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사장 김유열)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오디오 학습 콘텐츠 ‘아이돌이 들려주는 수능 한국사’가 새로운 참여 아티스트와 함께 릴레이를 이어간다. 오는 7월 20일부터 온앤오프, 빌리, 라이즈, 킥플립, 롱샷이 합류해 수능 한국사 기출 문제를 오디오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콘텐츠는 최근 5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모의평가, 학력평가에 출제된 한국사 문제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각 아티스트는 문제를 직접 낭독하고, 핵심 해설과 응원 메시지를 덧붙여 학습자들이 더욱 친숙하게 한국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앞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피프티 피프티, 크래비티, 하츠투하츠, 루시가 참여하며 주목받았고, 이번에 5개 팀이 추가되면서 총 10팀 릴레이 구성이 본격적으로 완성되는 셈이다.
수능 한국사는 분명 필수 과목이지만, 많은 학생에게는 여전히 “꼭 해야 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공부”로 남아 있다. 암기 분량에 대한 부담, 반복 학습의 지루함,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압박감은 한국사를 친숙한 과목이 아니라 의무의 과목으로 만들곤 한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공교육 콘텐츠는 새로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만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하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들 것인가.
교육부와 EBS가 함께 선보인 ‘아이돌이 들려주는 수능 한국사’는 바로 이 두 번째 질문에서 출발한 콘텐츠로 보인다. 익숙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기출 문제를 듣고, 핵심 해설과 응원 메시지까지 함께 접하게 하는 방식은 공부의 본질을 가볍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학습에 접근하는 문법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아이돌이 참여했다”는 화제성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학습 방식의 전환이다. 한국사는 오랫동안 읽고 외우는 과목으로 여겨져 왔다. 물론, 지금도 기본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들이 공부에 접근하는 방식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짧은 영상에 익숙하고, 이동 중에도 콘텐츠를 소비하며, 텍스트보다 음성과 리듬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환경 속에서 “듣는 공부”는 더 이상 주변적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학습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반복 노출을 쉽게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교육부와 EBS가 이번 콘텐츠를 오디오 형식으로 기획한 것도 그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이동 중에도, 잠깐 쉬는 시간에도,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학습 콘텐츠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한국사처럼 반복 노출이 중요한 과목은 ‘읽기’만큼이나 ‘듣기’가 유효할 수 있다. 문제 유형과 시대 흐름, 핵심 키워드를 계속 귀에 익히는 것만으로도 학습 저항감을 줄이고, 기억의 접점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콘텐츠는 그래서 단순한 팬서비스형 이벤트와는 결이 다르다. 기출 문제 낭독부터 해설, 응원까지 결합한 구성은 오락적 요소를 학습안으로 끌어들이되, 핵심은 분명히 공부에 두고 있다. 즉, 아티스트는 공부를 대신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공부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춰 주는 안내자 역할을 맡는 셈이다.
공교육 콘텐츠가 대중문화를 활용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본질의 희석인데, 이번 기획은 최소한 형식의 친근함을 내용의 진지함과 연결하려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수능 필수 과목인 한국사를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는 설명은 오늘 공교육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더 많은 정보만이 아니다. 때로는 같은 내용을 더 받아들이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공부를 쉽게 만든다는 말과 공부를 얕게 만든다는 말은 다르다. 어렵고 딱딱한 형식을 유지하는 것이 곧 학습의 진지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친근한 형식을 도입한다고 해서 곧 학습의 깊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형식이 학습을 돕느냐, 방해하느냐다.
이번 콘텐츠는 오디오 공개 이후 ‘함께학교’ SNS를 통해 숏폼 콘텐츠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핵심 내용을 짧고 재미있게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해 자연스러운 복습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오늘 학습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장치다.
숏폼은 종종 깊이 없는 정보 소비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적절히 설계되면 복습과 핵심 환기에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이미 한 번 들은 내용을 짧은 형태로 다시 접하게 하면 기억의 재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설계하느냐다.
현재까지 공개된 구조를 보면 ‘아이돌이 들려주는 수능 한국사’는 총 10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각 팀당 10문제씩 선보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홍보물이 아니라, 일정한 분량과 구조를 가진 연속형 학습 콘텐츠라는 뜻이기도 하다.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새로운 문제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학습 콘텐츠에서 리듬은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구조는 학생이 반복적으로 접속하게 만들고, 콘텐츠를 하나의 습관처럼 소비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이번 시도는 공교육 콘텐츠가 학생의 현실적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생은 더 이상 하나의 교재, 하나의 강의 방식 속에서만 공부하지 않는다. 오디오, 숏폼, 앱, SNS, 플랫폼을 넘나들며 학습한다. 그렇다면 공교육 역시 “정답을 가르치는 방식”뿐 아니라, “정답에 도달하는 경로”를 더 다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콘텐츠는 바로 그 경로 다양화의 한 사례다.
물론, 이런 시도가 만능일 수는 없다. 결국 한국사는 스스로 읽고 정리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디오 콘텐츠만으로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기획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종종 내용 부족보다 시작의 어려움 때문에 멈춘다.
그런데 누군가의 익숙한 목소리가 문제를 읽어 주고, 핵심을 짚어 주고,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어떤 학생에게는 공부를 시작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교육은 바로 그런 작은 문턱을 세심하게 발견하는 일에서 달라지기도 한다.
‘아이돌이 들려주는 수능 한국사’는 한국사를 쉽게 만든다기보다, 한국사에 다가가는 길을 조금 더 넓히는 실험이다. 수험생의 귀를 먼저 열어 마음의 부담을 낮추고, 그 틈으로 공부가 스며들게 하려는 방식이다.
공교육은 늘 진지해야 하지만, 꼭 딱딱할 필요는 없다. 학생의 삶과 감각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을 때, 교육은 더 멀리 도달할 수 있다. 이번 콘텐츠 릴레이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남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