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뉴스과학일반2025. 12. 16. 오후 10:59:44

서울공대 기계공학부 안성훈 교수팀, 소리로 기계 고장 진단하는 하드웨어 음향 필터 세계 최초 개발

기존 전자회로 대신 간섭 기반 메타구조 활용해 특정 주파수 선택 가능

편집국 기자
서울공대 기계공학부 안성훈 교수팀, 소리로 기계 고장 진단하는 하드웨어 음향 필터 세계 최초 개발
왼쪽부터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안성훈 교수(교신저자),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안세민 박사과정생(주저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기계공학부 안성훈 교수 연구팀이 전자회로 없이도 특정 주파수를 걸러내고 증폭할 수 있는 ‘음향 밴드패스 필터(Interference Acoustic Filter)’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마이크 하나와 간섭 기반 메타구조를 활용해 원하는 주파수만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산업 현장의 고소음 환경에서도 기계 고장을 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계공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메카니컬 시스템즈 앤 시그널 프로세싱(Mechanical Systems and Signal Processing)’에 이번 달 게재됐다.

연구 배경

공장, 발전소, 항공기 엔진룸과 같은 산업 현장은 80~100데시벨(dB)에 달하는 엄청난 소음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계가 고장 나기 직전 내는 미세한 ‘이상 신호음’이 거대한 기계 소음에 묻혀버려 작은 균열이나 기계 마모 같은 초기 징후를 놓치기 쉬웠다. 이는 결국 큰 사고로 이어져 인명 피해와 막대한 수리 비용이 발생하거나 생산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소음 환경에서 ‘소리’로 기계 고장을 진단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기계가 정상일 때와 고장 났을 때 내는 소리(주파수)가 다른 점에 착안해 고장을 의미하는 특정한 ‘이상 주파수’ 성분만 정확히 분리해 기계 이상을 진단하는 원리가 적용된 방식이다.

따라서 이 기술에는 기계 내외부에 장착된 전자회로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센서 신호에서 특정 주파수를 분리하는 ‘밴드패스 필터’와 복잡한 마이크 배열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방식에는 계산량이 많고, 서로 다른 종류의 기계 고장(다른 주파수)을 진단하기 위해 매번 번거롭게 비싼 회로나 구조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 과정

이에 안성훈 교수 연구팀은 복잡한 전자식 필터나 다중의 마이크 배열 없이 피리 모양의 세계 최소형 메타구조(직경 4cm·길이 30cm)와 마이크 하나만으로 1.8~22킬로헤르츠(kHz) 대역의 소리를 선별·증폭하는 하드웨어 밴드패스 필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소리를 간섭시키는 구조만으로도 주파수를 걸러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 발상의 구현에 나선 연구진은 실린더 형태의 ‘간섭 원리 기반 메타구조(Interference Structure)’를 고안하고, 그 안에 일정 간격으로 뚫린 여러 개의 슬릿을 통해 들어오는 소리가 서로를 상쇄·보강하도록 설계했다. 그에 따라 이 밴드패스 필터는 기존의 전자신호 대신 음파의 위상 차이를 이용해 특정 방향의 특정 주파수를 강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구조를 돌려 각도만 바꿔도 어떤 주파수의 소리를 집중적으로 받아들이는지가 달라지므로(예: 2kHz → 71°, 5kHz → 20°, 10kHz → 11°) 장치를 물리적으로 회전시켜 원하는 주파수의 소리만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고안된 밴드패스 필터는 이전 방식과 달리 새로운 종류의 기계 고장(다른 주파수)을 탐지할 때마다 매번 새 구조를 제작할 필요가 없다. 즉, 다양한 장비의 고장을 사전에 탐지해야 하는 산업 현장에서 범용성이 부족했던 기존 밴드패스의 한계를 극복한, 하드웨어로 작동하는 음향 밴드패스 필터가 구현된 것이다.

연구진은 밴드패스 필터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현장 실험에서 공사장 소음, 클럽 음악, 기차 소리와 유사한 크기의 100dB 소음 조건에서도 목표 주파수의 신호 세기가 4.82배 커지는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가공 기계에 적용한 실험에서는 고장을 뜻하는 이상 주파수(2041Hz)가 19.9배 증폭해 새로 개발한 밴드패스 필터의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다.

또 기존의 소리 센서로 취득한 데이터로 훈련시킨 인공지능(AI) 고장 진단 모델은 소음 환경에서의 기계 고장 인식률이 0%에 그쳤으나 음향 밴드패스 필터 센서로 취득한 데이터로 학습시킨 모델은 동일한 환경에서 78.6%의 인식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기존에는 탐지 자체가 불가능했던 고장이 앞으로는 정밀하게 진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연구진은 단순한 하드웨어 구조 하나의 기능이 복잡한 전자식 필터나 다중 마이크 배열이 맡던 역할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실증했다.

이번 연구의 밑바탕인 ‘간섭 원리 기반 메타구조’ 설계는 연구진이 이전에 개발한 ‘단일센서 기반 3차원 위치추정(3DAR, 3D Acoustic Ranging)’ 기술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안 교수팀은 해당 연구에서도 메타구조를 활용해 마이크 하나와 회전 구조만으로 소리의 위치를 추정하는 혁신적 음향 센서를 구현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 원리를 한 단계 더 확장해 소리를 ‘듣는’ 걸 넘어 ‘선택적으로 걸러내는’ 단계까지 발전시킨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번 기술은 앞으로 스마트 공장, 로봇, 항공기, 풍력 터빈 등 고소음 산업 환경에서 안전 사고의 징후인 주요 이상 신호를 잡아내는 하드웨어로 활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공장 내 CNC나 모터의 이상 소리만 자동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거나 24시간 계속되는 소음 속에서도 센서가 배관 누수나 충돌음을 식별하는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오직 하드웨어만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없고, 고장 위험이 낮으며, 유지 비용이 적다는 강점도 향후 음향 밴드패스 필터가 폭넓게 응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안성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회로가 계산하기 전에 기계가 먼저 판단하는 지능, 즉 물리적 지식 기반 구조가 정보를 선별·가공해 연산 부담을 줄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지능(Mechano-Intelligence)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안세민 박사과정생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하드웨어 음향 필터는 각도만으로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으며, 향후 AI와 결합 시 소음 속에서도 더욱 정확한 판단이 가능한 ‘기계의 지능화’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세민 서울대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은 혁신설계 및 통합생산 연구실에서 인간처럼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인지/판단/행동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다중 로봇의 협업을 연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부가 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산업혁신인재성장지원사업(RS-2024-00409092)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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