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밝히는 데 반드시 거대한 조명 시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경북 성주군은 세종대왕자태실과 가야산, 성밖숲 등 이미 존재하는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야간 콘텐츠로 재구성하며 소도시형 야간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 운영한 ‘별빛 역사워킹’과 ‘가야산 나이트 트레킹 & 별빛 디저트 다이닝’은 사전접수 당일 매진되며 방문객의 관심을 확인했다.
성주군은 2024년 국내 최초 군 단위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된 뒤 ‘트윙클 성주(Twinkle Seongju)!’를 브랜드로 야간관광 콘텐츠를 운영해 왔다.
성주의 전략은 화려한 야간경관이나 대규모 시설을 새로 만드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장소와 이야기를 야간이라는 시간대에 맞춰 다시 경험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9월 12일 세종대왕자태실에서는 역사 강사 최태성과 함께하는 ‘별빛 역사워킹’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전문 해설사와 함께 태실을 둘러본 뒤 단종을 비롯한 조선 왕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유명 강사를 초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역사적 장소에서 그 장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였다.
9월 5일과 19일 가야산에서는 ‘나이트 트레킹 & 별빛 디저트 다이닝’이 운영됐다. 참가자들은 정견모주길을 밤에 걸으며 숲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했고, 야간 피크닉과 디저트 다이닝도 즐겼다.
여기에 곤충 체험과 숲속 키즈콘서트 등을 더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 처음 선보인 ‘별빛 디저트 다이닝’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성주 참외를 활용한 디저트를 내놓으며 지역 농산물까지 관광 경험에 연결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접수 당일 매진됐다.
성주군 야간관광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새로운 장소’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장소를 새롭게 경험하는 방식’을 만드는 데 있다. 세종대왕자태실은 역사 콘텐츠의 무대가 되고, 가야산은 야간 트레킹과 숲치유의 공간이 되며, 600년 넘은 왕버들이 있는 성밖숲은 공연과 피크닉, 독서가 결합된 야간 문화공간으로 바뀐다.
이러한 방식은 소도시 관광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대규모 시설과 축제를 지속해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지역 고유 자원에 이야기와 체험을 더하는 방식은 장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관광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차에 접어든 성주군은 기존 콘텐츠를 반복하는 데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은 내용과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별빛 역사워킹’ 같은 신규 프로그램을 추가하면서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10월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확대된다. 9일에는 성밖숲에서 캠핑과 피크닉을 결합한 ‘나이트 참크닉’이 열리고, 10일에는 전국 야간관광 특화도시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밤밤페스타’의 마지막 무대가 마련된다. 왕버들 아래 캔들라이트 콘서트와 야외 도서관 등이 예정돼 있다.
특히, ‘성밖숲 나이트 워킹’은 올해 처음 상설 프로그램으로 전환돼 10월 9일부터 31일까지 23일간 운영된다. 특정 축제 날짜에 맞춰 방문하지 않아도 야간관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화식 성주군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이 가진 자원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달렸다”라며, “3년간 축적한 기획력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성주만의 야간관광을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소도시 관광의 경쟁력은 대도시보다 더 화려한 시설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지역이 복제할 수 없는 장소와 이야기, 음식과 자연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더 강한 차별점이 된다.
성주의 야간관광 실험이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무엇을 새로 지을 것인가’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어떻게 새롭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점이 지역관광의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