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종로문화역사형상전’은 7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려 2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이 전시는 종로가 지닌 역사와 문화, 지역 정체성을 시각예술로 재해석하고 시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종로미술협회의 대표 정기전이다.
도시는 건물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오가며 쌓인 시간, 골목과 궁궐, 시장과 거리, 생활과 전통이 겹쳐질 때 비로소 한 도시의 얼굴이 만들어진다. 종로는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한 행정구역을 넘어선다. 이곳은 왕조의 시간과 근대의 흔적, 예술가의 사유와 시민의 일상이 층층이 쌓인 공간이다.
그래서 종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단지 지도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시간과 정신을 해석하는 일에 가깝다. 종로미술협회가 주최·주관한 ‘제26회 종로문화역사형상전’이 의미를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전시는 종로라는 장소가 품고 있는 시간의 깊이를 시각예술의 언어로 풀어내며, 도시의 기억을 단지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살아나게 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규모만이 아니다. 한국화, 서양화, 문인화, 민화, 서예, 도예, 공예, 시각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해 종로의 시간과 장소, 기억과 풍경을 각자의 예술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종로는 하나의 시선으로 설명될 수 없는 공간이다. 궁궐의 장엄함이 있는가 하면 골목의 소박함이 있고, 오래된 전통과 도시 감각도 있다.
따라서, 종로를 예술로 형상화하는 일 역시 단일한 양식이나 해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번 전시는 오히려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종로를 번역함으로써, 종로라는 장소의 복합성과 풍부함을 더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임춘순 종로미술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시가 단순한 작품 발표의 자리를 넘어 종로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는 문화적 실천이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보통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종로라는 공간을 작가들이 어떻게 보고, 어떤 기억을 꺼내고, 무엇을 현재의 미감으로 연결했는지를 함께 묻는 자리였다. 예술은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는 또 하나의 방식이며, 이번 전시는 바로 그 기록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도시를 예술로 기록한다는 일은 단지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을 읽고, 장소의 정서를 체감하고, 그것을 자기만의 형식으로 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종로문화역사형상전이 26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힘도 결국 이런 작가들의 축적된 노동과 지역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조강훈 회장은 도록 축사를 통해 “종로를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시간과 정신이 집약된 상징적 공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궁궐과 거리, 전통의 흔적과 오늘의 생활이 공존하는 종로가 예술가에게는 사유의 원천이고 시민에게는 문화의 깊이를 일상에서 만나는 터전이다”라고도 말했다.
예술은 단지 아름다움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시대와 장소를 기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종로문화역사형상전은 종로의 시간을 그림과 글씨, 공예와 시각언어로 남기는 문화적 아카이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종로라는 현장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지역의 기억을 미래의 문화 자산으로 이어 가는 전시로 평가된다. 지역문화는 그냥 남지 않는다. 기록하고 해석하고 공유할 때 비로소 자산이 된다.
종로처럼 이미 상징성이 큰 지역일수록, 그 의미를 너무 당연하게 여겨 오히려 현재의 언어로 새롭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문화는 해석될 때 살아 있고, 공유될 때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종로의 익숙함을 다시 낯설게 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막 행사에는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개최를 축하하고 참여 작가들을 격려했다. 전시 기간에는 참여 작가들의 창작 성과를 조명하기 위한 시상도 함께 진행돼, 작품의 예술성, 창의성, 표현력, 완성도, 전시 주제와의 연계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의 활동이 주목받았다. 수상은 단지 상을 주는 절차가 아니라, 전시가 지향한 가치와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더 깊이 구현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종로미술협회는 이번 전시를 통해 회원 화합과 창작 활성화의 기반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공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회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열린 예술공동체를 지향하고, 종로의 역사 문화 자산을 예술적으로 발굴해 시민과 공유하는 전시 플랫폼을 지속해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이번 형상전이 단순히 한 번의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종로문화역사형상전은 하나의 연례행사이면서 동시에, 지역 예술생태계가 자신을 조직하고 확장해 가는 구조이기도 하다. 지역문화가 오래 지속되려면 뛰어난 개인 작가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다. 작가들이 함께 모이고, 플랫폼이 유지되고, 시민과의 접점이 꾸준히 형성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종로미술협회의 역할은 전시 주최를 넘어 지역 예술 공동체의 기반을 지탱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시민, 전통과 현대, 지역과 예술을 잇는 문화예술의 장으로서 종로미술협회의 역할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동시에 종로가 품은 문화적 깊이와 예술적 가능성을 조명하고,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시민사회와 만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210명의 참여 작가와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 수상자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종로문화역사형상전’은 단지 전시 결과를 넘어 하나의 지역문화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종로미술협회는 이번 전시의 공식 기록성을 높이고, 참여 작가와 관계자들의 활동을 정확하게 남기기 위해 사진 자료와 수상자 명단, 축하 참석 단체 및 참석자 명단, 행사 추진 및 협력 기관, 참여 작가 명단까지 모두 자료화했다.
전시는 열리고 끝나지만, 기록은 남는다. 그리고 기록은 다음 전시와 다음 세대의 문화 자산이 된다. 이번 전시가 종로의 시간을 예술로 기록했다면, 동시에 그 전시 자체를 다시 기록으로 남긴 일 또한 매우 종로다운 태도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다루는 전시가 자기의 흔적까지 꼼꼼하게 남긴다는 것은, 문화행사 역시 미래를 위한 기억의 일부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제26회 종로문화역사형상전’은 종로를 단순히 아름다운 배경으로 소비하지 않았다. 그것은 종로의 시간과 정신, 장소성과 기억을 예술로 다시 읽고, 지역의 역사를 미래의 문화 자산으로 번역하는 작업이었다.
도시의 시간은 그냥 흐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것을 바라보고, 그려 내고, 쓰고, 빚고, 기록할 때 비로소 문화가 된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문화적 전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 뜻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