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준비한 사람은 청소년들이었고, 주인공은 인생의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시니어 부부들이었다.
이천시청소년재단 청미청소년센터(센터장 문미경)가 청소년 주도로 진행한 리마인드 웨딩 프로젝트 ‘황혼의 로맨스’를 통해 세대가 서로의 삶을 듣고 이해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황혼의 로맨스’는 청미청소년센터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우수 청소년활동 프로그램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추진한 프로젝트다. 지역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과 준비, 운영에 참여하고 지역 내 어르신 부부 3쌍에게 ‘두 번째 결혼식’을 선물했다.
프로그램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 준비에 그치지 않았다. 총 11회에 걸쳐 청소년들은 메이크업과 헤어, 촬영 기법 등을 배우고, 참여 부부들의 삶을 직접 인터뷰했다. 부부가 만나 함께 살아온 시간과 기억을 들은 뒤 이를 토대로 결혼식 콘셉트를 정하고 행사 진행과 축하 공연까지 준비했다.
본식에서는 그동안 배운 기술과 준비 과정을 실제 행사에 적용했다. 과거 어려운 경제 사정이나 바쁜 생활 때문에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일부 부부에게는 이번 행사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마련된 결혼식이 됐다.
한 참여 어르신은 청소년들이 부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결혼식을 마련해준 데 감사를 전하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청소년에게도 행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 참가자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대 간 차이를 좁힐 수 있었고, 직접 만든 행사가 어르신과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되는 지점은 바로 이 ‘과정’에 있다. 청소년 활동은 흔히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지만, ‘황혼의 로맨스’에서는 청소년이 프로그램의 실행자가 됐다. 기술을 배우는 데서 출발해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것을 판단하고, 하나의 행사를 완성하는 데까지 역할이 확장됐다.
세대 간 교류 역시 단순히 청소년과 어르신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동 작업’이 있을 때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결혼식은 목적이면서 동시에 두 세대가 만나는 매개가 된 셈이다.
문미경 청미청소년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세대 간 소통을 이끌어내고 사회적 통합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도 청소년 역량 강화와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청소년 주도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청소년 활동의 가치는 무엇을 체험했는가만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자신이 가진 시간과 기술을 누군가의 삶과 연결하고, 그 결과가 지역사회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험까지 이어질 때 청소년은 프로그램의 참가자에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황혼의 로맨스’가 남긴 가장 중요한 장면도 화려한 결혼식보다 그 결혼식을 함께 만들어 낸 두 세대의 관계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