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뉴스경제 동향2026. 7. 9. 오후 1:59:34

문체부·행안부, ‘지역 서점 구매 활성화 가이드라인’ 배포

도서관과 동네서점의 상생 구조 만드는 제도적 전환 본격화 지역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을 넘어 지역의 독서 생태계를 지키는 마지막 거점

최대식 기자
문체부·행안부, ‘지역 서점 구매 활성화 가이드라인’ 배포
동네서점 내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는 지역 서점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독서문화 생태계의 거점인 지역 서점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학교 도서관 등이 도서를 구매할 때 지역 서점·지역서점협동조합을 적극 이용하도록 권고하는 ‘지역 서점 구매 활성화 가이드라인’을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배포한다. 이와 함께 지역 서점·협동조합의 납품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방계약 제도도 개선한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점점 악화되는 지역 서점의 현실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2024 지역 서점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출 1억 원 미만 서점 비율은 2021년 42.9%에서 2024년 49.5%로 늘었다.

이는 거의 절반에 이르는 지역 서점이 매우 영세한 수준의 매출 구조 안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점이 단순한 소매업이 아니라, 지역 문화기반시설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수치는 단순한 경영상 어려움을 넘어 지역 문화생태계의 약화를 뜻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이고,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면 이 문제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 지역 서점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동네 주민이 책을 매개로 만나고 머무는 문화의 거점이자 지역 독서생태계를 떠받치는 가장 가까운 기반이다. 

동네에 서점이 있다는 것은 단지 책을 살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지역 안에 문화적 감수성과 사유의 공간이 살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독서 인구는 줄고, 구매는 온라인과 대형 유통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역 서점은 점점 더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가 공공·학교 도서관이 도서를 구매할 때 지역 서점과 지역서점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것은 단순한 행정 개선을 넘어 지역 독서문화의 기반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선택으로 읽힌다.

지역 서점은 책을 매개로 주민과 지역문화를 연결하는 ‘동네 문화사랑방’이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책을 더 싸고 빠르게 배송할 수는 있어도, 동네의 독서 모임을 만들고, 지역 작가를 소개하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 접점을 만드는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지역 서점은 유통 채널인 동시에 관계의 공간이다. 그래서 지역 서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지 점포 하나가 폐업하는 일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책과 사람이 만나는 한 축이 무너지는 일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번 제도 개선은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구매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공과 학교가 매년 구매하는 도서는 적지 않은 규모를 이룬다. 이 구매가 지역 밖 대형 유통망으로만 흘러가면, 공공 예산은 지역 독서생태계에 거의 환류되지 못한다. 반대로 지역 서점과 지역서점협동조합이 그 구매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도서관의 책 구매는 단순한 물품 조달을 넘어 지역문화 기반을 지지하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위해 공공도서관 등에서 도서 구매할 때 지역 서점의 참여 기회를 넓히도록 「지방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방정부가 지역 서점 또는 지역서점협동조합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금액 제한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매우 큰 변화다. 그동안은 계약 규모와 절차상의 제약 때문에 지역 서점이 공공 조달 과정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은 지역 서점이 단지 작은 민간사업자가 아니라, 지역문화 생태계를 지탱하는 공공적 파트너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더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지방계약 예규도 바뀐다. 도서 구매계약의 경우 예외적으로 분할 발주를 허용하는 단서가 신설되고, 경쟁 입찰 적격심사 신인도 평가 항목에서 지역 서점·협동조합에 가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형식적 참여 기회만 열어 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쟁 구조 안에서도 지역 서점이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역 서점은 대형 유통사와 자본 규모, 물류 효율, 시스템 측면에서 정면 경쟁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 서점의 공공 조달 참여를 실질화하려면 제도 안에서 일정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가점 부여와 분할 발주 허용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러한 특례와 가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정하는 지역 서점 또는 지역서점협동조합’에 적용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위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지방정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또 지방정부와 서점계 등을 대상으로 7월 초 설명회를 열고, 7월 15일부터 확인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는 제도 도입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정 집행으로 이어지기 위한 준비 절차로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도 개선과 함께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개정된 계약제도를 활용하고, 우선 구매 조례를 신설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 부분 역시 중요하다. 법과 시행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현장이 자동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발주기관이 어떤 기준과 철학으로 구매를 집행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결국, 지역 서점 활성화는 중앙정부의 제도 개정과 지방정부의 실행 의지가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가시적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이번 대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마크 용역(책을 도서관 자료로 관리하기 위한 표시·분류·등록 작업)’ 관행 개선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발주기관에 도서 구매와 마크 용역을 분리 발주하고, 실제 마크 작업 비용이 정산되도록 관련 비용을 편성할 것을 권장했다. 

이는 도서 납품 계약을 할 때 마크 작업까지 포함하면서도 별도 비용을 충분히 책정하지 않아 서점에 부담을 떠넘기던 기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얼핏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실무 관행이 지역 서점의 수익성을 크게 훼손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좋은 제도는 큰 원칙만이 아니라, 이런 구체적인 거래 구조의 불합리까지 바로잡을 때 실효성을 갖게 된다. 

교육부도 관련 내용이 학교도서관 등 현장에서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안내하고 이를 확산할 예정이다. 이는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학교도서관은 단지 학생들에게 책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독서생태계와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접점이기도 하다. 

학교가 지역 서점과 연결되면 책 구매뿐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 지역 기반 독서 프로그램, 학생 맞춤형 도서 추천 등 더 풍부한 협력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결국, 책 한 권을 어디서 사느냐의 문제는 단순한 구매처 선택이 아니라, 어떤 독서문화를 지지할 것이냐의 선택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지역 서점 실태를 추가 조사해 정책에 반영하고, 지역 서점·협동조합 인증제 도입 등을 위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는 공공도서관 운영평가 ‘지역사회 협력 및 유대 활동’ 지표에 ‘지역 서점 협력’ 여부와 배점 1점을 추가해 도서관과 지역 서점의 협력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 역시 상징적이다. 지역 서점과의 협력이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 앞으로는 공공도서관 평가 항목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지역 서점과 협력하는 도서관이 더 좋은 도서관이라는 공적 기준을 만들겠다는 방향이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현 문화미디어산업실장은 “공공·학교 도서관이 도서를 구매할 때 지역 서점·협동조합을 이용하는 것은 지역 서점과 도서관의 상생은 물론 지역 독서문화 확산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으로도 지역 곳곳 다양한 개성을 지닌 ‘동네 사랑방’인 지역 서점이 활성화되고 지역 주민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라고 밝혔다.

지역 서점 활성화는 특정 업계를 보호하는 협소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 독서문화와 주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공공정책이라는 점이다. 책은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지역 독서생태계는 아무 데서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가까운 서점, 동네 도서관, 지역 주민의 반복되는 만남과 선택 속에서만 자란다.

이번 제도 개선은 “공공의 책 구매가 지역문화의 토대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정책적 답이다. 도서관이 책을 살 때 지역 서점을 선택하는 일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 안의 문화 공간을 지지하고, 동네의 독서 기반을 살리며, 공공 예산이 지역사회 안에서 다시 문화로 순환하게 만드는 선택이다. 

지역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을 넘어 지역의 문화 온도를 지키는 장소다. 공공과 학교가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 때, 지역의 독서문화도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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