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조사한 산이라고 해서 그곳의 생물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안병기)과 강원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강종수 교수 연구실은 과거 식물상 조사가 이뤄졌던 강원 고성 마산 일대에서 위기(EN) 등급 희귀식물인 ‘등대시호(Bupleurum euphorbioides Nakai)’ 200개체 이상의 새로운 자생지를 확인했다.
이번 발견은 희귀식물을 새롭게 찾아냈다는 사실과 함께 생물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같은 지역을 반복적으로 조사하고 기록을 축적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등대시호는 미나리과 시호속에 속하는 위기(EN) 등급의 희귀식물이다. 국내에서는 설악산을 비롯해 백두대간의 높은 산지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분포하며, 고성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미시령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산지에서 생육이 확인됐다.
이번 발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마산 일대가 과거에도 조사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식물상 조사에서는 등대시호가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번 현장 조사에서는 200개체 이상의 개체군이 확인됐다.
다만, 과거 기록이 없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당시 등대시호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식물의 발견 여부는 조사 시기와 범위, 생육 상태 등 여러 현장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도 단순한 ‘새로운 출현’보다는 반복적인 현장 조사를 통해 기존 기록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생물다양성 조사는 한 번 작성하고 끝나는 목록이 아니다. 식물의 분포와 개체군은 환경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희귀식물의 경우 제한된 공간에서 생육하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같은 지역을 장기간 반복해서 살펴봐야 어느 종이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분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DMZ 일원은 지속적인 관찰이 특히 중요한 지역이다. 희귀식물의 분포뿐만이 아니라, 산림생태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식물·식생 자료를 장기적으로 축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은 앞으로 이번에 발견한 등대시호 개체군을 지속해 관찰하면서 분포 범위와 변화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수목원 DMZ산림생물자원연구과 신현탁 과장은 “이번 발견은 지속적인 현장조사가 DMZ 일원의 산림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라며, “앞으로도 DMZ 일원 산림생물자원의 다양성과 분포 양상을 밝히기 위한 현장 조사와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자연에 대한 기록은 ‘발견했다’라는 한 번의 사건보다 ‘계속 살펴봤다’라는 시간의 축적에서 더 정확해진다. 과
거 조사에서 기록되지 않았던 등대시호가 다시 찾은 산에서 확인됐다는 사실은 생물다양성 조사에서 ‘없음’과 ‘아직 발견하지 못함’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희귀식물을 지키는 첫 단계는 결국 같은 숲을 오래 보고, 다시 기록하는 데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