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그 맛을 만드는 방식은 같지 않다.
어떤 향신료를 쓰고, 무엇과 섞으며,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느냐에 따라 하나의 맛은 서로 다른 음식문화가 된다. 한식진흥원(이사장 이규민)과 주한중국문화원(원장 심효강)이 ‘매운맛’을 매개로 양국의 공통점과 차이를 직접 경험하는 음식문화 교류의 자리를 마련했다.
한식진흥원은 지난 9월 29일 주한중국문화원과 함께 ‘Spice Without Borders: Korea × China - A Journey through Spicy Flavors’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리적·역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중국이 각자의 환경과 식재료, 생활방식 속에서 발전시켜 온 음식문화를 ‘매운맛’이라는 친숙한 주제를 통해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한국의 꼬막무침과 비빔밥, 중국의 마라 닭고기무침을 참가자들이 직접 만들었다. 같은 매운맛을 중심에 둔 음식이지만, 사용하는 식재료와 양념, 향신료, 조리법에 따라 맛과 향, 식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체험하도록 했다.
특히, 완성된 음식을 시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을 만들어 한 접시를 완성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음식문화는 결과물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료를 선택하고 손질하는 방식, 양념을 조합하는 방법에는 각각의 지역환경과 식생활, 오랜 조리 경험이 축적돼 있다.
이런 점에서 ‘함께 요리한다’라는 행위는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같은 조리대 앞에서 음식을 만들고 맛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낯선 문화는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질문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뀐다.
한국의 매운맛과 중국의 매운맛을 비교하는 이번 프로그램 역시 어느 음식이 더 맵거나 우수한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비슷해 보이는 맛이 각 사회에서 어떻게 다르게 발전했는지를 살피면서 차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음식은 이러한 문화 교류에서 비교적 낮은 문턱을 가진 매개체다. 언어나 역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함께 만들고 맛보며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식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차이를 이해하는 경험은 상대 문화를 보다 가까운 생활문화로 받아들이게 한다.
김기훈 한식진흥원 사무총장은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음식문화에서 공유하는 요소가 많지만, 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라며, “음식을 통해 양국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심효강 주한중국문화원장도 “음식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친근한 매개체이다”라며, “양국 음식문화의 공통점과 고유한 매력을 함께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식진흥원은 앞으로도 주한 외국공관과 문화원 등 국내외 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고 한식을 직접 체험하며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문화 교류는 서로의 차이를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익숙한 것 속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가깝다. 한국의 고추 양념과 중국의 마라 향신료처럼 ‘매운맛’이라는 공통의 언어 안에도 각자의 역사와 생활문화가 담겨 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한 식탁에서 나누는 경험은 그 차이를 설명보다 쉽게 이해하게 한다. 음식이 국경을 넘는 힘은 결국 맛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시작하게 한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