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는 분단의 경계이면서 동시에 오랜 시간 다양한 생명이 이어져 온 생태공간이다. 그곳의 식물을 조사하고 지켜온 국립DMZ자생식물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아 지난 연구성과를 돌아보고 생태계 복원과 기후변화 대응, 국내외 협력으로 이어질 새로운 10년을 시작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안병기)은 10월 2일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국립DMZ자생식물원에서 개원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CBD Secretariat)과 공동으로 진행한 국제행사의 둘째 날 일정으로 마련됐다.
국내외 참석자들은 주요 전시원과 연구·보전 현장을 둘러보며 지난 10년 동안 축적된 DMZ 식물 다양성 보전과 자생식물 복원 연구성과를 살펴봤다.
지난 시간을 기록하고 미래로 전달하기 위한 타임캡슐 봉인식도 진행됐다. 타임캡슐에는 평화의 메시지와 식물종자, 연구기록 등이 담겼다. 연구자료뿐 아니라, 실제 생명의 가능성을 품은 종자를 함께 남겼다는 점에서 지난 10년의 기록과 미래에 대한 약속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어 열린 ‘Peace & Life Story 평화와 자연 콘서트’에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청소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상상휠 하모니’가 무대에 올랐다. 식물 보전의 공간에서 울려 퍼진 음악은 DMZ를 군사적 경계만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를 함께 생각하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했다.
국립DMZ자생식물원이 지난 10년 동안 해온 일의 중심에는 ‘기록하고 보전하는 것’이 있었다. 접경지역 식물상을 조사하고 자생식물을 수집·보전했으며, 훼손된 땅 복원에 필요한 종자와 식생을 연구했다. 북한과 북방계 식물자원의 수집·증식 연구도 이어왔다.
연구성과를 연구실 안에만 두지는 않았다. 지역사회와 교육기관, 시민사회와 연계해 전시·교육과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을 운영하며 DMZ 식물자원의 의미를 국민과 공유했다.
올해는 북한지역에 분포하는 식물자원을 보존하고 한반도 식물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북한식물전시원도 새롭게 조성했다. 현재 북한식물전시원과 북방계식물전시원 등 전문전시원을 운영하며 자생식물 1,154종을 보전·관리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축적된 연구를 실제 생태계의 회복과 미래 위험 대응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기후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 어떤 식물이 어디에 분포하고 있으며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장기적으로 기록하는 연구는 산림생태계 복원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안병기 국립수목원장은 “지난 10년이 DMZ와 접경지역의 식물다양성을 조사하고 보전하며 연구 기반을 축적해 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성과를 산림생태계 복원과 기후변화 대응, 국내외 협력으로 확장해 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며, “국립DMZ자생식물원이 DMZ 생물다양성 보전과 한반도 식물자원 연구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DMZ의 식물을 지킨다는 것은 희귀한 종 몇 가지를 보관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분단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생태적 연결성을 기록하고, 훼손된 자연이 다시 회복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하는 일이다.
종자와 연구기록을 담은 타임캡슐과 청소년들의 평화 선율이 한 공간에서 만난 이번 10주년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지난 10년이 ‘무엇이 살아 있는가’를 기록한 시간이었다면, 새로운 10년은 ‘그 생명을 어떻게 미래까지 이어 나가게 할 것인가’를 실천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