합 현장인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였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이번 계획이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식품산업이 이제 로봇과 인공지능, 자동화와 데이터 기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 질서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 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푸드테크 선도 기업, 청년 창업가, 투자기관, 학계, 예비창업자 등 산업 생태계 구성원 40여 명이 참석해 K-푸드테크의 미래 비전과 확장 전략을 함께 논의했다.
이제 K-푸드는 더 이상 음식 그 자체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맛과 품질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세계 시장은 이미 그 너머를 묻고 있다. 어떤 기술이 결합되어 있는가, 어떤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조리와 유통, 소비 경험까지 얼마나 혁신적으로 연결되는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오늘의 K-푸드는 레시피만으로 세계를 설득할 수 없고, 기술과 플랫폼, 콘텐츠와 산업 생태계가 함께 움직일 때 더 강한 브랜드가 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푸드테크 대도약’을 선언하고, 제1차 푸드테크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은 바로 이런 시대 변화를 정면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K-푸드의 다음 도약은 식품산업의 디지털화나 자동화를 넘어, 기술과 문화, 지역과 산업을 새롭게 엮는 국가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이번 기본계획의 핵심은 과거의 정부 중심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산·학·연 중심의 거점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L.E.A.P.라는 이름의 4대 도약 전략을 제시했다. 지역 기반 구축(Local), 민간 역량 강화(Empowerment), 글로벌 확장(Advancement), 미래 선도와 규제혁신(Pioneer/Platform)이라는 네 축은 푸드테크를 단순한 산업 지원 분야가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인 Local은 지역 주도 푸드테크 산업 기반 구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5극 3특 성장엔진, 메가특구 등과 연계해 지역 앵커기업 중심의 농식품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동시에 지방정부와 지역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포항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6년 말 완공 예정인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로봇 앵커기업 투자유치가 이뤄지고, 포항공과대학교 계약학과와 로봇산업융합연구원이 현장 기술 애로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푸드테크가 수도권 일부 기업의 기술 실험에 머무를 수 없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식품은 결국 지역 농업과 원료, 생산 기반과 연결되어 있고, 기술 역시 지역의 산업 기반과 결합할 때 더 큰 힘을 낸다.
익산의 콩, 나주의 배박, 춘천의 친환경 농산물처럼 지역특화 품목을 푸드테크 기업의 원료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기계약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바로 이 점을 보여준다. 농업과 푸드테크를 따로 보지 않고, 지역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두 번째 전략 Empowerment는 민간 생태계 기반의 인재 육성과 투자 활성화다. 농식품부는 기업 수요에 맞춘 인재 양성을 위해 석사 과정 중심이던 푸드테크 계약학과를 2026년부터 박사 과정까지 확대하고, 운영 대학도 10개로 넓힐 계획이다. 이미 계약학과 도입 이후 재직자 교육 전후 기업 매출이 약 1.8배 증가한 사례가 있다는 점은 이 교육이 단순한 학위 과정이 아니라 실제 산업 고도화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K-푸드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기술창업 전 주기를 밀착 지원하고, 벤처연구팀의 기술사업화 교육도 확대한다. 또 예비·초기 창업자와 도약기 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2026년 300억 원 규모의 미래혁신성장펀드와 350억 원 규모의 세컨더리펀드를 조성해 정책 펀드 누적액을 2027년까지 1,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푸드테크를 실험실 안의 기술이 아니라, 민간 투자와 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세 번째 전략 Advancement는 K-푸드테크의 글로벌 영토 확장과 제조 혁신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세계적인 K-푸드 소비 열풍이 단순 식품 수출에서 끝나지 않도록, 기술·조리 로봇·레시피·제품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수출 패키지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피자나 비빔밥 조리 로봇에 K-푸드 레시피를 결합하는 방식은 단순 제품 수출이 아니라, ‘조리 시스템과 콘텐츠’를 함께 수출하는 모델이다.
이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K-브랜드의 진정한 확장은 상품 자체보다 경험 전체를 수출할 수 있을 때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음식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조리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 브랜드 서사와 소비 경험까지 함께 내보내는 방식은 한국 푸드테크가 단순 제조 경쟁을 넘어 플랫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해외 체험형 홍보 행사와 국내외 박람회 내 푸드테크 전용관 운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조 혁신도 함께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식품제조업 전반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2024년 누적 30개소에서 2026년 187개소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출범한 ‘K-푸드 스마트제조 얼라이언스’를 기반으로 우리 술, 전통 식품 등 분야별 AX 추진 계획도 구체화한다. 이는 푸드테크가 일부 스타트업의 혁신만이 아니라, 식품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네 번째 전략인 Pioneer/Platform은 미래 기술 선도와 선제적 규제 혁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투자연계형, 스케일업 자금까지 성장단계별로 R&D를 세분화하고, 소규모 기업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현장밀착형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2027년까지 푸드테크 산업분류 코드체계를 마련하고 실태조사와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글로벌 표준 선도 기반도 만들 계획이다.
무엇보다 현장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규제혁신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규제개선 신청제’를 도입해 신청 창구를 일원화하고, 푸드테크 기업들이 겪는 규제 애로를 더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감귤·배 착즙박, 맥주박 등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플라스틱 대체 소재나 신소재로 활용한 규제 샌드박스 사례가 나온 만큼, 앞으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력해 폐기물관리법 개정 등 제도 기반도 정비할 방침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푸드테크 산업의 경쟁력은 좋은 기술이 얼마나 빨리 실험실을 나와 산업 현장에 안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이 있어도 규제에 막혀 상용화가 지연되면 산업 전체의 속도는 떨어진다. 송미령 장관이 푸드테크의 진정한 경쟁력은 우수한 기술이 산업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송 장관은 또 지금은 기술과 레시피, 콘텐츠와 문화, 소비 경험이 하나의 플랫폼에 녹아들어 세계로 확산되는 ‘글로벌 대전환’의 시대라며, 푸드테크는 이 전환의 핵심 동력이자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K-푸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K-브랜드를 완성하는 미래 성장 전략이라고 밝혔다. 푸드테크는 식품산업의 주변적 실험이 아니라, 앞으로 K-브랜드 전체를 끌어올릴 핵심 축이라는 선언인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2~3개소의 전담 기관을 지정하고,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을 활성화할 민관 협의체를 본격 운영해 정책 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기본계획의 성패는 선언 그 자체보다, 지역 클러스터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인재 양성과 투자 구조가 지속성을 갖는지, 글로벌 패키지 모델이 현실에서 성과를 내는지, 그리고 규제혁신이 얼마나 현장 체감형으로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분명한 것은 하나다. K-푸드의 다음 성장 곡선은 더 이상 음식만 잘 만들어서는 그릴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는 기술이 붙어야 하고, 지역이 움직여야 하며, 민간 자본과 인재가 모여야 하고,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경험으로 소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푸드테크 대도약 선언’은 바로 그 변화를 국가 차원에서 공식화한 첫 청사진이라고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